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요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이녀석도 호텔에서 처음 봤는데, 처음 본 순간의 느낌은 '뭐지?'였습니다.
안좋은 의미의 '뭐지?'가 아니라 새롭고 신기한 것을 처음 본 충격에 나온 느낌입니다.
그때까지 소주라하면 녹색병의 싸구려 알콜이 코끝을 스치는 그런 것이었는데 얘는 병부터 다릅니다. 마치 스킨 로션병처럼 길게 늘린 원통형 유리병을 불투명으로 만들고 병에 학을 한마리 띄운뒤 멋들어진 글씨로 <화요>라고 적어 놓은게 마치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선비가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소주임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기운을 풍깁니다.
맛 또한 그렇습니다. 시중에 떠도는 녹색병은 그저 취하기 위해서 알콜의 기운을 내뿜는다면 화요는 맛있는 한 잔을 내밉니다. 감미로운 향기는 머금은 액체는 입안에 들어온 순간 앙칼진 손톱으로 위협하지만 이내 그 안에 숨겨둔 달콤한 내음을 내 콧 속에 밀어넣으며 이전에는 맛 본적 없는 진정한 의미의 소주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고량주처럼 독하게 입안에 들어와도 그와는 달리 깔끔하게 목 뒤로 넘어갑니다. 마치 이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나를 더 느끼고 싶다면 그 잔을 계속 들라는 듯이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알콜 도수가 만만치 않습니다. 소주는 본디 증류주이기에 화요의 기본 도수는 25도 입니다. 계속 마시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도수죠. ㅎㅎ
다행히 화요를 제작하신 분은 고지식하신 분이 아니라 진정으로 술을 좋아하신 분이기에 25도 외에도 순한 술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17도를, 소주 본연의 맛을 원하는 분들을 위한 41도를, 위스키와 같은 깊고 진한 맛을 찾는 분들을 위해 41도를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화요X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찾아보니 53도도 만들었더군요. 요건 안마셔봤지만 넘어가겠습니다. 비쌀것 같아서요. ㅋㅋㅋ
화요 홈페이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화요를 만든 회사는 술과는 전혀 관계없을것 같은 <광주요>에서 만들었습니다. 전통 그릇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고, 또 역사도 깊은 회사인데, 열심히 그릇을 만들던 중 여기 대빵이 불현듯 외칩니다.
"왜 우리 나라에는 좋은 술이 없느냐!!"
전통 그릇을 복원하며 만들다보니 그 그릇에 담기는 음식에 대해 연구하게 되고 그 음식을 연구하게 되니 필연적으로 술에 대해서도 연구하게 되었고 돌아보니 우리나라 주류 시장에는 술같지도 않은것들이 술 행세를 하면서 판을 치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필 받아 장인정신으로 만든게 화요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술에 소주(燒)의 한자를 붙여 화(火)요(堯)라고 이름지은겁니다.
외국의 수많은 위스키나 전통있는 맥주에 있던 장인정신이 가득 담긴 스토리가 있는 술. 그것이 화요입니다. 그러니 맛있고, 그래서 계속 생각날 수 밖에 없는 술이죠.
다만 아쉬운건 시중의 일반 술집에서는 높은 가격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어서 대리점이나 마트에 가서 직접 사야할 정도로 희귀한 술입니다. 이름있는 호텔도 있는지 확인하고 먹으러 가야하니 말 다했죠. 그런데 이야기 들어보니 화요17은 골프장 접대주라고 하던데 제보 부탁드립니다.
좋은 증류주는 마시고 싶고, 위스키는 비싸다하시는 분은 꼭 한번 드셔보세요. 각 버전별로 따로 꼭 드셔보세요. 이런게 소주구나....하실겁니다. 먹은만큼 느끼는거죠 ㅎ
청주 같기도 하고 좋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