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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독서 일기. [범죄의 해부학] (1) 2011/05/30 PM 09:57
※ 범죄의 해부학. p.149 ~ p.642.


우선 다 읽은 소감은 ‘피로하다.’ 책을 읽다가 지치는 경우는 요번이 처음이지 싶다. 저번 독서 일기에서 적은 데로, 이 책의 순서는 정당 살인 혹은 정당방위적 살인의 1단계부터 ‘고문이 주요동기가 되는 사이코패스적 고문 살인자’의 22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말인즉슨,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악의의 심연’에 도달한 일들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고비는 책 두께의 5분의 1지점이었다. ‘만삭 임산부에의 태아 강탈’에 대한 내용이었다. 도구에 대해서는 차마 쓰기 힘들다. 특이점으로는 범인은 모두 여자이며, (통계로서 집계된 범인의) 국적은 전부 미국이라는 것이다. 이 내용이 1/5 즈음의 내용이었으니, 그 뒷이야기는 상상에 맡기겠다. 단,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하튼, 한참을 독서하는 중에 어머니께서 내 얼굴을 보시고 하신 말씀이, ‘무슨 일 있니? 굉장히 지쳐 보인다.’ 였으니 내 정신적 피로감을 굳이 세세하게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의 미덕은 살인자 중, 지역사회에 ‘복귀 가능한 자’와 ‘복귀가 불가능한 자’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에 있다. 이 말은 되려 이중적이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잠언적기준이 첫 번째요,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범의 위험이 확실히 예상되기에 ‘반드시’ 격리할 필요가 있는 인간도 존재함을 반증한다. 또한 연쇄살인의 발생 징후를 정확히 분석하여 ‘죄’를 짓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평가 받을 만하다.


사이코패스적 연쇄 살인의 행동분석학적 징후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방화’이며 둘째는 ‘동물학대’, 셋째는 ‘야뇨증’이다. 방화를 투사에 의한 (타인과 다른) 전능성 확인, 동물학대는 ‘생명’에 대한 물질화라 생각될 수 있는데, 세 번째 ‘야뇨증’은 의문스럽다. 물론 실제 연쇄살인자에 대한 귀납적 분석이어서 당위성보다는 ‘증거’로서 판명된 점이기 때문에 증상의 가치판단까지는 무리겠지만, 조심스럽게 분석하자면, 금기로 되어있는 일정 행동에 대한 약해진 ‘억제력’의 증거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읽다가 놀라운 점은, 연쇄 살인자들의 다수가 ‘가난’과 ‘학대’의 발생적 · 후천적 요인이 있었음이 밝혀졌지만, ‘불리한’ 요건이 전혀 없는 일반적인 환경을 누린 자도 반사회적 성격과 폭력으로 점철된 일탈 행동의 소년기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흔히 생각하는 나쁜 환경을 넘어선 근원적으로 ‘나쁜 씨’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국 명백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한 단원을 모두 할애하며 중요하게 여긴 것처럼, ‘태생과 환경’ 모두 결정할 수 있는 ‘부모’의 ‘책임감’이 무엇보다 우선된다는 당연한 사실이다.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지표를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성격 기질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 양식적 측면이다.

제 1요인(성격, 기질)
1. 달변과 외적 매력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
2. 과장된 자존감
3. 병적인 거짓말
4. 사기를 잘 치거나 사람을 능숙하게 조종함
5. 후회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함
6. 정서적 무반응(깊은 감정을 드러내지 못함)
7. 냉담함, 공감능력 부재(동정심의 부재도 포함)
8.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느끼지 못함

제 2요인(행동 양식)
1. 남에게 기생하는 생활 방식
2. 행동 통제력이 떨어짐
3. 현실적이며 장기적인 목표의 부재
4. 충동성
5. 무책임함
6. 미성년 범죄
7. 유소년기의 문제행동
8. 자극 갈구, 권태
9. (수감된 사람의 경우) 가석방을 위한 조건 위반

그 외의 기질
1. 성적 문란함
2. 범죄적 능력이 다양함(협박과 사기, 절도, 도주, 납치, 기물 파괴, 강간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전적이 있다는 뜻)
3. 여러 차례의 짧은 결혼(혹은 사실혼)생활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제 1요인에 해당되는 성향을 보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그 성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1요인은 사이코패시의 정수라 표현된다. 흥미로운 점은, 천성적인 면이 존재하기에 사이코패스는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는 점 또한 일부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이코패시에게도 ‘사회의 일정한 룰을 어기지 않고 적응해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 자신에게 장기적 이득임을 후천적으로 교육시킨다면, 그도 충분히 인지하고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삶을 마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연쇄살인범의 위험인자 요소에 대한 나열이다. 이를 마지막으로 마친다.

