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강원도 천문대를 가고 싶어했던 나는 월차를 낼 기회가 생겨서 렌트한 자가용을 타고 천문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미처 날씨를 고려하지 않았던 탓인지 한치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폭우가 쏟아져 내렸고, 설상 가상으로
GPS가 안잡혀 내비도 동작하지 않았다. 그래도 봐뒀던 경로로 알음알음 대충 길을 찾아가던 나는
천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길을 잡아버려서 강원도 산속에서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다.
이미 해는 떨어지고 비는 그칠 생각은 안하고 강원도 산속의 짙은 어둠 속에서 나이에 맞지 않게 조금씩 겁을 먹던 내눈에 저택의 불빛이 들어온 것은 마치 구원과도 같았다.
기름도 여유가 없었고 비도 피할겸 해서 산속의 저택을 찾아간 나는 첩첩산중속에 이렇게 큰 저택이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차에서 내려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았는데도 저절로 대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
쇠창살로 된 대문을 지나 차로 한 1-2분 가서야 저택이 나왔는데 저택은 어디 유럽의 대부호가 살만한 3-4층 정도 규모의 호화로운 건물이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도 나오지 않아 저택의 문고리를 돌려보았는데,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안에 들어가자 집주인대신 일곱명의 사람들이 넓은 홀의 식탁에 둘러앉아 말없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멧데이먼을 닮은 외국인이 나를 보고 인사하며 나 역시 초대에 응해서 온 사람이냐고 물었다.
물론 그저 길을잃고 온사람인지라 길을 잃고 왔다고 말하면 되었을 것이었지만, 왠지 초대받지 않은 인물이라고 말하면 쫓겨날 것 같았고, 쫓겨나면 또 곤란해지는지라 그렇다고 말하며 둘러대었다.
멧데이먼을 닮은 외국인은 그럼 나까지 왔으니 모두 모인 것 같다고 말하자
저절로 중앙에 있던 큰 문이 열리면서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모인 인원들은 말없이 지하로 내려갔고 나 역시 초대받았다고 해놓고 다른 행동을 취하면 안될 것 같아 그들을 따라 내려갔다.
지하에는 굳게 닫힌 강철문이 있었다.
멧데이먼을 닮은 사내는 모인 모두에게 이 문을 지나가면 경기가 시작된다고 인터넷에서 봤다고 하며
자기는 공략법을 봤으니 우승은 자신의 차지라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러자 모인 다른 6명의 사람들도 공략법은 자신들도 봤으니 걱정없다고 하며 게임에 임할 순서를 정하자고 하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일단 맨뒤에 하겠다고 말했고
다들 의욕에 불탔는지 먼저하는게 유리하다며 기꺼이 나에게 마지막 순번을 양보했다.
그리고 철문을 열고 지나가자 저택보다도 광활한 지하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헐리웃 영화, 스릴러 물에서 흔히 봤던 논리적 퀴즈와
몸을 쓰는 장애물 통과
재치와 두뇌가 필요한 퍼즐 등을 통과해야하는 그런 경기였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이 저택의 주인이 벌이는 이벤트 정보를 입수하고 인터넷에서 경기 내용을 파악해서
이 저택의 주인이 준다는 특별한 보상을 바라고 경기에 참가한 것이었다.
얼떨결에 참가하게 된 나였지만, 경기 정보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어도 각 퍼즐을 통과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난이도는 낮았다.
물론 관문관문을 지날때마다 난이도는 계속 올라갔지만 남이 하는 걸 눈여겨 보기도 했고,
난이도 자체가 높지 않아 4관문까지는 나도 무난하게 통과를 했다.
그런데 4관문을 통과하고 또 다음단계로 통하는 철문이 나오자 멧데이먼을 닮은 사람을 포함한 다른 참가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선 4관문 이후의 얘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갑자기 일행중 한명이 이 중에 실제 초대받지도 않았는데 들어온 이방인이 있다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고갔다.
결국 나를 지칭하는 것 같아 자수하려던 찰나 멧데이먼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손을 들었다.
원래 초대받은 사람이 하반신 장애인이라 자기를 대신 고용했다는 것이며, 규칙에는 어긋나지 않으니 진행하자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급기야 멧데이먼 닮은 사내에게 이야기에도 없던 5관문이 있는건 바로 당신이 저택의 주인의 프락치라서 그런게 아니냐 라며 책임을 전가하기까지 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져가자 다음으로 리더격이었던 체대 출신 밝은 남자가 그럼 1순위 도전자였던 멧데이먼의 출전권을 내 뒤로 밀어버리기로 하고 도전 순서를 바꿔 들어가기로 했다.
5관문은 분명 꺼림칙했지만 다들 지금까지의 난이도를 생각해보면 별 문제는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5관문은 1-4관문의 패턴들을 모두 모아놓은 거대한 홀이었다.
그런데.......
체대 출신 사내는 싱겁다면서 길을 나섰는데 1관문에 나왔던 가장 간단한 장애물을 그때처럼 똑같이 통과하려다가
전혀 다르게 나오는 장애물에 걸려서 몸이 두토막나 죽고말았다.
모양만 똑같고 전혀 다른 장애물로 변모한 것이다.
겁에질린 우리들은 돌아가려고 문을 돌렸지만 문도 열리지 않았다.
결국 하나 둘 나서다가 절반도 가지 못하고 모두들 죽고(죽는 모습은 정말로 다양하고 끔찍했다.)
나와 멧 데이먼을 닮은 사내만이 남았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도전하려는데 멧데이먼 닮은 남자가 뒤에서 나를 세게 후려쳐서 제압하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처음부터 내가 초대받지 않은걸 알고 있었으며 출전권도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고
자기 자신은 모두가 몰아붙인 것처럼 저택의 프락치가 맞았으며,
이 게임의 진정한 보상은 죽은 동료들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바로 이 지옥같은 곳에서 풀려나는 자유이며, 자기 역시 초대 없이 왔다는 이유로 벌칙을 받아
나처럼 다음 초대없이 오는 자가 있을때까지 저택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멧데이먼을 닮은 사내는 놀라운 솜씨로 관문들을 모두 통과하고는 멀리서 나에게
다음 경기는 우리동네에서 열릴 것이며, 나의 친한 친구들도 초대될 것이라고 말하고는
그중 하나를 배신하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것이라고 알려주며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무서운 저택의 존재가 대체 누구인지
그리고 얼마나 영원히 여기서 갇혀있어야 하는지
20년이상 지기들을 배신하는 방법밖에 없는건지
고민하며 두려워하다가
엄마가 낮잠을 깨워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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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을땐 온몸에 식은땀이 흥건했고
마침 놀러온 조카들을 보고 꼭 안아주었다.
집에 영원히 못간다는게... 애들을 못본다는게 무서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