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보다 많아진 가을 모기.
그들과의 대결은 항상 뻔한 패턴으로 전개되었다.
1. 참고 그냥 잔다.
2. 자다 일어나서 조진다.
너무 피곤하거나, 힘들면 모기가 덤비든 말든 무시하고 자겠으나, 이 밤의 불청객들은 만족을 할 줄 모르는건지
한 두방 먹여줬음 됐지, 계속 보채며 놀자고 덤벼드니 결국 대부분 2번의 선택지로 귀결되고만다.
문제는, 모기를 상대하는 나의 무기는 그동안 너무나 구식이었다는 것이다.
집에 있는 장비는 그냥 파리채와 홈키파, 슈퍼 모그졸 디펜스(에프킬라 같은건데 꽃향기가 나서 좋다.) 인데
벽에 붙어있는 모기를 볼 경우, 파리채로 그냥 때리거나 자신이 없으면 에프킬라를 난사하고 도망치는 놈을 파리채로 후려갈기고
자다가 습격 받을 경우엔 벌떡 일어나 슈퍼 모그졸 디펜스와 파리채를 챙기곤 불을 켜고 방 구석으로 가서 쪼그려 앉아
뒤와 양 옆을 방 벽에 보호 받은 채 전방만을 주시하면서 어디선가 날아올 모기를 기다리다가 정면으로 날아오는 모기를
꽃향기 나는 분사제로 격추하고 파리채로 확인사살해 시체를 확인하는 그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
물론, 항상 순조롭게 승리하는 것은 아니어서
방구석에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분명히 앞엔 아무것도 없고, 어디선가 윙 하는 모기소리는 들리는 상황속에서 "위다!!" 하고 기겁을 하는...
에일리언2의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렇게 구닥다리 무기로 모기를 처치해도 효율이 영 좋지 않아 매일 잡는 수는 많아야 두마리.
그외엔 놓치거나 그냥 물리거나 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는데, 어느날 어머니가 창고에서 뭔가를 발굴해오셨다.
"우리집에 이런 것도 있었네?" 라고 하시며 들고 오신건 바로 먼지 묻은 전기모기채!!
시험삼아 건전지를 넣고 붕붕 돌려보니 허공에서 따닥 하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어머니와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후 모기퇴치의 혁명기가 도래하고야 말았다.
이전의 벽 모기 발견-> 에프킬라 분사-> 힘빠진 모기 추적-> 섬멸(or 실패)
or
벽 모기 발견 -> 파리채 공격 -> 섬멸(or 실패)
의 방식이 아닌,
벽 모기 발견 -> 전기 모기채를 살짝 위에 댐 -> 따닥따다다닥!!!!
의 100% 확률로 퇴치하는 신무기의 발굴하에 하루 모기 퇴치량은 이제 5마리 정도로 늘어나고야 만 것.
이전의 에프킬라 분사, 모기채 공격이 괴수를 향해 질걸 알면서도 전탄 발사를 감행하던 지구 방위군의 탱크, 전투기였다면
이 전기 모기채의 발견은 그야말로 집시데인저의 주먹, 마징가Z와도 같은 것이었다.
한마디로 전기모기채 고대유물 발견한 기분.
전기 모기채 짱짱맨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