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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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짧은 독서 일기 [드래곤 라자] 외 (6) 2011/06/23 PM 07:49

다음 내용도, 대학 때 쓴 글입니다. '치기'가 여기저기 묻어나네요;;
이 맘때 쓴 문장은 왜 이렇게 대담무쌍한지 모르겠습니다. '혈기'인가요? =.='




「드래곤 라자」, 이영도

교양도서 소개에 뜬금없이 판타지라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훌륭한 소설에 대한 조건은 꽤나 많으나 몇 가지 추린다면, 작품성, 시대반영, 재미를 첫 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의 재미는 주관성이 충만한 분야라 평가가 어렵다고 한다면 전자의 둘은 비평과 고찰로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드래곤 라자의 작품성은 작품말미에 이례적으로 대학 교수의 비평이 실렸다는 상징적 사건이 말해주듯이 현재까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판타지 문학은 지독히도 유희적인 문학 장르의 일종이다. 꽤나 먼치킨인 주인공이 모험을 떠난다는 지극히 고만고만한 골격에서 그 태생적인 한계를 지적할 수 있으니 사실 작품성을 논하기에 난감한 면이 있다. 하지만 드래곤 라자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라는 극중 인물 핸드레이크의 말로 표현되는, ‘나’의 의미와 가치, 중요 설정 ‘드래곤 라자’가 가지는 ‘나’와 ‘타자’와의 의미 등. 비평가의 말의 빌리자면, 이 두가지 철학적 화두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답을 위해 판타지 장르가 이용당했다고 평가될 정도이다. 작가의 주제의식이 작품전체에서 매우 명료하게 지속적으로 드러난다는 것도 호평 받는 요소이다.

작품성에 대한 논의는 이쯤으로 하고, 사실 이 작품의 가치는 시대적 상황에 비출 때 더욱 높이 평가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드래곤 라자가 하이텔에 연재되기 시작한 시기는 90년대 후반 「퇴마록」의 이우혁을 필두로 한 전자 문학이 이제 겨우 발아하기 시작한 때였다. 당시 판타지란 말그대로 아이들 문학이었다. 하지만 드래곤 라자 발간 이후 출판계는 판타지를 새로운 문학 장르로 인식했다. 그 덕에 한국 판타지 문학 1세대 작품이라 평가받는 「하얀 로냐프강」, 「불멸의 기사」, 「세월의 돌」등이 연달아 출간되어 한국 판타지 장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드래곤 라자의 덕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기폭제가 되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논문 잘 쓰는 방법」, 움베르트 에코

대학생 필독서라는 광고 문구가 절대 과장이 아닌, 그야말로 필독서이다. 제목에서 강변하듯이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졸업 논문을 잘 쓸 수 있을까?란 기본적인 질문에 에코의 조언을 바탕으로 쓰여진 안내서이다. 주로 인문 학도를 위한 내용이긴 해도 그 본질은 학과를 초월하여 모두에게 좋은 지침이 되리라 생각한다.

한국 대학에서 졸업논문은 지극히 형식적이다. 취업이 대학 본연의 취지를 삼켰든. 졸업논문도 같은 궤도에서 공회전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코는 졸업논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코는 졸업논문을 졸업 이후 탐구하는 삶의 훈련으로 평생 학습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내가 졸업 논문을 쓸 때 기술적인 문제보다 정신론에서 많은 지침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대학 논문은 대부분의 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처음 내는 책이다.’

여담으로, 나는 이 문구에 괜시리 자극받아 남들 쉽게 내는 학사 논문에 꼬박 3개월을 투자했다;;




「민족주의를 말하다」, 탁석산

탁석산의 글을 도발적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어폐가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만큼은 그는 도발적이다. 우리는 은연중에 민족주의라는 사상이 뚜렷이 인식만 되어있지 않았지 유구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져온 전통과 같은 무엇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에 반기를 든다. 우리에게 민족이란 개념은 1902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단언한다. 한국의 민족주의의 시작은 대한제국의, 즉 왕조의 대체물로서 식민 정책에 반기를 들기 위한 도구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는 꽤나 불쾌한 생각이다. 민족주의가 바로 애국으로 인식되는 극단적인 e세대에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은 이러한 생각을 매국으로 매도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민족과 민족주의를 나누고, 민족주의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국가주의를 내세운다. 이는 통일과 그 이후를 숙고한 사고이며, 현 세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표지(標識)를 제공한다하겠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국어와 그 표기법이 대체가능하다고 본 관점으로 국어 전공자로서 반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이외수를 수식하는 말로 천재, 기인 등의 단어가 많지만 이 책에서 그는 언어의 연금술사이다. 간략히 말해 이 책은 글쓰기 지도서이다. 사실 글쓰기는 몇몇 천재를 제외하고는 노력의 범주이다. 이문열이 습작기 시절 한 가지 사물을 스무 가지의 표현법으로 묘사했었다는 사실은 글쟁이들에겐 꽤나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즉 바꾸어 말하자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그 갈래가 어떠한 것이라도)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막연하지 않는가? 이 책은 그 막연한 과정에 길을 제시한다. 우리가 제도적 교육으로 인해 지식뭉텅이로 놓아두었던 비유, 강조, 변화법에 대해 친절히 그것도 실질적인 쓰임을 전제로한 예문과 함께 소개해주고 있다. 글쓰기가 약한 대학 새내기에게 필독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 가지 충고해 주고 싶은 건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보기엔 쉬워도 하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Ps. 드디어 방문자 수가 만명이 넘었습니다~~`. 경사 났네요~~~. 기대하시지는 않으시겠지만, 다음에는 근 한달 간 업로드한 '독서 일기'에 대해 약간의 소견을 덧붙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훑어 보시고 가시는 분들의 약간의 참여도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사실 읽어 주시는 것 만해도 감사할 따름이죠;;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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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팬티    친구신청

판타지 1세대의 최고봉은 데로드데블랑이라고 보는데

trowazero    친구신청

이영도씨 필력은 상당하죠. 특히 묘사력은; ㄷㄷ
눈마새 보면서 감탄했었습니다. 드래곤 라자때는 초창기 작품이라 그런지
표현력 같은 부분에선 아무래도 좀 어설픈 면이 있죠. 재미 면에선 최고라 할 수 있지만..

雷神    친구신청

데로드 앤 데블랑도 좋았지만 1세대하면 역시 탐그루!

꼬라박지호    친구신청

오리지날팬티// 현재까지 한국 판타지 문학 중에 국정 교과서에 본문으로 올라간 유일한 작품인 걸 감안한다면 드래곤라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D&D가 좀 가벼운 느낌이 나고 (특히 3부) 주제의식 및 문장력에서 아무래도 D&R이 낫다고 봅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은 다 다르고 각 취향 모두 존중 받아야 옳겠죠.

Saintair    친구신청

어떤 분의 의견으로는 드래곤라자의 주제의식이 '나는 단수가 아니다'가 아니라 작품 후반부 핸드레이크의 한탄인 '그리고 드래곤라자 마저도......'라는 부분에 있다고 하는 분도 계셨죠...
허나 결론은 나와 타자와의 의미로 보면 동일한 부분이겠죠...말 자체의 의미는 정반대이지만...

꼬라박지호    친구신청

Saintair// 그죠. 그 자아의 개체적 분리의 필연성과 자아의 맹목적 타아 동일시. 둘 사이의 미묘한 부분을 탄탄한 구성과 수려한 필체로 풀어 냈죠. '은하영웅전설'처럼 나이를 먹고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란 느낌이 또 새록 드는 몇 안되는 작품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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