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후 1시에 영화를 보자는 약속이 있었으나
카톡이 울린다.
[엉아. 나 감기 걸려서 열이 많이나. 미아네여..]
그래 아프면 쉬어야지
사실 나도 귀찮았어라는 속마음은 안보내고
자상한 척 아프면 쉬는게 제일이지 라고 하며 약먹고 푸욱 쉬라고 연락을 보내고 시계를 보았다.
10시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인데 어머니는 밥을 하기 싫다고
남이 해주는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노래를 하신다.
어머님께 라면 얘기를 하니까 고개를 저으신다.
볶음 너구리는 어떠냐니까 그게 뭐냐고 물으시길래 대충 설명을 하자 혹하시는 것 같아서 사오기로 하고 츄리닝을 입고 산책을 나섰다.
집근처 홈플은 쉬는날.
조금 더 걸어서 대형마트에 가니까 볶음너구리가 4개 4980원. 싸지만 뭔가 아쉬운 가격이라 뒤로 하고 다음 마트로 또 15분을 걸어
거기는 5480원인걸 확인하고 이번엔 근처 편의점 정가를 확인하러 가는길에 정말 크게 열린 인형뽑기 오락실을 발견했다.
이른 아침부터(본인기준) 부지런한 한 가족이 초딩 아이들을 데리고 게임을 즐기고 있었는데
젊은 애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인형을 뽑으려 애썻지만, 기계와 확률의 농간에 의해 천원만 날리고 계셨다.
애당초 저런 인형뽑기는 재주도 없고, 인형에 관심도 없는지라
기계를 죽 둘러보다가 [도전 윷놀이 오락기] 라는 것을 발견했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천원을 넣는다.
윳놀이 버튼을 누르면 작은 상자안에 스티로폼으로 된 윷들이 진동에 흔들리다가 패를 보여준다.
도개걸윳모의 패에 따라 LED 점등된 순서대로 칸이 죽죽 가게 되고 원하는 상품에서 멈췄을때 상품을 타먹는다.
라는 심플한 룰인데
매력적인 것은
중간 중간 꽝에만 걸리지 않으면 10단계 최고 상품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상품은 1단계 찐득이 2단계 싸구려 전투기 프라 3단계 USB 허브 4단계 니모 대형인형 5단계 .......... 이런식이어서
이건 확실히 기계 조작이 없는 운빨!!
도전을 시작했다.
첫 도전은 아주 순조로워서
[LED]도.개.걸.윳.모. [1단계] 도.개.걸.윳.모.[꽝].[2단계]도.개.걸.윳.모[꽝].[3단계]도.개.걸 까지 갔다.
[내패]도 개 걸 도 개 걸 도 개 걸 도 개 걸 도 개 걸 윳 도 개 걸 윳
즉, 4연걸에 2윳으로 순조롭게 꽝을 피해간 것.
여기서 욕심을 버렸어야 했다.
나
-집에 돌아갈때 니모 안고 돌아가면 어머니도 놀라고
-여자 조카도 나중에 삼촌 최고! 하겠지
-승부다!!!!
기계
-훗. 병신. 걸이다.
[3단계] 도. 개. 걸. 윳. 모. [꽝]
[내패] 개. 걸. 윳. 도. 개. 걸
................탈락.
오기가 생긴 나는 두번째 천원을 투입. 니모를 납치하기 위해 또 윷을 굴렸으나
이번엔 1단계에서 꽝 윳나오고 걸나오고 나서 또 윳나오니 난 윳이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좋았어! 를 외쳤으나
보기좋게 꽝으로 쏙
다시 천원 투입...
이런 식으로 하여 4천원쯤 넣었을때 깨닫게 되었다.
찐드기는 그래 너무 하찮은 상품이야
하지만 싸구려 전투기 프라 정도면 뭐..... 빈손은 아니잖아?
욕심을 버리자... 내 욕심은 가게 사장만 배불려 주는거야............
그리고 계속 고할지 스톱할지 수를 세는 기계를 향해
버튼을 눌렀다.
[상품타가기]
볶음 너구리와 메로나를 사가니 어머니는 활짝
가끔 이런 식으로 산책하며 시간 때우기도 좋네
아 저거 언제 조립하지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