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에는 단돈 5천원에 머리를 기막히게 잘깎아주는 이발소가 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이발사 할아버지는 예전에 대학가에서 젊은이들 머리를 많이 깎아주셨다고 하며,
그래서 그런지 나름 이발소 치고는 깔끔하고 세련되게 머리를 쳐주는 편이라
투블럭이나 매직하는게 아닌, 일반 컷을 하고 싶을때는 자주 들르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이발소에는 한가지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남경필이 대를 이어가며 지배했던 극 보수 동네인 저희 동네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분들이 모이는
보수 사랑방이라는 점이었죠.
예전에 천당 위의 분당이라며 한나라당의 절대영역이었던 분당을을 함락시켰던 선거판의 구원투수,
손학규마저도 여기서 패배하고 바로 퇴물이 될 정도로 암울한 동네이다보니(다행히 지난 총선에서 김용남이 박살나주면서 수십년만의 감격적인 해방을 맛보게 되었습니다만)
정말 머리를 깎다보면 장난아닌 소리들이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채널은 TV조선 고정이 기본이요, 앉아계신 어르신들은 저마다 티비를 보다가, 박근혜 칭찬이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시고, 문재인과 이재명 박원순이 나왔다 하면, 집안의 원수를 만난 것 마냥 이를 갑니다.
"내가 현직이었으면 문재인은 체포했어!!!"(전직 경찰서장님의 혼신의 외침)
속으로는 반박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이사가고 싶진 않으니 그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 수 밖에요 하고 꾹 참고 머리를 깎는게 일상이었는데...............
어제와 오늘.
만약에 갔다면 어떤 반응들을 보이실지 정말 궁금합니다.
너무 궁금합니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몸만 아니었어도...................... 머리도 많이 길었겠다
가보는건데 ㅠ.ㅠ
하아 아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