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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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밀린 독서 일기 끄적. 7월분. (2) 2012/11/15 PM 06:44

안녕하세요. 꼬라박지호입니다.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정말 정말 간만에 인사드리네요. 독서일기로는 게시한 날 수로는 석 달, 밀린 개월 수로는 5개월이나 지나버렸습니다. 스스로의 게으름에 탄복할 지경입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여유가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결혼에 대한 에피소드가 적잖이 있는데요, 이는 나중에 ‘결혼으로 현실을 묻다’ 카테고리에서 정리해 뵙도록 하겠습니다. ‘좌충우돌 전셋집 구하기와 그에 따른 트러블, 신부와의 혼수 쟁탈전, 셀프 웨딩 사진 준비기, 주례 없는 결혼식 코디네이터로서의 신랑 짓거리, 가이드가 손 놓은 신혼여행 견문록’ 등 (저에겐) 재미난 기억들이 많이 결혼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기대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


자, 어쨌든 오늘은 독서일기로 뵈어야 하는데, 밀린 책들 목록만 봐도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다행히 그간 그나마의 관성으로 독서는 이어나갔으나 결국 갈무리된 건 하나도 없는 판국입니다. 그렇다고 여태까지 밀린 걸 몽땅 쓰자니 아예 짐이자 숙제 인 듯해 게으른 천성 상 그렇게는 못하겠고, 결산의 형식을 빌어 달 별로 구입목록과 간단한 한 줄 소감을 적는 식으로 밀린 부분을 정리해야겠습니다. 크게 기대하지는 말아주세요~. 진정한 독서일기는 다음 달인 12월분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출발~.


7월의 독서 일기.



※ 먹히는 말- 단숨에 꽂히는 언어의 기술, 프랭크 런츠, 쌤앤파커스, 2007.

6월의 독서 목적을 한 단어로 적자면, ‘프레임 대한 이해’였습니다. 7월은 그 물음의 연장선이었습니다. 미국 민주당의 브레인인 조지 레이코프의 앙숙, 대중 욕망의 선동자라 열심히 씹고 뜯기는 공화당의 대중여론관리자 프랭크 런츠(물론 레이코프와 서로 뜯습니다만;;)에 대해 관심이 갔습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얼토당토 않는 일을 유권자에게 설득(?)시키는 런츠의 ‘대중 소통의 방법론’이 궁금했습니다. 크게 10가지 원칙론을 제시했는데요, 이를 줄이고 줄이면 크게 내용과 태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내용으로는 신뢰와 일관성을 태도로는 상호반응과 말의 실천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시각화와 질리지 않게 반복할 수 있냐가 관건이라는 거죠. 정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나 재미있는 점은, 이 책에 대한 소감들이었습니다. 일개 소시민으로서 본다면, 대개의 독서 목적이 이와 같은 ‘언변의 유창성’을 어떻게 자신의 ‘사회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느냐?의 물음일 수밖에 없는데요, 읽은 다음에 생각해 보니 가능은 할 듯합니다. 독자가 자신의 본질적인 퍼스널리티(ersonality)와 타인 지향의 페르소나(Persona)를 생활의 순간순간마다 용이하게 결부시킬 수 있다면요, 다시 말해 고도의 연극적 생활이 가능하다면 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어렵겠죠? ^^;; 결국 대중 설득은 장막 안과 밖에서 보고 싶은 걸 보여주는, 한 두어 꺼풀은 걸친 상태에서야만 가능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고도의 분업을 통해서요. 이는 저자도 인정한 부분이지요. 대선을 얼마 안 남겨둔 지금에야 말로 딱 읽기 적합한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각 캠프의 ‘말’ 얼마나 ‘먹히는지’ 재단해 볼 수 있는 좋은 ‘잣대’입니다.





※ 살인의 심리학, 데이브 그로스먼, 플래닛, 2011.

