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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독서 일기. [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0) 2011/09/22 AM 11:34

※ [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이학사, 2006.


『철학 읽어 주는 남자』로 이름을 알린 탁석산씨는 그의 글 말미에 다음과 같은 말을 붙였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상적인 물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범주의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는 그 물품 생산의 원천이 되는 창조적 기술이요, 둘째는 그 원천 기술을 다른 기술과 결합 · 응용해 제품으로 완성하게 만드는 활용적 기술이다. 철학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세상을 새로이 바라볼 수 있는 새 기풍의 철학을 만드는 과정과 기존에 있던 철학을 독자의 기호에 맞게 전달하는 과정은 동일한 가치로서 중요하다. 특히나 한국 철학은 유통과 소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전자보다 후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즉 탁석산은 상품으로서의 철학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볼 때 강신주의 『철학, 삶을 만나다』는 매우 매끈한 철학 상품이다. 음식으로 치자면, 딱딱한 철학 용어 해설의 나열에서 그치는 투박한 구이요리가 아니라 주석 하나하나 삼키기 쉽게 친절한 해석을 덧붙인 닭가슴 샐러드에 비유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책의 진행도 일반적인 사조에 대한 설명이나 철학자에 대한 설명이 아닌 생활에서 우러난 내용을 크게 세 분류로 나누어 풀어내고 있다.


제1 부 「철학적 사유의 비밀」에서는 철학적 사유에 대한 설명과 현대 철학의 흐름에 대해 풀이를 하고 있다. 이 부분을 요약하자면, 첫째로는 인간 사유의 조건 즉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이야기 하는 담론을 하이데거의 논의를 빌어 인간은 항상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로 인해 사유는 시작됨을 설명해주고, 다음으로는 철학의 정의, 들뢰즈의 반시대성이 시간과 영원보다 더 심오하다는 주장을 다이어트하는 여인에 비유하여 풀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철학의 두 은밀한 흐름, 우발성과 필연성에 대한 논의를 인당수에 빠진 심청을 예로 들어 풀이하고 있다.


제2 부 「친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기」에서는 이제까지 우리가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몇 가지 명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랑과 가족이데올로기에 대하여, 국가에 대하여, 자본주의에 대해서 ‘당연함’을 거부하는 이 같은 논리는 우리가 철석같이 믿어왔던 몇 가지 사실에 대해 돌을 던지는 것과 다름없어서 몇몇의 보수적 독자들에게는 어쩌면 거북할 수 있는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의 정의를 사물에 대한 낯설게 하기라고 가정해 볼 때, 앞서 말한 논의는 현대의 삶을 분석하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3 부 「삶을 위한 철학적 성찰」에서는 즐거운 삶, 여유있는 삶을 위한 몇 가지 철학적 충고가 들어 있다.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 즐거운 주체로 살아가기, 타자에 대한 태도 등, 올바른 삶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충고가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풀이되어 있어 따분한 도덕적 지침보다 독자에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나 눈길이 가는 부분은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인데 저자가 자신의 전공이 동양철학임을 증명하려고 하는 듯 불교를 예로 들어 쉽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는 교육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논의는 전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내용이 현재 교육에 대해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기에 무리일지는 모르나 연계시켜 생각해 보려고 한다. 특히나 이 책 2부에서 전개되는 국가에 대한 논의는 현대 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비슷한 관점에서 시작하기에 이 둘의 연결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겠다.


