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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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독서 일기. [현대 정치의 겉과 속] (0) 2011/06/02 PM 11:34
※ 현대정치의 겉과 속, 강준만. p.149~p.312(주석과 참고문헌까지는 읽지 않음)


저번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강준만의 책은 서문부터 차례, 용어설명,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까지 모두 곱씹어 볼 만한 몇 안 되는 책이다. 대개 인문학(특히 정치, 사회, 미디어)의 서적들은 방금 말한 부분에 취약하기마련인데, 이는 각 저자의 게으름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워낙 방대한 내용이 초를 다투어 쏟아 부어지기 때문이라고 봐야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세밀하게 구성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것은 ‘강준만집필팀’의 구조 · 분업화된 노력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미덕은 집필내용보다 집필관점에 있다고 본다. 몇몇 분들은 한창 때의 강준만을 집중한 나머지 그를 ‘전형적인 호남언론인’이라고 규정짓는 데, 내가 보기엔 ‘폄훼’라고 밖에 보지 못하겠다. 왜냐면, 현재 강준만 글쓰기는 그의 집필 동력이 ‘분노’에서 ‘재미’로 바뀐지 오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준만의 분노적 글쓰기는 화려했다. 일인미디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오히려 과소평가라고 평가될 정도로 그의 글은 파급력이 컸다. 오죽하면 ‘조 · 중 · 동’이라는 거대언론세력과 맞짱 뜨는 개인이라 평가될까? 여튼 그런 그가 방향을 틀었다. 당장 이슈가 되는 시사적 글쓰기를 버리고 큰 틀에서, ‘시스템 밖에서 시스템을 보자.’라는 식의 이른바 ‘건설적 양비론자’가 된 것이다. 아무래도 개인이라는 한계에 사회에 대한 분노를 성찰과 관조로 넘긴 탓일 것이다. 오늘 독서일기 대상인 [현대정치의 겉과 속]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집필된 책이다.


다시 보는 책이기에, 책 내용을 주저리 말하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 간략히 서술하겠다. 이 책의 제목이 ‘현대 정치’인데 반해 실상의 내용은 ‘한국 정치’에 관한 내용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형화된 관점을 버리고 ‘한국 정치의 특징이 과연 무엇이냐?’에 대해 논의 했다. 그는 한국정치의 특색을, 소용돌이민주주의, 쏠림 민주주의, 욱 민주주의, 우뇌민주주의, 심정민주주의, 홍수민주주의, 바람민주주의라 규정하지만 그 스스로 말했듯이 이는 하나의 집단 동인에 대한 현상적 기술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위 모든 민주주의의 공통점은 ‘뿌리 얕은 민주주의’로 귀결된다고 본다. 큰 바람은 잘 타지만, 개별 이슈에 따라 여론이라는 가지가 너무 흔들린다는 것이다.


강준만은 이번 저서에서 이 ‘뿌리 얕은 민주주의’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원인을 분석하고 주요 동인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분석을 사용하여 범주를 내고 결과를 추렸다. 당파적 이해 없이 말이다. 앞서 이 책의 미덕은 ‘관점’이라 했는데, 이는 인용문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최장집, 조국, 복거일의 인용을 모두 싣는 한국정치학 관련 도서가 과연 몇 권이나 될까. 집약된 주제에 대해 명망 있는 많은 논객들의 말을 대부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결코 흔치 않다. 정치초보의 교양도서로는 결코 손색이 없다. 특히 ‘정치가 마냥 그렇지’등의 ‘그 나물의 그 밥’론을 펼치는 냉소적인 대중들은 모두 한번쯤 읽어봤으면 책이다. 이 책 마무리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민주시민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으로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가할 깜냥은 전혀 못되지만 할 수 있다면, 조심스레 별 다섯 개를 줄만한 책이다.




Ps. 한바탕 풍파를 겪고 결정된 '이달의 책'. 좀 있으면 오네요. 내용이 무척 궁금합니다. 다음에는 이달의 책에 대한 프리뷰를 할까 싶네요.


Ps2. 저번에 '사상이 들어오면, 그것은 조선의 사상이 아니라 사상의 조선이 된다.' 라는 발언을 도산 안창호 선생님께서 하셨다고 인용했는데, 혹시나 찾아보니 역시나 틀렸네요.;; 단재 신채호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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