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PC 게임 중흥기에 올드 유저들이라면 누가 들어도 '아 그게임?!' '들어는 봤지'
라고 할만한 게임을 두세개 뽑아낸 게임사 X가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신작 패키지는 몇천장 팔리지도 못하고 대부분 공유사이트에 올라오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낚시를 하고 온 상무이사인 최이사에게 기다리고 있는건 또다른 불편한 소식.
고2인 아들놈이 양판소를 인터넷으로 받다가 작가에게 걸려 합의금을 물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최이사는 야단칠 기운도 없이 낚싯대를 정리하다가 무릎을 친다.
그리고 X회사의 신작은 더이상 패키지로 발매되지 않는다.
인터넷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되며, 블모사의 배틀넷처럼 인터넷 접속을 통한 공유로
X사의 다른 게임도 손쉽게 구매하고 플레이 하도록 방식을 바꾸었다.
다운로드 방식이니 가격도 저렴하지만, 여전히 불법 다운로드는 어마어마하다.
X사의 게임을 애용하는 토렌트에서 받은 대학생 서복제군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두세달 잘 이용하는 와중에 법무법인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불법복제 피해가 심각해 X사가 수사를 하는 가운데 다운로드 이력이 적발 되었단다.
다행히 서복제군은 처음인데다가 대학생이라 용서해준다고 하고 다음부터는 저작권을 꼭 준수해달라며,
준수서에 사인을 하고 팩스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서복제군은 용서받은게 아니라, 아직 어린 물고기이기 때문에 방류된 것 뿐이다.
X사는 신작을 출시하고 시간을 둔다. 충분히 유포될 때까지
애당초 X사는 게임을 두종류로 만든다. 사이트에 올리는 버전과
온라인에 불법으로 유포하는 버전.
게이머가 X사 네트워크에 로그인 할때, 시스템은 프로그램 파일을 읽고 아주 교묘하게 숨겨진 패칭 파일을 체크한다.
불법유포버전은 불법으로 걸러지게 된다.
X사는 이들을 바로 고소하지 않는다.
대략 2-3, 길면 5개월까지도 기다린다.
그리고 법무법인을 통해 2-3천명에게 연락을 하고, 그중 1-200명을 남기고 모두 용서해준다.
위의 서복제군처럼 말이다.
나머지 1-200명은 합의금을 받아낸다.
인당 3-4백은 받아내니 이전에 수천장 팔리던거에 비하면 배의 이득이다.
그럼 용서받은 이들은 어떻게 되나,
다시 걸리면 그땐 3-4백의 배의 합의금을 요구한다.
그러나 X사는 비난받지 않는다.
애당초 X사가 불법유통버전으로 올리는걸 사람들은 모른다.
게다가 X사는 대부분 각서만 받고 용서해주니 관대하기까지하다.
게임도 평타는 칠정도로 괜찮게 만든다.
걸리는 이들도 불법다운로드 2-30만중 1-200명에 불과하니,
다들 [내일이 아닌걸] 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한다.
불법 다운로드 시장은 최이사에게 하나의 양식장이다.
물론, 디지털판으로 구매해주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으며, 불법다운로드가 근절되고 정품구매자가 늘어나면
X사로서도 좋은일이다.
하지만 불법다운로드를 계속해줘도 X사로서는 좋은 일이다.
이제 X사는 아시아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최이사는 중국어 일어 공부에 여념이 없다.
그쪽 법무법인을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라고 망상을 해보았다.
뭐 이런일이 일어날린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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