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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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독서 일기. 스마트 월드, 리처드 오글. (2) 2011/06/24 PM 11:25


한 달 독서량을 채우고 추가구매를 고려함은 우선 기쁘고 한편으론 안타까운 일이다. 목표 달성이란 금빛 플랑을 머리 위에 거는 것까지는 뿌듯한데, 홀쭉한 지갑의 배를 보면서 ‘저 놈도 먹을 게 좀 있어야 될 텐데…. 주인을 잘못 만나 항상 여위어있구나’싶어 안쓰럽기 그지없다. 여하튼 요번 달은 희한하게도 책을 다 읽었다. 시간에 쫓겨 숙제 하듯 읽는 경우가 태반인데 말이다. 생활비에서 오만원정도가 도서 구입 예산으로 책정되는데 이달은 반값도서를 사서 좀 남기나 싶더니 결국 쓸 돈은 어떻게든 쓰인다는 ‘월별지출불변의 법칙’이 어김없이 적용되어 버렸다. 여자친구의 잔소리는 어떻게든 다 듣는 이유가 있다는 좀스러운 자괴와 함께 말이다.


사실은, 좀 가벼운 책을 선택할 생각이었다. ‘만화 미국사’처럼 내용은 무겁더라도 읽기는 편한 책처럼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 읽었던 ‘링크’란 책이 워낙 흥미로서 결국 그 연장선상에 있는 부류를 구입하기로 했다. 목차와 간략 평만 보고 구입하긴 했는데, 훑어보니 의도한 바대로 단계적 독서가 가능할 것 같다. ‘링크’가 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고찰을 기술한 책이라면, 요번 책은 앞선 고찰에 비추어 세계를 흔든 ‘창발적 발상’을 소개하고 그 예시의 주인공들이 어떤 방법으로 ‘혁신’을 이루었는가에 대해 분석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만날 서설이 긴데, 이번 추경 도서는 바로, ‘스마트 월드’이다. 좀 더 자세한 소개를 위해 목차를 간략히 예시할까 한다.









※ 스마트월드, 리처드 오글, (주)웅진씽크빅, 2008.


1장 사고의 확장
2장 함께 사고하는 공간 이성과 상상력
3장 천재, 상상력 그리고 사고의 본질
4장 언덕 위의 바보들, 티핑 포인트의 법칙
5장 적자가 더 적합해지는 이유, 적익부의 법칙&적익적의 법칙
6장 창조성의 수학적 생태학, 자연발생의 법칙
7장 섹스와 독신 인형, 길찾기의 법칙
8장 다르게 생각하기, 핫스팟의 법칙
9장 위험의 네트워크 역학, 좁은 세상 네트워크 법칙
10장 상상력의 승리, 통합의 법칙
11장 로봇과 시인 최소, 노력의 법칙
12장 리더십, 상상력, 위험을 무릅쓰는 기술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대략 추측이 되지 싶다. 정리한다면, 사고의 본질과 전개 방식, 문제 해결에 대한 도약적 상상력, 여러 분야를 얽어매는 직관, 직관의 결과를 꿰뚫어 정리하는 통찰, 그리고 그 통찰을 사실과 결부하는 분석적 추론에 대한 기술이다. 더불어 저자의 집필 목적은, 이와 같은 일종의 사고 경로가 제멋대로이거나 불가해한 것이 아니라, 이 사고 시스템에 대한 과학인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사고발달에 따른 자기 변화 경로의 궤도가 일종의 법칙성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함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책의 주된 기조는 ‘링크’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론의 응용편이라고 해야 할까? 만약 흥미가 있다면, ‘링크’를 먼저 읽고 나서 읽기를 권한다. ‘스마트 월드’에서도 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있긴 하지만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순차적 기술은 아니다. 네트워크 이론의 아홉 가지 중점을 소개하고 그에 맞는 ‘case by case’를 덧붙이는 방식이라 아무래도 ‘링크’의 친절한 교과서적 집필 양식과는 엄연한 수준 차가 있다. 구입에 감안 하셨으면 한다.


