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온 후 집에서 쉬면서 다큐멘터리 하나를 틀어봤다.
동물의 역습-늑대-편이었다.
캐나다 북부 숲의 석탄창고 근처에 있던 지질학도 캔터키(22)라는 청년은 창고 부근의 캠프를 지나다가
캠프에서 불과 1km도 안되는 곳에서 습격받고 목숨을 잃었으며, 신체는 갈기갈기 찢겨져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먹히고 말았다.
이윽고 동료들과 경찰이 출동하여 사망 원인을 분석하였고 세가지 가설이 나왔다.
1. 동사했다. 그리고 시체 청소부 짐승(흑곰, 늑대) 들이 잡아먹었다.
-> 영하 3-40도까지 내려가는 해당 지역이지만, 건장한 청년이고 동료들이 수색에 나선건 외출한지 2시간만이다.
동사할 가능성은 적다.
2. 늑대에게 습격당했다.
2-1. 영역을 침범해서 죽었다.
-> 아니다. 해당 지역은 늑대의 영역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보통 늑대는 사람을 두려워해서(하도 많이 잡아죽여 공포가 각인) 영역을 침범해도 위협적인 행동을 안하면 해치지 않는다.
2-2. 부상을 당했거나 만만해보였다.
-> 아니다. 족적을 분석한결과 캔터키는 멀쩡했고 보호장비또한 튼튼했기에 밀렵꾼의 덫에 걸렸다해도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2-3. 광견병걸린 늑대에게 습격당했다.
-> 아니다. 광견병 걸린 늑대라면 죽이기만하지 캔터키를 먹지 않았을 것이다.
3. 흑곰에게 습격당했다.
-> 흑곰한테 죽는 확률은 되게 희박함. ㅇㅇ.
그리하여 다큐멘터리는 여러가지로 열심히 조사를 하는데...
캔터키가 사망하기 3-4일전 창고의 파일럿들이 석탄창고 근처까지 내려온 늑대들을 상대로 사진을 찍고, 위협을 가하고 늑대들이 화를내고 하는 사진이 찍혔다.
결국, 이때 사건으로 늑대들에게 인간에 대한 공포+경계+분노가 복합되어 혼자 산책하던 캔터키를 죽인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는데 문제는 캔터키를 잡아먹은건 절대 늑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캔터키는 첫 발견 후 경찰이 파견된 다음날 발견장소에서 30미터 넘는 장소로 옮겨진후 찢겨져 먹혔는데,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늑대는 결코 사냥감을 옮기지 않으며 그자리에서 먹어치운다고 한다.
또 늑대 한마리로는 절대 성인남성을 30미터나 옮길 수 없기 때문에 더 크고 힘센 동물일 가능성이 제시되는데
여기서 놀라운 발견이 일어나고 만다.
호수가를 따라 흑곰의 발자국이 발견되었으며 시체 분석결과도 곰이 먹은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게다가 곰의 발자국을 추적해보니 석탄창고 부근 1.5km 떨어진 쓰레기장(!)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 쓰레기장은 석탄창고와 근처 캠프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그냥 눈 위에 불도저로 옮기고 그자리에서 태우는 곳이었는데 그 냄새는 근처 모든 야생동물들을 자극했고 쓰레기장 부근엔 늑대, 퓨마, 여우, 까마귀, 곰 등의 발자국이 무수히 발견되었다.
결국, 그 숲의 야생동물들은 쓰레기를 주워먹으며 시골에서도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인간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 공포를 모두 잊게 되었으며, 그럼에도 난폭성과 포식성은 사라지지 않아 캔터키를 잔혹하게 살해하고만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동물의 어떤 점을 주의해야하나' 하는 호기심으로 보던 나는 나레이션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이 모든게 인간의 잘못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버린 쓰레기로 야생동물은 인간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을 잊었고, 또 인간은 야생동물의 위험성과 폭력성을 간과했습니다. 이 점이 바로 전도 유망한 젊은이를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빠뜨린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다보고 나서 뭔가 씁쓸했다.
3킬로미터를 떨어져 있어도 말그대로 눈깜작할새에 쫒아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곰이 한번 휘두르는 손의 압력이 1톤정도라서 한번 맞으면 몸이 날아가는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댕강하고 사라질 정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