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원두커피 포트가 들어왔다.
샷도 원투쓰리포까지 설정이 가능하고
거품기도 달려있고 아무튼 매우 비싸고 고급스런 기계 였다.
그래서 사무실엔 고급스런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그런 나날이 시작되었는데..........
한번 자리에 앉으면 일어나기 싫어하는 나는, 물뜨러 커피타러 왔다갔다 하기 귀찮기 때문에
한번에 많이 담을 수 있는 크고 훌륭한 텀블러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이 원두커피 기계에서도 나는 물조절이라고 생각되는 레버를 최대로 당기고
큰 잔에 원두커피를 가득 담아 자리에 앉아 블랙으로 홀짝홀짝 마시며 마이피 글도쓰고,
게시판에 글도 쓰고, 뉴스보며 딴짓도 하고, 유게질도 하고, 일도 하고 그랬는데
오늘 점심이 끝나고 일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커피를 뜨기 위해 원두커피 기계 앞에서
평소하던대로 레버를 잔뜩 돌리고선 텀블러가 가득 찰때까지 기다리며 벽에 팔짱을 끼고 기대선채로
발을 까딱까딱 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사님이 나타났다.
이사님도 커피를 뜨러 오신 모양이었는데 내가 하는걸 보더니 기겁을 하신다.
너무 독하게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사님. 이사님 컵에 콩한알 들어가고 물이 100ml 들어간다고 쳐요? 제 컵에는 콩 세알 들어가고 물 300ml 들어가는 거니까 안독한거죠'
라고 대꾸하자
이사님이 말씀하시길 그게 아니란다.
이건 커피와 물이 다 섞여져서 나오는게 아니라 커피 원액에 가까운게 나오는 거라서 옆 정수기에 희석해야 한단다.
그러더니 이사님 컵을 보여주신다.
분명 레버는 정상 위치에 있는 상태였는데 커피는 이사님 컵의 1/5도 안찼다.
즉 나는 그동안 원액을 큰 텀블러에 가득담아 꿀꺽꿀꺽 마셔온 것이었다.
어쩐지 커피의 풍미가 깊더라니.........................................................
근데 왜 나만 사용법을 몰랐지?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 왜 나만....................... 몰랐을까.,,..................
..........어쩐지 요즘 검은똥이 나오더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