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조카를 돌볼일이 있었다.
우리 작은 누나의 조카는 각각 초등학교 1학년, 6살 이렇게 두명인데 보통 블록을 조립해서 로봇으로 만들어주거나
(난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린 4륜 건탱크형을 선호하는데 조카는 약해보인다고 수령을 거부하고 나보고 갖고 놀라고 한다음에 전투기로 부순다. 다리는 장식인걸 애들은 모른다니까요! 실제로도 바퀴가 더강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노는데 그날은 이런 상황이었다.
나
-자. 약을 냠냠 안먹으면 손가락이 와서 널 괴롭힐거야.
(*손가락: 내 손가락을 이용한 난쟁이 놀이. 내 손가락이 조카에게 덤비면 조카들은 내 손가락을 주먹으로 찍으며 해치우거나 뭔가 혼내줄 궁리를 한다. 조카들이 너무 막나가면 슈퍼맨 손가락이 왔다는 설정을 부여한다. 당연히 슈퍼맨 그대로의 파워라고 우기기 때문에 조카들을 간지럽히며 괴롭힌다.)
큰조카
-그런데, 내가 마법 천자문을 써서 불화!를 외쳐서 손가락이 불에 탔대!
나
-?!
-하지만 손가락은 마술사 손가락이어서 물마법을 사용해서 불을 막았지.
작은조카
-그래서 번개전! 찌지직 하고 천둥번개가 쳐서 으아아악 감전됐데!
나
-하지만 마술사 손가락은 요술 호루라기를 갖고 있었단다.
-마술사 손가락이 후루룩 하고 불면, 너희의 공격이 사라지는 것이지.
큰조카
-ㅎㅎ 하지만 나는 없을 무! 를 사용했어!
-그래서 호루라기가 사라졌어
나
-?!?! 뭐라고?!?!?!
-그렇다면 마술사 손가락은 마술주문을..
작은조카
-얼음빙! 을 사용해서 입이 얼어서 말을 못했데!
이후 마술 천자문에 의한 지속적인 공격으로 우주관광을 당하고 간식을 먹이며 물어보았다.
나
-근데 우리 ㅁㅁ 그 천자문 다 쓸줄 알아?
작은조카
-난 몰라! 형은 알아!
큰조카
-이게 없을 무 고............
비뚤빼뚤이지만 맞게 쓰는걸 보고 감탄했다.
8살이면 이제 덧셈뺄셈하고 있을 나이인데 만화천자문보고 카드 모으고 하더니 그걸 쓸줄 안다는게 참......
달달달 외우고 시키는것 보다 이런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어린녀석들이 기억력도 좋아서 석달전 가루가 되버린 마술구슬 설정을 들고나오자 '그거 없어진거라고' 항의한다. 대단하다........)
친척동생 : 응. 바람의 나라에서 배웠어 철구 凸
나 :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