※ 스마트월드, 리처드 오글, (주)웅진씽크빅, 2008. P.5 ~ p.104


막상 구입을 하고나니, ‘감사’가 닥쳐서 며칠간 몇 페이지 읽지도 못했다. 집에만 가면 몰려오는 졸음을 이길 수 없으니 아~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꼬라박지호’다;; 그래도 꾸역꾸역 2장까지 읽었는데, 주요 부분을 발췌하여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0여 년 전 저명한 철학자, 신경과학자, 인공지능학자, 기타 사고/뇌과학 관련자로 구성된 영향력 있는 연구자 그룹은 인간의 사유가 정확히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아 보는 좀더 깊이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머릿속에서 사고가 이뤄진다는 ‘MITH(mind-inside-the-head)'모형을 심도 깊게 탐구한 후 결론을 내렸고 결과를 학회지와 학술지 등에 발표했다.


“인간의 사고는 머릿속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이 한마디로 앤디 클라크는 데카르트 이후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인간 정신에 대한 기본 가정을 대담하게 깔아뭉갰다. 에든버러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클라크는 일련의 책과 논문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사고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훌륭하게 집대성 했다. 그리고 여기에 ‘사고의 확장(outing the mind : 외부적 영향에 의해 감춰졌던 진실을 알게 되건, 틀에 박힌 사고에서 탈피해 사고의 폭을 더 넓히게 된다는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말)’이라는 재치 있는 개념을 붙였다.


클라크의 핵심 포인트는 간단하면서 급진적이다. 인간의 두뇌는 우리가 날마다 맞닥뜨리는 정보 과부하 또는 일의 복잡성 때문에 외부의 일정한 도움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능을 덜 쓰고도 성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조화하는 데 지능을 사용한다. 우리의 뇌가 세상을 똑똑하게 만들어놓으면 우리 자신은 좀 우둔해져도 안심할 수 있다.” 즉, 우리의 뇌는 좀 더 게을러도 생존 가능하게 진화하는 셈이다.


예를 들자.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초크를 일일이 손으로 조정하고 기어를 바꾸고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야 했다. 즉, 운전도중 상황이 바뀔 때마다 어떤 처방을 내릴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다는 말이다. 지금은 컴퓨터 통제 메커니즘이 자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인공물이 인간의 생각을 점차 담보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뇌는 인지적 임무를 환경 그 자체에 가능한 한 많이 떠넘기는 습성이 있다. 이와 같이 테크놀로지가 낳은 인공물이나 시스템이 대신 사고하는 이런 능력은 ‘배태된 지능(embedded inteligence: 지능이 인간의 뇌를 떠나 인공물이나 시스템 속에 ’내포‘됐다는 의미)’의 형태로 나타난다. 아라비아 숫자가 대표적인 예이다. 숫자와 관련된 지능의 많은 부분을 아라비아 숫자 표기 시스템에 떠넘김으로써 우리는 세상의 일부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고 그 덕분에 ‘안심하고 우둔해질’ 수 있는 것이다. 클라크는 이런 종류의 외적 인지 도구를 ‘발판(scaffoldig)’이라 칭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발판을 딛고 있는 활동이란 외부 도움에 의존하는 활동이라 볼 수 있다. 도구의 사용, 지식이나 다른 기능의 이용 등도 모두 이런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발판’이란 폭넓은 물적, 인지적, 사회적 증대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증대가 없었더라면 닿지 못했을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DNA의 구조 규명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윗슨의 일화이다. 이 단락이 DNA 연구 과정에서 각 라이벌들과 ‘크릭&윗슨(주로 크릭)’이 결정적으로 어떻게 달랐나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그 설명이 저자가 오밀조밀하게 쓰려고 작정을 한 건지 사전 지식이 없으면 쬐금 난감한 형편이다. 다행히 한 달 전쯤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읽었기에 비교해가며 그나마 이해하기 용이했다고 본다. 참……. 독서라는 게 ‘적층’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당대 최고의 생화학 교수 어윈 샤가프는, 윗슨의 조력자인 존 켄드루의 소개로 크릭과 윗슨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 사이에는 멸시의 분위기가 솟구쳤다. 샤가프는 너무나 경멸스러워 발작을 일으킬 지경이었다.

