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 가게에 구경이나 할 겸 들른다.
꼭 인형을 뽑지 않더라도, 구석에 있는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노라면 가볍게 스트레칭도 되고
스트레스도 풀리기 때문에 퇴근길에 여유가 있고 동전이 있다면 가끔 들러 하는 퇴근길의 소소한
즐길거리가 되곤 했다.
아무튼 오늘도 손이나 풀어볼까 하고 가게에 들러 인형들과 경품을 구경하고, 두더지 잡기 기계로 가려는데
내눈에 새로운 기계가 보이는게 아닌가?!
그 기계는 다름아닌
[두더지 잡기 인형뽑기!!]
라는 것이었다.
뭔가 보니 300점이면 열쇠고리 사이즈의 인형을 400점이면 또 그런 사이즈의 인형을
600점이면 또 그런사이즈의 인형을 이런식으로 100점마다 인형을 주는 혜자 기계(이때까지만해도 그렇게 보였다.)였던 것이었다.
설명을 읽어보니
스트레스도 날리고 인형도 타가세요!
기계가 부르는 LED 색의 두더지를 잡으면 10점! 연속 구타는 보너스 점수!
다른 색의 두더지를 때리면 -100점!!
부르는 LED 색의 두더지를 놓치면 -25점!!
이라는 아주 아주 아주 간단한 룰이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훗. 두더지잡기 머신에서 999점을 달성하시는 이몸이시다.
이 기계의 인형은 오늘로서 모두 나의 것이군
이라고 자신하며 양복 마이를 벗고 셔츠 팔을 걷어부쳤다.
그리고 10분 후
이 두더지 게임은 도저히 상품을 타갈래야 타갈 수가 없었다!!!!!
기계가 부르는 LED를 치는건 좋았으나 맞자마자 번개처럼 튀어들어가는 두더지를 연타를 때리는건 쉽지가 않았고,
연타에 집중하면 다음 두더지를 놓칠 위험도 있었다.
놓치면 25점이 깎이는 룰때문에 안전하게 연타를 하지 않고 가는게 가장 좋았겠지만,
문제의 다른 색을 치면 대량 감점의 룰!!!!
평소 두더지 잡기를 기계처럼 단 1%의 미스도 없이 100%의 적중률로 나오는 족족 맞춰왔던 나였기에
기계
-파랑!
두더지
-(빨강이지롱)
파랑이라는 말을 들었을땐 이미 망치가 두더지를 팬 상황
두더지를 10번을 패봐야 한번 색을 실수하면 0점이다.
게다가 이 악마같은 기계는 패턴이 적응되는 중반쯤 되자
파랑!
파랑!
빨강!
하던 속도에서
파파파파파파랑!
파파파녹!
파파빨강!
같은 느낌으로 색을 부른다.
이래서야 실수가 안날래야 안날 수 없고 놓치는 것도 부지기수
-100점과 -25점의 향연속에
아무리 사투를 벌여도 0점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최종 점수는 결국 15점....
아마 CCTV로 영상을 지켜본 가게사장의 표정은 이러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