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 떨다보니 주제가 산으로 가다가 우주로 뻗어서 태권브이까지 가버렸다.
태권브이로 가다가 뻗친 설정은 이런 것이었다.
즉, 주제는 '태권브이의 진실 (True of V)'
기존의 설정을 대대적으로 갈아 엎어서 악역이던 카프박사는 사실 악역이 아니었다.
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즉, 아래와 같이 전개된다.
대한민국 로봇공학계의 촉망받던 인재였던 김박사.
그러나 김박사는 허무맹랑한 거대로봇을 연구했기에 주류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있었다.
이런 김박사의 유일한 이해자이자 동반자였던게 바로 카프박사로, 자신의 외모와 국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카프박사를 위해 김박사는 학회 세미나 자리를 마련해주지만, 정작 카프박사는 자신의 외모로 인한 컴플렉스와 그동안의 트라우마로 인해 모처럼 마련한 세미나 자리를 망치면서 카프박사 본인은 물론, 김박사에게까지 먹칠을 하고 말았다.
김박사는 당황했지만, 카프박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계속 연락을 했고, 소심했던 카프박사는 모든 연락을 끊고 은둔하기 시작한다.
그토록 믿고 지원해주었던 카프박사의 배신에 김박사는 큰 실망과 함께 자신의 미래까지 망쳤다는 생각에 분노를 하게되고 결국 신뢰와 우정은 증오로 바뀌어 카프박사를 격렬하게 증오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대립하고 있던 적국 북한에서 거대로봇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고, 이에 맞서기 위해 대통령 백씨는 김박사를 불러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 시작한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완성된 태권 브이.
그런데 태권브이가 외신과 국민에 전적으로 공개되는 그날, 한강을 거슬러 올라온 거대한 로봇이 여의도로 향하기 시작하는데.......
그 로봇은 바로 카프박사가 무인도에서 은밀히 제조한 로봇이었다.
사실 카프박사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었던 김박사와 대한민국에 보답하고자, 그리고 그간의 잘못을 사과하고자 자신의 연구 성과인 로봇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었다.
여의도 광장에 우뚝 선 카프의 로봇. 그리고 무전을 통해 서울시에 울리는 카프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
그러나 카프의 목소리는 갑작스럽게 울리는 흥겨운 음악에 곧 가려지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서울시 전역에 설치된 엠프를 통해 울리는 정부에서 직접 만들어낸 '태권브이 주제가' 였던 것이었다.
민방위를 연상케하는 5초간의 사이렌 후에 울리는 태권브이의 주제가.
카프박사가 아무리 애타게 자신의 진심을 외쳐도 김박사와 서울시민에게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서울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로봇의 등장과 노래소리에 당혹스러워 했지만 곧, 태권브이가 멋지게 카프박사의 로봇을 파괴하고 대통령의 성명이 이어지자 환호의 목소리를 울린다.
그때까지만해도 카프박사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던 김박사였지만 백통령의 '조국의 적에게 대화는 필요없네 임자' 라는 말과 더욱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말에 김박사 역시 한때 자신의 과오나 다름없는 카프박사를 지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적 '카프박사'는 탄생한 것이다.
이후로도 카프박사는 계속 로봇을 가지고 서울시에 등장하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지만, 카프박사의 로봇이 나타날때마다 울리는 태권브이의 주제가와 전투로봇 태권브이에 의해 카프박사의 목적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리고 서울 시민들은 카프박사의 로봇이 나타날때마다 공포를 느낌과 동시에 울려퍼지는 태권브이의 노래에 안도와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그렇게 카프박사의 로봇이 나타난지 몇달이 지났을 때, 김박사를 도와 태권브이의 동력을 담당하던 남박사는 차츰 그토록 전하고자 하는 카프박사의 메세지가 무엇인지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밀리에 카프박사의 메세지를 분석하던 남박사는 카프박사의 진심과 함께 그의 등장과 태권브이 모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부와 성공을 위해 이용하는 김박사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결국 남박사는 서울시 전체의 엠프 방송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게 되고 한개인을 철저히 짓밟는 정부와 김박사의 정체를 만천하에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 계획을 이미 눈치챈 김박사는 남박사가 장치를 작동하기전에 저지하게 위해 총을 쏘지만, 남박사는 목숨을 잃어가면서도 장치를 가동.
결국 서울시의 모든 엠프는 정지하고 '이제 모든 국민들이 진실을 알게 될거야' 라고 읊조리며 남박사는 희미한 미소를 띄운채 숨을 거둔다.
그리고 곧바로 나타나는 카프박사의 '전투용' 로봇.
그토록 고대하던 카프박사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서울시 전역에 울려퍼지기 시작하는데, 그 목소리는 평소의 사과와 화해의 메세지가 아니었다.
이미 몇번을 반복해도 진심을 받아주지 않는 김박사와 정부, 국민들에게 실망한 카프박사의 증오와 저주가 담긴 목소리였던 것이었다.
남박사의 바램과 다르게 카프박사의 저주의 메세지를 들은 서울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태권브이의 음악이 울려퍼지기를 기대하지만, 태권브이의 음악은 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전투용 로봇을 상대하는 태권브이는 고전하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두려워 떨다가 거리로 나온다.
그리고 모두가 모여 한마음으로 외쳐부르기 시작한다.
정의의 수호신 '태권브이의 주제가'를....................................................
그 모습을 보며 권총을 든 김박사는 씁쓸하게 말한다.
'남박사. 내가 오늘 성웅을 만들어냈어.'
백통령은 말한다.
'역시 우리나라 국민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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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야기도 많고 탈도 많은게 바로 태권브이다.
친구와의 부실한 수다에서 나온 이야기긴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시도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는게 태권브이가 아닌가 싶다.
정말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는데 뭔가 막혀 있는 느낌이 든다. |
그 놈의 욕심이 뭔지 결국 카피 로봇의 굴레를 벗어날 기회를 날려 버렸군요. 표절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