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엔 영 재주가 없어서 아예 쳐다도 안보지만,
인형뽑기 말고 잘하는 재주가 하나 있긴 있었습니다.
바로 두더지 잡기 게임이었죠.
이 재주 하나를 믿고 인형뽑기 기계-두더지 잡기- 머신에 도전했다가
악랄한 룰에 눈물을 흘리며 물러나길 몇차례
(*그냥 맞추면 되는게 아니라 음성이 들립니다. (빨강,파랑,녹색) 이때 튀어나오는 두더지 LED 색이 맞으면 10점. 다르면 -100점. 안맞추면 -50점. 시각뿐 아니라 청각 거기다 판단까지 해야하고 10번 맞추다가 1번 미스하면 꽝이되서 100점을 넘기도 힘든 게임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한 사람이 300점짜리 열쇠고리를 타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결은 바로 연타였죠.
룰에도 적혀있었지만 신경을 안썼던게 연타를 하면 점수가 2배,3배 올라가는 비결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천원을 넣고 두더지 대가리를 연타하기 시작했고, 최소 3연타 많으면 4번을 때린 첫 시도에서
레어 포켓몬이라는 뮤를 손에 넣었습니다.(400점 상품)
그리고 이틀 후. 기계에 라이언이 걸린걸 보고 속으로 외쳤죠.
'라이언 넌 내꺼야!'
이렇게 라이언도 얻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어머니한테 혼이난거죠 ㅠ.ㅠ
어머니
-인형뽑기방은 도박과 마찬가지란다.
-그리고 다큰 남자가 인형을 뽑아서 뭐에 쓸거니!
-조카 준다고? 조카도 이제 9살이라서 싫어할거다.
-판다고? 택배비가 더 나가겠다.
혼이 나기도 했고, 사실 집에 인형을 둘 곳도 없어서 구경이나 하고 돌아가려했는데
어제, 뽑기방에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11살짜리 어린이가 제일 맏이고, 7-8살짜리 어린 동생들로 구성된(친척이었을 수도 있고, 동네 친구들일 수도 있겠죠.) 6명의 어린이들이 인형뽑기방에 몰려와 이리저리 구경을 하는데
맏이가 윳놀이 뽑기에 천원을 넣고 1단 싸구려 상품인 [가짜 황금열쇠]를 뽑았는데
이걸 본 6살 정도로 추정되는 막내 여자아이가 울면서 '나줘 나줘'를 시전한겁니다.
그걸 본 저는 조용히 기계에 천원을 집어넣고, 망치질을 시작했고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라이언을 노리고 했는데
스펀지 밥을 뽑아버렸죠!
그리고 이게 걸려버려서 사장님을 호출하고, 사장님에게 인형을 받고 아이들에게 둘러쌓인채 인증샷을 찍고는
그 막내 아이에게 '야 가져라' 하고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민영이 좋겠다' 라고 웃어주었는데
문제는 이 막내 꼬마아이. 스펀지밥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싫다는 겁니다.
그리고 남자아이들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변하고!!
서로 가위바위보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한녀석이 스펀지밥을 들고 달리고 나머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쫓아갑니다.
그걸 흐뭇하게 지켜보고 집에 가는데 뒤에서 사장님이 한숨을 쉬며 인형을 새로 넣는 소리가 들리네요.
............사장님 미안..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만 할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