저자 강신주는 국가를 가장 오래된 신화라 규정짓는다. 또한 이 신화에 대한 설명으로 논지의 처음에 스톡홀롬 증후군을 내세운다. 스톡홀롬 증후군이란, 억압된 방어기제로 인질과 인질범들 사이에 ‘우리’라는 기묘한 관계가 성립되는 현상을 지적한 말이다. 저자의 지적으로는 모든 국가가 국가적 위기에 지면했을 때, 이를 벗어나기 위해 전쟁을 선택한다. 이는 국가가 국민을 ‘스톡홀롬 증후군’에 빠뜨리려는 책략으로 풀이하자면, 통치계층에 불만을 가진 국민을 통치계층과 동일한 운명 공동체로 착각시키려는 술책이라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국가는 때때로 스톡홀롬 증후군을 유발시켜 국가라는 메커니즘을 독립된 개인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개인은 국가는 개인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불가결적 요소라고 세뇌 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국가의 궁극적 목적이 수탈과 이의 재분배에 있다고 볼 때, 국가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자본이다. 즉 국가의 생존을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수탈할 수 있는 계층에게만 정책적 시혜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더욱이 현재의 세계화 사회는 국가의 축소가 아니라 월리엄 탭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국가권력은 약해졌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재구성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민이 아닌 기업의 이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재구성되었다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매커니즘에서 교육은 단순히 스톡홀룸 증후군의 재생산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을 국가에 종속시키고 교육으로 인해 자유인이 되려는 개인의 비판적 의식을 거세시키고 자본의 충직한 노예로 봉사하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현재의 교육인 셈이다.


파울루 프레이리는 현재의 이러한 교육에 대해 비판적 논의의 날을 세운 인물이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피억압자의 교육학은 피억압자와 억압자 모두가 비인간화의 발현이라는 점을 피억압자가 비판적으로 발견하기 위한 도구라 할 수 있다. 특히나 피억압자는 연대를 해야 하며 피억압자는 해방을 향한 투쟁을 위해 억압의 현실을 탈출구가 없는 폐쇄적인 세계가 아니라 변화시킬 수 있는 제한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그 투쟁에 참여해야만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그는 이와 같은 도구로서의 교육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이라 정의내리고 있다.


억압자를 위한 교육을 일명 은행 저금식 교육이라 하는데, 은행 저금식 교육관에서는 당연히 인간이란 유순하고 관리 가능한 존재로 간주되며, 학생들의 비판적 의식(세계의 변혁자로서 세계 속에 개입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더욱 약해지게 된다. 결국 은행 저금식 교육은 억압자의 이익에 일치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은행 저금식 교육과 반대하기 위하여, 은행 저금식 교육은 현실에 관한 모순을 포함하고 있고, 그 모순은 학생들을 현실의 길들임에 반대하도록 할 것이라 본다. 그러나 휴머니스트, 혁명적 교육자는 그 가능성이 실현되기를 기다려선 안되고, 학생들과 비판적 사고와 상호 인간화를 추구해야 하고,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올바른 교육자에 대한 범주를 규정하고 있다.


철학의 정의에 대한 물음은 그 철학의 범위에 대한 물음만큼이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철학은 ‘낯설게 하기’가 그 기저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몇 가지 물음에 대한 해답을 타성적으로 기존의 사회로부터 생존을 위한 기술로서 습득하는데 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강신주의 「철학, 삶을 만나다」은 삶에 대한 ‘낯설게 하기’ 그 하나로 철학책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탁석산이 말한 철학의 유통은 철학의 자본주의 결과로서의 상품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철학의 유통이란 보다 많은 독자를 진정 자유인으로 만들기 위한, 독자를 타성이라는 무기력함에 맞서게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또 다른 가치의 교육적 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강신주의 이 책은 보다 가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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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애당초 주제가 뭐였냐면 '이 책을 읽고 한국 교육과 연관하여 서술하라.'였습니다. 쓰다보니 평과 감상이 좀 섞인 듯 합니다. 여튼.. 뭐.. 그렇습니다. 이 글 보시는 모든 루리분들 좋은 하루 되세요~~. _(_.,_)_


ps2. 요즘 제가 이상하게 쓰는 게 부쳐서 예전에 썼던 걸 올리고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어떤 분께서 책을 뭘 그렇게 많이 읽냐고 하셨는데... 많이 읽는 게 아니라 예전 것을 올리고 있는 것 뿐입니다. ㅡㅡ;; 저는 다독하고는 거리가 있어서. ㅠ.ㅠ (그렇게 좀 부지런 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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