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운동하다 저녀석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역 앞의 놀이터에 있는 좀 멍청해보이는 기린 장난감.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이지만, 무시해선 안된다.
멍청해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폭발적인 내면을 지니고 있는 야수같은 본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대략 작년 쯤의 일이었다.
친구와 근처 공원에서 치맥을 하고 바람도 쐴겸 돌아다니다가 저 멍청한 기린 탈 것을 보았다.
난 그만 흥이 돋아
"ㅋㅋㅋㅋ 와 이거 존나 웃기게 생겼다 ㅋㅋㅋㅋ 쁘렌드~ 잘봐라~ㅋㅋㅋ 내가 저걸 신나게 타주마!!!"
라며 술기운을 빌려 기린놈의 등짝에 올라타고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그땐 미처 몰랐다.
저놈이 내면에 그토록 우렁찬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페달을 밟고, 몇바퀴 돌리자마자 나의 힘을 원동력 삼아 녀석은 눈과 목덜미에 박힌 일곱개의 전구를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며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랬다.
놈은 페달을 밟으면 그걸 전력원으로 삼아 조명을 반짝이며 금잔디 동산을 부르는(그것도 상상조차 안될정도로 엄청난 소리로!!!) 무서운 녀석이었던 것이었다.
나와 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라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까지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나야만 했다.
타기전에 신중했어야 했다. 사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금새 알아차렸을 것이었다.
왜 평소에 녀석의 등에 아무도 올라타지 않았는지를.....
오색빛깔 찬란히 빛나는 반짝이 전구를 조명삼아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소리가 나오는 기린의 등에 앉아
페달을 밟을 정도로 용감한 녀석은 한창 가슴속에 호기심과 용기빼고는 없을 꼬꼬마들 조차도 없었던 것이었다.
지금 사진은 얌전하기만 하기 때문에 믿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 역시 불이 잔뜩켜진 녀석의 모습을 찍어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반드시.
반드시 한 사람은 희생을 당해야만했고 감히 나조차도 그 페달을 밟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조용한 사진만을 올린다.
스스로 용감무쌍하다고 여기거나, 담력이 강대하다. 호웅의 기질이 있다라고 여기는 사람은 얼마든지 도전해도 좋다.
단 조건은 메기 1절을 다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전에 도망가면 무효다.
야호 뻘글 뻘글
근데 저 페달을 밟으면 심히 쪽팔리게 되는건 사실.
메기 1절 버티면 용감한 자 인정.
요술망아지 브링크가 용기를 줘도 안될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