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막내는 한참 잘자고 있고, 나는 공허의 유산을 플레이하던 새벽 3시.
갑자기 어디선가 내 자명종의 100배는 큰 때래래래래랭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당황해서 불을 켜고 보자 방구석에 붙어있는 화재경보기가 미친듯이 울리고 있었다.
'어디서 불이? 탄내는 안나는데...?'
불의 ㅂ 자도 보이지 않았지만 새벽까지 컴퓨터 게임을 한게 혹시 문제인가 싶어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컴퓨터를 재빨리 끈 나는, 벽에서 신나게 울리는 화재경보기벨을 어떻게 꺼보기 위해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갑자기 온 건물에서 똑같은 소리가 천둥처럼 울린다.
뉴막내는 이미 깬지 오래였고 맞은편 방에선 문을 열고 대머리 근육질 아저씨가 나오고(처음봤다.)
옆 방에선 커플이 나오고(역시 처음봤다.)
다들 새벽에 잠을 깬 상태로 투덜거리며 건물밖으로 나섰다.
열심히 냄새를 맡아봐도 탄내는 나지 않았고,
밖에 나가서 봐도 연기한줌 나지 않는 가운데
대머리 아저씨는 소방서에 전화한다고 휴대폰을 꺼냈고, 나 역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거리에 나온 사람은 대략 30여명남짓.
평소엔 보지도 못하는 원룸 건물 식구들을 모두 만났지만 결코 반갑지 못한 상황에서
집주인은 7번째에야 잠에서 막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아 그거.... 아주 가아끔 오작동이에요. 불이난건 아니죠?]
라는 황당한 답을 들으며, 결국 내가 2층으로 가서 집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단말기를 조작해 경보기를 껐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는 투로 대화하며 들어갔고,
단말기를 조작하느라 마지막까지 남았던 나는 윗층에 사는 두 남자와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멋쩍게 인사했다.
나
-ㅋ 본의아니게 이런식으로 다들 한번씩 보는군요
남1
-ㅎㅎ
남2
-그러네요 ㅎㅎ
나
-그럼 쉬세요 ㅎㅎ
남1&2
-네 주무세요.
뭐 별의 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