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일 휴일.
웬만한 약속이나 일은 저녁에나 있고 아침과 낮은 주로 집에서 딩굴거리기 때문에 윗층 사는 조카들이 삼촌과 놀고 싶다고 찾아 내려왔다.
그러나 아무리 놀아도 8살과 6살짜리 아이들의 체력은 무한인지라 결국 2시간만에 질려버린 나는 조카들에게 적절한 만화영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간을 때우기로 결정하고 목록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폭력적인걸 틀면 누나와 어머니가 난리를 피우니 어린아이들의 동심도 함양시키고 교훈도 건전한 지브리의 만화영화를 틀어주기로 결정!
그중에서도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천공의성 라퓨타를 틀어주었다.
그리고 한창 틀어주는데...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하는 나에게 조카들은 끊임없이 애니의 내용을 물어왔다.
(8살짜리 조카는 자막을 읽을 수 있었으나 각종 용어등이 어려우면 곧바로 물어봄)
우선 8살짜리 조카가 말하길
"삼촌 나쁜놈이 누구야?"
그러자 지난주 쯤에 먼저와서 절반정도 본 5살짜리 조카가 그때 내가 알려줬던 내용을 자랑스럽게-형보다 먼저알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을 우쭐! 하는 것이었다- 말하기 시작했다.
"응! 형아! 저 해적은 나쁜해적인데 사실은 착한해적이래. 맞지?"
나는 적당히
"응 쟤네는 사실 착한 해적이야" 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뭐, 라퓨타에 나오는 해적들은 악당이라기 보다는 개그 혹은 조력자에 가깝고 인정미 넘치는 장면도 많이 보여주지 않는가?
그러나.... 8살짜리 조카는 날카롭게 반격해왔다.
"왜착해?"
"?"
"해적들은 총으로 사람을 위협하고 물건을 빼았잖아."
아무래도 첫 장면의 비행정을 습격하는 장면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 그렇지만 그 총은 사람이 죽는 총이 아니라 연기총이라서 겁만주는거야. 해적들은 보물만 찾으러 온거야"
그러나 그런 논리따위 순수한 어린이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겁을 주고 남의 것을 빼았는거 잖아 삼촌. 착한게 아니잖아요."
.......................................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모니터에선 해적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나쁜놈들인 군인들과 무스카가 나와 "저녀석들이 제일 나쁜놈이야!" 로 얼버무렸지만.......
그외에 라퓨타에 도착해서 무스카가 라퓨타를 지배하고 로봇을 조종하는걸 보고 '왜 착한로봇이 나쁜놈편이 됐어?' 라던가 '라퓨타는 우주로 가서 못찾는거야?' 라던가 하여간 5초에 한번꼴로 질문을 받았다.
그래도 애들은 애들이라서
라퓨타의 위가 안부서지고 남아서 하늘위로 올라간걸 다행이라고 말하길래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보물이 없어지지 않았잖아, 그리고 착한로봇(정원지기)이 살았잖아 라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길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었다.
차라리 토토로나 표뇨같은거 틀어주시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