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일과는 쳇바퀴처럼 흘러간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회사 업무를 마치고 퇴근해서 집에 도착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6km정도 걷는다.
걷는 코스에 운동기구가 보이면 들러서 윗몸일으키기를 100개 정도 하고 또 걷는다.
마치고 돌아오면 대충 한시간 반 정도 소요되고 게임과 인터넷을 좀 하다가 12시 약간 지나서 잠이든다.
의 패턴대로 오늘도 운동을 나섰다.
오늘은 어느쪽으로 갈까 아주 잠깐의 고민끝에 지난번에 가보지 못했던 소방서쪽 번화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신호에 걸려서 기다리면 운동이 되질 않으니 횡단보도가 보이면 끝나기전에 전력질주
(차에 치인 적이 있기에 깜빡이거나 차가 오는 기미가 보이면 그냥 기다립니다.)
30분 정도 걸어서 목적지 근처에 도착하여
번화가에서 혼술리뷰를 할만한 집이 있는지 탐색을 하다가 베스킨라빈스를 보고 아직 쓰지못한 기프티콘이 있다는 사실에
근처에 살고 있는 조카들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아버지 칠순기념으로 5월 말에 단체 가족여행을 한 이후 도통 보지를 못했다.
베스킨라빈스 하나 사들고 가면 애들이 정말 좋아하겠지? 라는 생각에 기프티콘이 뭔지 확인해보니
블록 아이스크림 110ml.
이걸 누구코에 붙이려나 하고 한숨을 쉬고는 시계를 확인하니 밤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잠깐 들러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고는 아이스크림 케익을 가져가겠다고 얘기한다.
누나는 당연히 '뭘 그런걸 사와' 라고 반대했지만, 기프티콘이라고 말하고는 가게로 들어가 1만9천원짜리
라이언 캐릭터 아이스크림 케익을 주문한다.
기프티콘? 당연히 뻥이다.
5분 정도 걸어 누나와 매형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초등학교 5학년짜리 막내 조카가 '삼쫀'을 연발하며 강아지처럼 품에 안긴다.
늦은시간에 죄송하다고 매형에게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매형은 이미 5년전에 우리집 2층에 살며 교류도 자주 했고
가끔은 매형 요청으로 누나네 가서 애들을 보며 잠을 자기도 했으니 크게 불편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애당초 나는 아이들 얼굴만 보고 바로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일이 틀어진다.
매형이 앉으라고 하더니 수박 썰은걸 가져온다.
운동중이라고 한사코 거부해도 수박은 수분이 많아서 괜찮다고 우기신다.
화장실에 있던 내년에 중학교가는 큰 아이가 나와 나를 보고는 역시 강아지처럼 달려든다.
아무리 삼촌 안씼었다. 땀났다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시간이 지나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안아달라고 해도 안할테니 애교부릴때 귀여워해야하겠다는 생각에
큰조카를 안아주고 있는데, 작은아이가 이번에는 조립하다 작살난 미니카를 들고와서 조립해달라고 조른다.
그거 조립하다가 11시..........
그사이 눈부터 파먹힌 라이언 아이스크림 케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조카와 매형은 자고가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다음에 또 운동하다가 들르겠다고 다음을 기약하고 마지막으로 조카들을 안아준 뒤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날씨도 많이 더운데, 안아줄때 만큼은 이 따스함이 왜이리 포근한지....
부디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