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이 결혼하시게 되어 사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난생 처음 하는 결혼식 사회였기에 이를 알게된 회사 동료들은 긴장되지 않겠느냐 잘하라 식의 말을 하였지만,
나는 무덤덤하게 '뭐 그냥 대본보고 읽는건데 긴장하고 자시고 할게 있습니까 ㅎㅎ' 하고 넘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20대 때부터 부페에서 돌잡이며 행사진행 20대 중반엔 길거리 휴대폰 판매 등
사람들 앞에 나가서 말하는 일들은 다양하게 해봤기 때문에 평소하던대로 무난하게 하면 될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막상. 다음날인 오늘이 되자 아무래도 스물스물 긴장이 올라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고,
평소에 안끼던 렌즈를 쓴 탓인지 대본은 흐려보이기 까지 했다.
그래도 한시간 일찍 도착하여 주례사 선생님과 순서를 맞추고 호흡도 맞춰서 '이것으로 문제 없음!'
거기다가 결혼식 알바들도 내가 조용히 연습하는걸 듣더니 조금만 천천히 진행하면 된다 라고 평가해 줄 정도로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정작 시작하자...............
신랑과 신부의 이름을 틀린다거나 뒤바꾼다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단 진행은 내가 몇차례 결혼식 시작 예고 및 착석 지시를 하고, 결혼식 시작을 선언하고, 사회자 소개 후 촛불점화식 으로 가야하는데............
결혼식 시작을 선언하자 진행 매니저가 신호를 준다.
[촛불 점화식 해주세요] 란다.
내 소개는????????
뭐 사회자는 중요한게 아니니까 넘어간 이후, 신랑 신부를 입장시키고, 주례선생님을 소개하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와중에 대본을 확인하며 주례 선생님과의 조율했던 부분을 체크했다.
먼저 내가 [혼인서약식이 있겠습니다.] 를 하면 주례 선생님이 [신랑 ㅁㅁㅁ 군은 ㅋㅋㅋ양을 영원토록 사랑 어쩌고] 한 이후 [성혼선언문인가 뭔가]를 읽고 주례사로 넘어가면 된다.
그런데....
[어쩌구 저쩌구 하여 선생님께서 혼인 서약식을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자
주례 선생님은
[그럼 성혼 선언문을 낭독하겠습니다. 라고 하시며 이상으로 이결혼을 승인합니다.] 라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나와 매니저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ctrl+z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어서 주례사가 있겠습니다] 로 넘겼다.
그런데 이번엔 주례선생님이 눈치채버린 것이다.
입모양이 (아차 혼인 선언식) 이라고 하는걸 분명히 봤다;;;
결국 선생님도 이를 넘기기 위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선언해버린 결혼식을 신랑 신부에게 재 확인시키고 주례사로 넘어가 자신이 가장 자신있게 준비했다는 길고도 긴
4가지 중점 설교인 [이해, 존경, 긍정, 효]의 주례사를 마치고 식순을 넘겼다.
.............................................
이후로는 주례 선생님이 내가하기로한 대사를 뺏는 등 사소한 문제만 발생한채 무난하게 결혼식이 끝났고,
결혼식 알바들은 처음치고 떨지도 않고 또박또박 잘한다며 칭찬해 주었다.
아 정신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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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결혼식에 신경써주다가 정작 본인은 못챙긴 슬픈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