오죽했으면....텃밭에서 본 할머니의 극약 처방
아파트만 벗어나면 가까이 들판과 텃밭이 나를 반깁니다.
시골에서 태어난 탓인지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풍경입니다.
동네 한 바퀴를 하다 보면 계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남편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운동도 할 겸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느낍니다.
누렇게 익은 벼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빈 들판이 되어갑니다.
김장 배추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무도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있습니다.
박이 주렁주렁 농부의 정성스런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휴일이었습니다.
머리가 뽀얀 어머님은 자주 뵙습니다.
"할머니! 밭에 나오셨어요?"
"응. 새댁도 운동 나왔나?"
"네."
자식들 모두 도시로 떠나고 혼자 생활하시며 하루 종일 텃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입니다.
키워서 자식 나눠주는 재미로 사시는 분이 바로 우리 어머님입니다.
눈에 띄는 푯말 하나
"할머니! 저게 뭐예요?"
"응. 내가 극약처방을 내렸다 아니가."
"왜요?"
"새댁처럼 운동하러 나와 훔쳐가네."
"네? 애써 농사지은걸요?"
"그러게."
"이렇게 해 놓았는데 설마 가져가겠어?"
아들이 집에 왔기에 써 달라고 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허리가 꼬부랑 할머니가 여름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농사지은 텃밭입니다.
그런데 심어놓은 열무, 고추를 따가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습니다.
양심 버리고 훔쳐 먹는 채소, 몸으로 영양가가 갈까요?
내 것이 아니면 욕심부리지 말아야 할 우리인데 말입니다.
할머니의 극약처방이 효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