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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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좌우명의 기원 '절대는 없다' (1) 2012/06/04 PM 04:37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장담하지 마라. 절대 라는 경우는 없다. 절대 ㅁㅁ할거야 하고 안심하는 순간 일을 그르치게 된다'

즉 무슨 일이 있어도 호언장담하지 말고 만전을 기하라. 라는 경우로 생각하는 것이죠.


이 기원은 게임이었습니다.(...)

때는 06-07년. 제대하고 복학하여 한창 화려하고 행복한.............. 복학생활을 즐길무렵이었습니다.

그때 접한 것이 바로 공포의 웹게임 O게임류.
O게임을 소스를 뜯어고쳐 가속게임(자원, 이동, 생산 모두 천배 가속)으로 만든 개조버전을 접한 저는
그야말로 '악마같은 중독성'에 빠져들어 하루의 대부분을 게임에 접속하곤 했습니다.
(당시 컴퓨터학과였고, 거의 모든 장소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던 환경이라 짬짬히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습니다.)

순조롭게 게임을 진행해 중수 정도의 위치에 오르고 전체 유저 2-300명 중 100위권의 강자가 되어 다른 유저들도 사냥하고 해적질을 해서 약탈하고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는데, 함대력 10위권의 초강자 라이언하트라는 이름의 유저가 저를
'심심해서' 공격해온 것이었습니다.

당시 찾아온 함대는 최강의 무기인 '죽음의별' 40대!!!

두세대만 찾아와도 현 군사력으론 막을 방법이 없었기에 모든 함대를 피신시키고 항복의 메세지와 회군을 절실하게 부탁하자 그 유저는 '이미 들통난데다가 빈행성 가서 털어봐야 먹을 것도 없다' 라며 순순히 군사를 물러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강적의 침공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껴, 새로운 방위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시도한 것이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던 최약의 병기. 기초 무기인 전투기를 10만대까지 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산프로그램을 체크한결과 10만대라면 죽음의 별 40대를 맞서 무승부를 도출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기를쓰고 전투기 10만대를 양성했고(물론 주위에선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을 했었습니다.)
어느날 우주의 최강자 '레드'라는 유저가 공격을 감행해왔습니다.

레드.
그 사람은 당시 가속 웹게임내에서의 절대강자로 알려진 죽음의 별만 300대에 육박하는(다른 함선들은 실시간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정찰이 불가능했습니다.)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던 최강자였습니다.
그에게 찍히는 순간 누구든 멸망을 면치 못했고, 2위부터 10위의 군사력을 모두 합산해도 레드 한사람을 이길 수 없었던 무적의 존재.
게다가 단 1패도 하지 않았던 최강자였습니다.
이러한 최강자가 모두가 잠든 새벽에 저를 공격해왔고 다음날 아침 벌어진 광경은 경악스러운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바로 그 레드가.
무패의 레드가 처음으로 저에게 1패를 당한 것이었습니다.
수천척의 전함과 죽음의 별 100여대를 이끌고 찾아와 전함은 모두 잃고 죽음의 별은 무손실.
이후 턴종료에 의한 판정패였고, 전투기 10만대는 절반정도 괴멸당했지만 어쨌든 결론은 패배.

이 사건 이후 레드의 공격을 연속으로 받고 구석기시대 이후로 문명이 후퇴되긴했지만...
다시금 레드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을만큼 성장하기 위해 전투기를 50만대까지 늘리고
죽음의 별도 40대까지 양산하는 등 하여 전체 함대력이 10위권안에 들어가는 강자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10위권 밖에는 한스라는 극단적인 공격성향의 유저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수많은 유저들이 울고불고 빌어도 공격함대를 절대 빼지 않으며 상대가 욕이라도 한마디 했다간
몇날 며칠을 찾아다니며 멸망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 한스라는 유저하고는 채팅방에서 몇마디 말을 섞은적이 있긴 했는데, 한스의 함대가 급성장하는걸 의식한 저는
'한스님 함대가 막강하시네요. 저랑 정면으로 대결해도 손색이 없으시겠어요' 라고 운을 떠보자
한스는 말하길 '설마요. 그 투기(전투기) 떼거지를 뭘로 박살냅니까 ㅎㅎㅎ'
라며 겸양을 떨길래 '자식. 그럼 그렇지. 지금의 나는 레드가 다시 쳐들어와도 밀리지 않아' 라며 흡족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전 비극적인 아침을 맞이하고야 말았습니다.

레드가 정면으로 쳐들어와도 지지 않는다. 이기진 못해도 절대 지지않도록 고안했다. 라고 자부하던
막강했던 저의 수많은 전투기와 함대가 다음날 아침 단 한대도 남아있지 않던 것이었습니다.

공격로그를 보니 공격자는 바로 한스.

저보다 순위도 많이 아래였던 한스의 함대는 새벽 2시 30분경 본성에 주차해놓은 저의 함대를 공격해서
단 한대도 남기지 않고 파괴시켜버렸던 것이었습니다.

공격로그를 확인해보니 한스는 전투기의 상성상 천적인 순양함을 필두로 엄청나게 많은 수의 함대를 구성해서
일격에 전멸시켜버렸습니다.
그토록 순위로그를 확인해도 한스는 저의 함대력보다 아래였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1:1 채팅창에 한스를 초대하여 궁금한 점을 하나 둘 물어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경악스러웠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깨끗하게 패배했어요.

한스
-ㅎㅎ 본성에서 아예 안움직이시길래요.


-설마설마했죠... 대체 어떤 방법을 쓴겁니까?

한스
-일단 전 님을 4주전 부터 점찍었습니다.
-4주동안 님의 행성 숫자. 달(워프게이트) 숫자. 등등을 모두 파악했죠.


-;;;;;; 정찰당한적도 없었는데.....

한스
-섹터 하나씩하나씩 파악했습니다.
(당시 그 게임은 9개 우주. 각 한개의 우주엔 0부터 499까지 500개의 섹터가 존재합니다. 즉 총 4500개의 페이지를 하나 하나 넘겨가며 그 중에 7개가 있을 제 행성을 다 뒤져본 것이었습니다.)


-........................공격 시간은 어떻게 정하신거죠;;

한스
-혹여나 발각되면 함대를 빼고 도망가실게 아닙니까
-그래서 4주전부터 주무시는 시간을 체크했습니다.


-!!!!!!!!!!!!!!!!!!!
-아니 그걸 어떻게?

한스
-공챗(공용 채팅창)에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를 남기셨죠?
-그 시간이 보통 새벽 두시에서 두시 15분 사이시더라구요.
-4주간 패턴이 그 사이더군요.
-그래서 두시 30분엔 접속안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게임 하나를 하는데도 저렇게 집요하게 분석하고 추적해서 기어이 목표물을 처리해버리는 상대는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한번 짓밟고 나서 끝내는게 아니라 이후 재건을 하려고 할때마다
정찰을 해오며 침략의 공포를 주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게임을 접고 휴식기를 취했습니다.(대략 두달)


당시 거의 무적에 가깝게 준비했던 함대. 절대 지지는 않는다. 라고 자신했던 구성이었으며
그토록 자신했기에 그 게임에서는 필수로 행해졌던 수면시 함대 저속운행(운행중엔 공격받지 못합니다)
역시 하지 않고 본성에 주차를 했었습니다.
어차피 쳐들어와도 못이기니까요.

그런데 그런 방심이 불러일으킨 파국에 비록 게임이었지만, 교훈을 가슴깊이 새겼답니다.

'세상에 절대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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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나니 막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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