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요일 아침.
평소처럼 해괴한 꿈을 꾸고선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있으니 이미 일어나신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오늘은 비도 안오고 날이 밝으니 옥상의 고추를 갈라야겠다. 아들. 옥상으로 올라와라' 라고 하셨다.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목장갑을 끼고 아버지 어머니와 고추를 가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잠시 일어나 허리를 쭉 펴곤, 고추를 몇개 집고 가위로 자르며 이야기를 하는데.....
눈 옆에서 뭔가가 파닥거리길래 별 생각 없이 돌아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평범한 잠자리일 뿐이었다.
정말 평범한 잠자리 2마리가 내 안경 렌즈 바로 옆까지 다가와 짝짓기를 하면서 나를 응시하는데, 그 커다란 눈망울을 보고 나도 모르게 진짜 화들짝 놀라서
"아 씨! 씨씨발!!" 이러며
두어발짝 화들짝 뒷걸음질 치며 점프를 했다.
그리곤 훠이훠이 손을 휘두르곤 어머니의 핀잔 '사내새끼가....$%#$%%#%' 를 들으며 제자리로 돌아오려 하는데 무심코 옆을보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두어발짝 뒷걸음칠친걸 한발짝만 더쳤으면 옥상에서 옆집 마당으로 그대로 다이빙할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옥상 난간은 그야말로 내 종아리 만치도 안오는 높이였으니, 진짜 한번만 더 오버했으면 나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리라.
괜히 개그영화에서 나비나 벌보고 난간에서 떨어져죽는게 아니구나를 실감하며 다시 얌전히 자리에 앉아 고추를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