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즐겨보던 동물이나 범죄조직 역사 다큐가 왠지 재미가 없어서
여름이고 비도 주룩주룩 오는 철이라 얼마전부터 심령, 귀신쪽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그런 것들을 보다보니 문득 예전에 생각하고 폐기한 소설소재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때 떠올린 걸 이야기하자면 대략 아래와 같다.
나
-들어봐. 세상은 바쁘고 평범하게 돌아가.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에 투자하는 소소한 나날을 보내며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그 존재들이 우리들을 위협한다는건 전혀 알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지.
-그런데 사실 우리의 곁을 떠난 죽은자들. 우리의 조상이나 친구나 사랑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고 죽은자가 되면, 갑자기 돌변해서 우리를 해치기 위해 돌아오는거야.
친구
-ㅇㅇ
나
-그들은 돌아와서 온갖 사고나 재난 혹은 초현상 등으로 산 사람들을 자신들의 세계로 데려가기 위한 사건들을 벌이기 시작하지.
-그리고 그러한 미스터리한 죽음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면서 주인공들을 비롯한 영능력자나 종교인들 비밀결사등은 이러한 사건이 모두 죽은자들이 벌이는 이런 행동이라는걸 눈치채고 이를 막기 위해 싸움을 시작하는거지.
친구
-내용이 너무 뻔하잖아.
-니 콘스탄틴 보고 영향받았지 또?
나
-아니라곤 못하겠는데 뻔한거면 내가 니한테 얘기를 안하지. 좀 들어봐
친구
-ㅇㅇ
나
-근데 사실 죽은자들은 어떤 악한의도나 나쁜 음모로 사람들을 죽이는게 아니었어.
-그들은 죽고나서 깨달은거야.
-세상엔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라는걸.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는걸.
-삶은 그저 세계의 체험판에 불과한거고 죽음이라는 단계를 지나면 인류는 진정한 의미로 각성을 하고 그들의 언어로 '각성세계'라는 곳에 진입하게 되는거지.
-그들이 느낀 이 경지는 정말로 초월적이고 너무나도 엄청난 것이라 다른 인류들도 빨리 그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하는거야.
-즉, 사고를 일으키고 나쁜일로 죽이는게 아니라 자기들 딴에는 '각성'을 시키는거지.
-그래서 그들은 주인공과 싸우다가 퇴치당하면 물러나면서(죽일 방법이 없거든) 항상 이렇게 말해.
-'이번엔 물러가주지만, 잊지마라. 결국 승리하는건 우리들이다. 언젠가 너도 죽게 될거고 그러면 우리들을 이해하게 될테니까.'
-그리고 이 말을 하는건 주인공을 끔찍히 아끼고 모든걸 가르쳐주었으며, 주인공을 대신해 죽은자들의 공격을 받고 죽은 스승이 그렇게 말하는거지.
친구
-오. 스승이 죽어서 길잡이가 되는게 아니라(오비완 같은 식)
-오히려 주인공과 맞선다?
나
-ㅇㅇ
-그리고 사실 그 저승세계에도 온건파와 급진파가 있어.
-급진파는 "이 각성세계도 어디까지나 우리가 체험한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 우리의 동료가 많아지고 우리의 힘이 모이면 이 세계의 한계조차도 넘을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을 기다리는건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의 힘이면 인류를 대재앙으로 절멸시키고 모두 동료로 만들 수 있다."
-온건파는 "각성세계로 오는 것도 충분한 준비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차피 인류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죽는다. 시간은 언제나 우리의 편이다. 너무 과격하게 할 필요가 없다." 라는 것이지.
친구
-나쁘진 않은데, 이거 엔딩을 어떻게 낼거냐.
-해피엔딩은 죽어도 안날거 같은데?
-주인공은 아무리 싸워도 결국엔 헛싸우는거아냐.
-전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진짜 전형적인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겠다.
나
-그걸 안하게 하는게 작가의 역량에 달린거지 --; 솔까 이건 그래서 좀 생각을 많이 해야 할 듯
친구
-일단 준비하던것부터 끝내.
나
-ㅇㅇ 그래야지.
-참 근데 너라면 말야. 진짜 저런 세계가 존재한다고 한다면 말이다.
-이 세상은 찰나에 불과하고 죽었던 할아버지나 조상이 찾아와 '저 너머에 네가 상상도 못한 세상이 있다' 라고 말하면 어떻게 할래?
친구
-정말 그런 환상적인 세상이 있어도 난 지금 이 세상이 더 중요해.
나
-내가 죽어서 찾아오면 어떡할거냐?
친구
-격퇴해야지.
나
-야 이 개객기야
친구
-뭐 이 개객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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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마지막 질문에 어떻게 답하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