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려는데 길 건너편에 다이소가 보인다.
문득, 며칠 전 어머니가 리모콘이 안된다며 무선 키보드 마우스 용으로 챙겨뒀던 AAA건전지를 모두 사용한 일이 생각났다.
'사야지 사야지 해놓고 또 까먹을 뻔 했네.'
사소한 일일수록 미리미리 챙겨놓지 않으면, 나중에 꼭 필요할때 낭패를 보기 십상인지라 기억난 김에 챙길 심산으로 다이소로 향했다.
다이소에 들어가 가장 먼저 AAA건전지를 챙기고는 항상 그렇듯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는 별로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을 구경하느라
시간을 빼았긴 다음, 계산을 끝내고 다시 귀가를 서두르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바로 옆에서 성인 남성 몇명이 낄길 거리며 무언가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들은 술을 좀 마신건지 추위로 상기된건지 붉게 닳아오른 얼굴로 다이소에서 방금 구매했을게 분명한
비누방울 장난감을 들고 길거리에서 후후 불고 있었다.
한 남자는 그 광경을 웃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고
다른 남자는 그걸 보며 박수를 치며 웃고 있었다.
"야! 이상하게 비누방울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냐?"
"난 흥분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며 곳곳에 비누방울을 후후 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비누방울 몇개를 손으로 툭툭 쳐내며
혀를 끌끌 찬다.
'다 큰 어른이 되서 길거리에서 저게 뭐하는 추태람. 어른은 어른다워야지.'
라고 생각하며 다이소에서 지나치지 못하고 구매한 쫀드기를 우물우물 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