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월요일.
오늘도 출근해서 월요일부터 밀려오는 전화를 받고 팀장님과 이사님이 시키는 일감을 쌓아가며 머리카락을 하나둘 뽑다가 내가 만든 지뢰를 발견하고 아무도 모르게 홀로 해체하는 평소와 다를게 없는 아침이었다.
내가 만든 지뢰를 한창 해체하는데 열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객사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 즉슨 아주 간단하여, '님네 프로그램으로 출고가 저장이 안됩니다' 라는 전화였다.
몇가지 체크를 하다가 재고가 부족해서 안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아주 태연스럽게
'ㅎㅎ 그거 재고가 없어서 그런거네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라고 말해주었으나
..... 그다음 이어진 고객의 목소리에 나는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에 휩쌓이기 시작했다.
'입고 잡았는데여? 직접? 재고 차고 넘쳐요.'
그래서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입고는 분명히 잡혀있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수불에 문제가 있는가 싶어서 수불데이터를 보니 과연 수불데이터에 해당 항목이 들어있지 않았다.
정상적으로는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사항이기에 단단히 긴장하고 DB 트리거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테이블을 누른 그 순간.
나는 정신줄을 놓고 비상 알람을 울리게 되었다.
입고의 트리거가 정지 상태로 되어 있던 것이었다.
잘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게 어떤일인가 설명드리고자 하면, 입고라는 문서를 작성할때 자동적으로 수행하도록 동작이 설정되어 있는데 그 장치가 멈춰있는 것이다.
이게 언제부터 정지되어있는지는 모르지만, 길면 길 수록 수천 수만건의 데이터가 수불에 입력되지 않은 것이며, 이를 복구하는데는.......... 뭐 생각하기 싫어지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나는 일단 신입을 불렀다.
나
-신입씨
신입
-네... 네?;
나
-(또 너지? 라고 말하려는걸 삼키며)
-혹시 요기 요거. 고치시거나 손댄적 있으세요?
신입
-어.. 없습니다;;
나
-진짜로?
신입
-네
나
-알겠어요.
신입이 하지 않았다는 말에 나는 '데이터를 손댈건 나랑 신입씨 그리고 여대리님 밖에 없지 않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의 대화를 듣던 여대리님이 흠칫하며 뭔가를 열심히 타이핑 하기 시작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기 시작한다.......
여대리님
-울프씨... 제가 손댔네요
나
-?!?!?!?!?!?!?!
-아니 나보다 경력도 많고 실력도 뛰어나고 실수도 훨씬 덜하시는 대리님이?!?!?!
여대리님
-지난 주 금요일에 출근해서 뭐 복구하다가 깜빡하고 멈춘거 풀지 않았나봐요;;;;;;;;;;;;;;;;;;;;;
-확인해보니까 들어간 데이터는 얼마 안되네요... 한 3-4건?
나
-그나마 다행이네요;;;
-제가 일단 복구 프로세스는 해놨으니까 제가 복구하겠습니다.
여대리님
-네;;; 부탁드릴게요;;;;;;;;;;;;;;;;;;;;;;;;;
매번 핵지뢰를 터뜨리는 대상이 달라져서 당황했던 하루.
그러나 신입씨는 곧 이사님께 불려가서 혼나기 시작했다.
이사님이 직접 지시한 다른 일을 빼먹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