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부터 왼쪽 위 뒤에서 두번째 어금니가 심하게 아팠다.
아파서 죽을 정도라던가, 집중이 안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씹을 때마다 거슬리게 아프고
잇몸도 부어있어 한 번 아프고 나면 욱신거리는 느낌이 여운 처럼 남아 거슬리는 수준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아픔이 느껴져 치과에 가진 못했고,
대신 이를 열심히 닦으며 삼대 종교신(하나님,부처님,제우스신)에게 빌고 또 빌며
'단순 염증이어라 제발...'
'내일이면 아프지 말길...'
을 빌었지만 신은 당연히 그런 소원을 들어주기엔 너무나 바쁜 모양이었는지
토요일엔 더 아팠다.
그러나 동네 치과는 대부분 토요일에 쉬거나 아주 일찍 닫거나, 예약이 없으면 안받아주는 곳이라서
하루를 얌전히 버티며 이를 열심히 닦으며 신에게 기도하는 헛된 짓을 반복했고,
일요일에도 친구를 만나 놀고, 술을 마시고 또 이를 닦으며 기도했지만,
교회도 절도 신전도 안가며 비는 소원따위를 신이 들어주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신이 드디어 소원을 들어주었는지, 이빨이 아프지 않아서
아는 동생에게 카톡을 보내 신의 기적을 알리며, 치과에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가 바보 오빠야] 라는 소리에 네 라는 침울한 한마디를 남기고
점심시간 이후 치과로 향했다.
회사 근처엔 치과가 두개가 있었는데, 새로 부임한 부장님의 말에 따르면
길건너 화려한 치과엔 가지 마라. 가자마자 임플란트 하라길래 나왔다.
저 윗길 허름한 치과에 가라. 염증약만 주고 버텨보라 하더라.
라길래 허름한 빌딩의 치과로 갔는데
의사 선생님 깜빡이도 안키고 바로 윙윙이(칫과용 드릴)를 들이밀며 이를 쑤시더니 말씀하신다.
"간호사 거울 가져와."
시큰한 충격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손에 거울을 쥐어주며 보라고 하신다.
거울로 내 입안을 비춰보니 이빨 안쪽이 횡한 상태. 거대한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에 잠시 충격을 받고 있노라니
의사 선생님 하는 말이 "옛날 옛적에 때운것 같은데, 그게 깨진 모양이야. 그 안이 썩고 있었어" 라고 하신다.
참았으면 이빨은 날아가고 비싸디 비싼 임플란트가 날아와 내 전재산을 긁어갔겠지...
원래는 상태가 어떤지 진단만 할 계획이었는데, 계획만 세우면 틀어지는 특성상, 의사 선생님은 그자리에서 마음의 준비도 안된 나를 충치를 죄다 긁어내고 즉석에서 땜질까지 해버리셨다.
난 그저 간만보러 왔는데 두둑히 한상 얻어먹어버린 셈이다.
두둑히 얻어먹었으니 계산서가 걱정되는건 당연지사.
덜덜 떨며 계산서를 확인하니 8700원이 나왔다.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영접한 치과드릴과 끌게에 정신줄을 놓고 있을때,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이 기억났다.
"별로 생각없이 왔지? 걍 보험처리 되는걸로 해줄게요. 다른거 생각한거 있어요? 금이나?"
"으...으으..으어어..."
"응 없다고? 간호사 가져와 그거. 이거 시술하고 나서 깨지면 또 이걸로 하건, 금으로 하건 그땐 환자분 맘대로 하시고."
보통 타지에서 온 호구환자는 닥치고 금을 권할텐데....
선생님... ㅠ.ㅠ
저는 치과 싫어해서.. 어릴때 넘많이가서
오래가는 놈으로 때워요 ㅋㅋ ㄷ다시가기싫어서 레진?? 이걸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