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후 오른쪽 무릎 수술로 인해 헬스장이나 조깅 같은 운동은 할 수 없게 된 상황이고,
의사는 체중을 감량해 무릎에 부담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닥달을 하니 답답해진 나는 의사에게 하소연했다.
"살을 빼고 싶어도 운동을 하지 못하니 어떡하면 좋습니까."
그러자 모스크바에서 부시장이 찾아와 무릎 수술을 받았다는 실력좋은 노교수의사는 버럭하고 화를낸다.
"멍청한놈아 수영을 하면 되잖아!!!"
그래서 수영을 시작했다.
이날을 위해 주문한 도수있는 물안경과 수영모,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내려가 여성 강사분께 찾아가 오늘부터 수업을 듣기로 했다고 말하자
여성강사분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한다.
초급 강사가 맞긴한데 자기가 사정이 있어서 이번주는 물에 못들어간단다.
아마 몸이 아프거나 여성적인 문제가 있어서겠지..
대신 물 밖에서 알려줄테니 물장구부터 치라고 한다.
기초적인 물장구를 친 후 곧바로 키판을 하나 건내주며 레일 끝까지 갔다오란다.
물론, 키판을 어떻게 잡아야지 안가라앉고 등의 상세한 설명은 덧붙여주었다.
그렇게 이미 키판잡고 평형 자유형을 하는 아줌마 꼬마들 사이에 끼어서 수영을 하는데......................
이런 상황이 되버렸다.
평소에 그래도 PT도 받았고 강도높은 트레이닝으로 체력이 좀 붙었다 생각했는데
병실에 입원한 3개월이 너무 길었던건지
강해졌다고 생각한건 착각이었던건지
레일의 1/3도 못가서 숨이 차서 쉬었다가 다시 물장구를 쳤다가 다시 쉬었다가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아줌마도 꼬마도 쉬지 않고 잘가는데!!
고속도로에서 똥차가 덜덜거리며 퍼져, 경차가 빵빵거리며 추월해 가듯
꼬마가 내 옆으로 유연하게 지나가며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도 난 첫날이니까 수영은 생각보다 힘들다니까 라고 위안하며 열심히 고개를 치켜들고 발버둥을 치는데
왜이리 입으로 물이 들어오는 건지... 결국 참다 못해 숨쉬는걸 포기하고 그냥 숨을 참고 고개를 물에 처박고 가니
그나마 할만 한 것 같았다.
다만, 역시 1/3도 못가서 숨이한계에 달해 멈춰서 숨을 내뱉고 숨을 쉬고 하는건 똑같았지만
이런 점을 물 밖의 여강사님께 상의하니 목요일에 어푸어푸를 가르쳐주신단다.
사실 난 자유형도 평형도 하긴한다.
숨을 안쉬고 해서 문제지... 어푸어푸만 할 줄 알면 옆레일로 가도 되겠지 라는 말도안되는 생각을 하며 수영을 하는데
한가지 문제점이 또 발견되었다.
수영장 물살이 너무 강해서인지 자꾸 오른쪽 벽으로 밀리다 못해 부딪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살이 세서 그런거냐고 묻자 여강사님은 오른쪽 다리 힘이 약해서 그렇다고 한다.
다친 다리가 문제구나 싶으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왼쪽 다리가 더 힘이세니 오른쪽 다리가 궁지에 몰린다.
왼쪽이 더 힘이세....좌파.. 좌파가 우파를 핍박...
이거 좌파적 인간이 되버렸네
머리뿐만 아니라 몸까지 좌파가 되버렸습니다.
기승전 좌파
아무튼 수업이 끝나고 30분을 자유수영 레일에 가서 물장구를 치다가 퇴근.
보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