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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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상?] 결국 보험 친구를 만났다. (8) 2013/10/05 PM 11:28

대략 2년전인가 1년전인가 (글쓴이의 기억력은 심각히 안좋습니다. 소설소재빼고는 다까먹습니다.)

동창 모임에 한번 나오고 그 이후로 연락이 없던 고등학교 동창이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지난주인가 지지난주인가 월요일인가 화요일인가(기억력이 심각히...) 쯤에 갑자기 전화가와

H라이프에 다닌다며 만나자는 전화로 대단히 심기를 불편하게 한 친구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친하지도 않았고, 연락도 아예 없었으며 회사는 보험사에 다니는 친구가 친하게 보자고 하는건 말 안해도 뻔히 보이는 부분인지라 솔직히 화도 났지만, 전화로 거절하긴 뭐해서 저 멀리 10월 5일날 보자고 했다.
(아 저 멀리라고 하니까 9월 둘째주였나 싶다. 물론 전에 글올린걸 보면 되지만 귀찮다.)


그리고 어제 카톡으로도 이친구 나 보험하는거 있으면 설계서 가져오라고 하길래 심기가 더욱 불편해져서
안가져오겠다 답신하고는 오늘이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아 오늘 급하게 출장이 있어' 라면서 안볼 생각이었지만,
나름 나도 영업(휴대폰팔이)을 했었었고, 아예 안보는건 매정할 것 같아 대충 차려입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수원역에서 만나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원래 밤에만 가던 곳이다보니 먹을 곳을 찾다가 그냥 갈비냉면 하는 집으로 들어갔다.

원래 만나기전부터 몇가지 생각을 했었다.

1. 이 친구가 정말 경우없이 가방에서 서류부터 꺼내면 테이블을 엎어주리라.
2. 이 친구가 1번처럼 하진 않더라도 뭐 사달라 들어달라라는 낌새가 보이면 야단을 쳐주리라
(영업안한다고 나한테 말하지않았냐 라고)


그런데 이친구, 가방을 안들고 왔다. 그래서 1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조금 홀가분한 모양새로 보게 되었다.

그러나 대단히 어색한 분위기에 화제도 제대로 못찾는 상황이 시작될 것 같아서 그냥 아예 먼저 찌르기로 했다.


-너 근데 명함 없냐?

친구
-아 지갑을 안가져왔어


-야. 영업을 한다는애가 명함을 안가져오면 어떡하냐. 기본이 안되있네 기본이
-뭐 얘기는 안꺼내더라도 취업했고 그랬으면 명함정도 가져와서 주고 그러면 아 나도 당장은 뭐 여건도 안되고 그러지만 주변에 알아봐줄게 이럴수도 있잖아 ㅎㅎ

그렇게 음식을 시키고 얘기를 하는데, 설계서를 가져와달라고 한건 자기가 그래도 공부를 해서 뭐가 좋고 안좋은지를 봐주려고 했단다.
그외에 뭐 그동안 백수여서 돈도 없고 그래서 나한테도 동창들한테도 연락을 안했다 라고 하는데..... 그건 그렇게 넘어가고 이후 일이 힘든지 그런 평범한 얘기, 업무 분위기, 회사는 어디인지, 주말엔 뭐하는지 등등으로 이야기를 때우다 자리를 바꿔 커피를 마시며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나왔다.

애들한테 평범하게 자주 연락하라고 덧붙이면서...


사실 그 친구가 설계서를 가져오라고 한게 정말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그동안 연락을 안했던게 정말 연락하기 부담스러워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만나본 느낌으로는 별로 나쁘진 않았다.
누구나 입사한지 한달밖에 안된 초짜일땐 다급할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지인들에게 실수 할 수도 있다.
(나에게 연락하기 전에 이미 다른 동창에게 '재테크 관심 없는가' 라고 연락해버린 덕분에, 그친구는 사실 블랙리스트에 올라온 상태였다.)

하지만 적어도 계속 연락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 그동안 백수로 지내다 취업했어. 축하해주라.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 라고 얘기라도 해줬다면 다들 이렇게 어려워하진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연락을 계속하고 친분을 유지했다면, 어렵고 힘들어할때 직접 도움은 못주더라도 이야기는 들어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이야기도 들어줄 사람이 없어지게 되버렸으니 말이다.



만난 이후의 내용을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대충 말하고 평범하게 연락하면 어떡할거냐는 말에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나도 다를 건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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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맨    친구신청

안쓰러웠던 것 중 하나가 백수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원래 영업이 적성에 안맞는지는 모르겠는데....... 말에 힘이 없었습니다. 영업의 기본은 자신감인데..... 그리고 눈을 못맞추는게....... 과연 잘해나갈지 걱정이되네요.

메리재인    친구신청

중요한시기에 친구만나는데 시간을 소비하고
자신감마저 없다면 일주일안에 그만둘거 같습니다

메리재인    친구신청

글 내용중에 그 친구라는분이 절대 해선 안될실수가 나오네요

울프맨    친구신청

'재테크 관심 없는가' 이부분 말인가요

메리재인    친구신청

지인영업을 시도하는거 부터가 우선 최악이구요
지갑을 안가져오는것도 심각
신입이 조언을 해주겠다는것도 문제
왜 만나자고 한건지 정확히 말하지않은걸봐서
뭔가 꺼내려다가 말을 안한거같구요
재테크관심없냐고 먼저 던질거였다면
먼저 뭐라도 해야죠
재테크관심있으니까 네가 해달라는대로 해줄께^^
이럴사람은 없으니까요

울프맨    친구신청

그렇죠 뭐.
참고로 지갑을 안가져온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좀 있는게 카드는 가져와서 계산은 하더라구요.

아무튼 그외 부분은 다 공감이 갑니다.

神算    친구신청

근데 참... 직업이 있는 입장에선 "연락은 유지해야지"라고 말하기 쉬운데..
친구들은 다 뭔가 하고 있는데 나는 잘 안돼서 어영부영하고 있으면..
사실 그런데도 "친구 만나는건 만나는거지! 친구끼린 그런거 없지!"
이렇게 생각하긴 또 쉽지 않습니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잘 안되고 있을때, 친척들도 만나기 껄끄러운 기분이랑 같겠죠.
뭐 한마디라도 핀잔섞인 말이 나오거나 "열심히 하면 되지"류의 얘기라도 나오면 점점더 그게 심해지고..

뭐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남의 일은 쉽게 생각해서 판단해버리는건 사실 다들 마찬가진거 같기도 하고요.

SKY만세    친구신청

전에 울프님 글 봤는데..초반에 말만 잘했어도 괜찮았을텐데....

저도 어쩌다보니 지금 취직한 회사가 영업이 필요한, 크게 보면 대인관계와 처세술이 중요한 업종인데, 울프님 친구를 통해 내가 보완해야할 장점과 단점들이 다시 떠오르게 되네요..흠...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에피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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