1. ‘천성’과 관련된 항목
- 정신질환(정신병적 증상이 수반된, 중증질환)
- 정신분열증
- 조울증(특히 조증)
- 자폐증 또는 아스퍼거 증후군(지능과 언어발달은 정상이나 사회생활이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유사 자폐장애)
- 망상 장애

2. 정신과적 질환(비교적 경증의 질환, 정신병은 제외)
- (과잉 행동장애를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은) 주의력 결핍장애
- 알콜중독(가족 또는 유전적 성향)
- 간질병(예를 들면 측두엽 간질)
- 성욕과잉(어렸을 때 과다 자극을 받지 앟은 경우에 한함. 태아기에 테스토스테론이 지나치게 분비되어 성욕과잉이 되는 경우도 있음)

3. 인격장애(유전적 요인은 인격장애의 원인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 반사회성 인격장애(주로 남자)
- 사이코패시(주로 남자)
- 분열성 인격장애(냉담함이 특징, 주로 남자 발병)
- 가학성 인격 장애(주로 남자)
- 편집성 인격 장애
- 충동-공격성/간헐적 폭발성 장애(공격적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상황과 관계없이 심각한 파괴적 행동으로 본노를 터뜨리는 것)

4. ‘양육’과 관련된 항목
- 부모의(혹은 보호자의) 잔학 행위/ 신체적 학대
- 부모의 심각한 방임 / 유기
- 부모의 심각한 언어 학대 / 모욕행위
- 부모의 죽음
- 성장기에 아버지 부재
- 아이가 16세에 이르기 전 부모의 이혼
- 입양됨
-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
- 부모의 성적 학대/유혹, 그에 따른 성욕 과잉증
- 뇌 질환 또는 뇌손상 - 특히 전두엽에 주는 손상
- 폭력적인 TV프로그램에 몰입 - 심리적으로 취약한 어린이의 경우

5. 두가지가 혼합되거나 혹은 원인이 불분명한 항목
- 성도착(관은즘, 성적 가학증, 결박에 대한 환상, 노출증 등)
- 부정적인 청성 및 양육 요인에 의한 ‘부작용’
- 청소년 비행
- 약물 남용(특히 코카인과 메탐페타민, 엔젤더스트)
- 알콜중독(유전 영향으로 중독되지 않은 경우)
- 유년기품행장애(ADD나 조병의 초기증세같은 선천적 장애 혹은 부모의 학대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한 장애 모두 뜻함)
- 동물 학대와 방화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
- 10대 청소년기에 저지른 강간 또는 다른 형태의 성폭력



PS. 총기 대량 살인의 1, 2위는 놀랍게도 한국인, 한국계이다. 사상 최대의 총기 대량 살인 사망자수는 57명으로, 1982년 한국의 우범곤순경이 저지른 사건이다. 우범곤 순경은 약혼녀와 심하게 싸운 뒤, 경찰관으로서 본분을 잊고 경상남도 의령군의 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사람을 사살하고 마지막으로 자신도 자살했다. 두 번째는 몇 해 전 떠들썩했던 ‘조승희’씨로, 그가 23세인 2007년 4월 16일에 폭발했다. 조승희는 ‘너희들이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메모를 남기고 31의 학생과 1명의 교수를 총으로 쏜 뒤 자살했다.(아스퍼거증후군이 주된 원인 추측된다)


Ps2. 위와 같은 범주에서 이원복 교수의 설명을 추가하자면(먼나라 이웃나라 한국편), 한,중,일 삼국을 단 한(1)자로 표현한다고 한다면, 중국은 一, 일본은 和, 한국은 忠이라고 했다. 여기서 충은 군신간의 충성이 아니라 일정 대상에 대한 맹목적 쏠림현상이라고 한다. 한편 단재 신채호 선생님께서도 '외국에서 사상이나 이념이 들어오면, 조선의 사상 조선의 이념이 되어야되는데 사상의 조선, 이념의 조선이 되니 이는 경계해야 한다.'라고 하셨는데, 이도 한국인의 극단성에 대한 시사점을 지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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