“그들의 극도의 무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아는 게 없으면서 욕심은 많은 이는 그 둘이 처음이었다. 그것이 꼭 연구는 게을리 하면서 말만 많은 전형적인 영국 지식인의 풍토처럼 비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노벨 생리 · 의학상은 그들의 차지였다. 이유가 뭘까? 저자 오글은 가장 큰 이유를 크릭이 ‘이론주의자’란 점으로 설명했다. 크릭은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20세기 당시 물리학의 조류는 양자 역학으로 주된 연구법은 ‘추측에 의한 방법론’이었다. 즉, 급진적 단순화를 포함한 대담한 추론과 모델 구축이 두 가지 핵심활동으로 한 연구가 대세였다는 것이다. 물리학의 방법론은 아이디어 공간을 창출해내는 메타 아이디어 공간으로서, 물리학자들이 아이디어 공간을 채울 추측적 이론과 모형을 생산해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20세기 물리학은 세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먼저 상상하고 그 다음에 증명할 데이터를 찾는 접근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 무대였다. 혁신적 도약이 일어나는 수준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고 한다면 이론이 데이터보다 우월하다는 강력한 믿음, 고도로 이론적인 구조를 구체적인 모델로 치환하여 보여줄 수 있는 능력, 예리한 직관, 뛰어난 수학적 재능, 자신의 것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는 의지 등이 고루 갖춰져야 한다. 결국, 실험에 의한 경험적 데이터의 축적이 주된 방법이었던 실험주의자들은 최종 모형을 밝혀내는 것보다 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상상력은 이성이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장소까지 가 닿는다. 단절돼 있던 아이디어의 네트워크를 연결해 그들의 길항작용 속에서 함께 사고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저절로 나타나도록 한다. 처음에는 직관만 알아보았던 새로운 패턴 주위로 점차 모든 것이 결집한다. 크릭에 말에 따르면 “동전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내리다 마침내 모든 것이 이해될 때” 통찰이 찾아온다. 이성과 상상력, 연속성과 불연속성, 논리적 추론과 직관적 통찰 등. DNA 이야기 속에는 창조적 도약으로 이끈 이 양자 사이의 근본적 변증법이 아름답게 묘사돼 있다.



ps. 이제 읽는 거보다 쓰는 게 벅차다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핵심적인 내용만 발췌하고 주석을 조금 붙이는 식으로 써야겠습니다. 원론적인 책일수록 요약이 한도 끝도 없네요;;

내일이 주말입니다! 비는 오지만 활기차고 행복하게 마무리 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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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da    친구신청

님 왜케 책 많이 읽음?? 예전에 읽은 거 지금 싸는거임??

꼬라박지호    친구신청

sadsda// 요 며칠 올린 '짧은 독서 일기 모음'과 여타 잡설을 제외하고는 '지금 읽고 지금 쓰는 게' 다수 입니다;;

뭐 많이 읽는 것도 아니예요. 하루에 80p.(40장) 정도 읽으면 400p 책은 5일이면 다 봅니다. 주말에 땡강땡강 노는 바람에 사실 생각보다 진도를 못 빼는 거죠. 더욱이 요즘은 자세히 소개하고픈 욕심이 좀 생겨 오히려 쓴다고 못 읽는 경우가 왕왕 생깁니다. 붙였지만, 이제는 좀 축약해서 쓰고 읽는 양을 늘려야겠어요.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한달에 4권 정도 읽으면 되게 많이 읽는 편인... 소소한 애호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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