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약속 없는 일요일.
삼촌이 오랜만에 집에 있는걸 알고 9살짜리 조카 들이 쿵쾅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그리고는 내가 자고 있는 이불속으로 들어와 꼬끼오를 연발하며 나의 늦잠을 방해했는데,
이번에는 평소와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묵직한 동전지갑을 들고 온 것이었다.
그게 뭐냐고 묻자 조카는 햇살 같은 미소를 만면에 띄우면서 외쳤다.
큰조카(9살)
-삼촌! 오늘 건담 사주기로 했잖아요!!
그러고보니 전부터 자기가 2만원을 모았다고 건담을 하나 사겠다고 노래를 하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반다이몰에 들어가서 뭘 살지 보게 했는데, 조카는 전부터 찜해놨던 F91을 골랐다.
이유인 즉슨, 값도 싸고 (14400원) 무기도 많고(빔라이플, 베스바, 빔샤벨 등등) 멋지게 생겼단다.
결재를 해주고 언제쯤 올거라고 말해주자 녀석은 신나 어쩔줄 모르는 모습으로 지갑을 열더니
천원을 한장씩 한장씩 꺼내며 1천원 2천원 3천원 이렇게 세었다.
그렇게 5천원짜리 한장에 천원짜리 10장을 꺼내더니 만 5천원이라고 나한테 내민다.
나는 거스름돈으로 600원을 쥐어주고는 큰조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었다.
여담으로 주문이 모두 끝나고나서 조카에게 트랜스포머나 또봇을 보여주었다.
이건 어때 라고 묻자 조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난 건담이 좋아!!' 라고 말했다.
좋아. 이제 선물 비용을 대폭 아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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