악에 대한 궁금증은 거의 두해를 이어오는 듯합니다. 이는 조직적 대중 범죄라 부를 수밖에 없는 ‘파시즘’, 그리고 살인의 단계적 등급을 나눈 ‘범죄의 해부학’에 이어 전장에서의 전투 행위로서의 살해를 다룬 ‘살인의 심리학’으로 이어졌습니다. 앞의 두 부류와 구분 짓자면, 전자는 대중과 개인, 다시 말해 통제 받지 않는 상황에서의 ‘광기’를, 후자인 살인의 심리학은 전쟁과 전투라는 엄격히 통제된 상황에서 ‘의지’를 조망한다는 거죠. 제어된 환경, 제어된 무기, 제어된 조직의 상태에서의 실행된 ‘살인’을 도구로 전락한 병사들이 개인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그 개인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때 어떠한 심리적 변화와 어려움을 겪는가에 대해서 분석했습니다. 또한 살인 트리거(trigger, 직접적 실행 계기라 이해하시면 될 듯)은 과거 전쟁과 어떻게 변했는가에 대한 고찰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통계가 제시되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 보병의 사격 비율은 전체 인원의 15-20퍼센트, 이가 한국 전쟁에서는 50%, 베트남 전쟁에서는 90~95%로 껑충 뛰어 오른다는 겁니다. 여기서 주는 시사점은 두 개인데요, 첫째는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는 동족 살해에 대한 심리적 억압이 자신의 목숨 값보다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거고, 두 번째는 그렇게나 단단한 심리적 억제가 군의 여러 훈련 기법들을 통해 무장해제 되었다는 겁니다. 잔인하고 비극적인 일이죠. 인간은 시행 단계에서는 ‘파블로프의 개’나 ‘스키너의 쥐’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겁니다. 단,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개나 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추할 수 없지만, 인간은 양심이라는 다른 자아가 스스로를 옳아 매게 만들거든요. 저자는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묻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베트남입니다.


마지막으로 루리 식구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자가 현대의 놀이 문화, 집어 말한다면, FPS 게임을 꼽는데요. 지금 대중화된 FPS 게임의 방식 자체가 군인 살해의 현대화된 훈련 기법과 동일시 할 만큼 유사하며 이러한 심리적 트리거가 안전장치 하나 없이 아이들에게 주입된다는 걸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한다면 흔히 루리 분들이 원형적으로 인용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롬바인’과는 반대되는 시각이죠. (게임이 무슨 죄냐? 총이 죄지!, 한국식 화법으로는 저지르는 놈이 죄지!) 심리적 금제에 대한 제어할 수 없는 해제는 분명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트리거 이론에 따른 실행 심리의 결과로 볼 때 충분히 수긍할만한 주장입니다. 군사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 죽음과 섹스- 생명은 어떻게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가?, 타일러 볼크 · 도리언 세이건, 동녘사이언스, 2012.

생명에 대한 호기심도 몇 해째 쭉 이어오고 있습니다. 발단은 뇌과학 부터였는데요, 어느 순간 인체 전반에 대한 물음이 들었습니다. 전반기에 구매한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인간’은 그 답의 총체적 풀이였습니다. 그래서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그렇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후쿠오카 신이치의 ‘동적 평형’이나, ‘생물과 무생물’도 꽤 솔깃한 대답이었습니다만, 뭔가 모르게 미진한 면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죠. ‘생명’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이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고찰할 수 있어야 생명 또한 의미를 더할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죽음을 담담하게 고찰한 타일러 볼크와 생명의 약동(섹스와 태어남)을 조심스레 엿 본 도리언 세이건의 조합(‘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부인)은 편집자의 선택으로는 탁월한 선택이며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타당한 조합이었습니다.


눈길을 끌었던 내용은 죽음에 있어서는 세포의 선택적 자살, 섹스에서는 식욕과의 관계였습니다. 간략히 줄인다면, 일개의 세포는 전체 유기체의 생존을 위해 자살 바이러스라 이름 붙는 일종의 자발적 메커니즘을 유지한다는 사실, 그리고 세포의 세계에서는 세포와 세포가 합쳐 후에 분열하는 섹스의 과정이 한 세포가 다른 세포를 포섭하는 다시 말해 ‘잡아먹는’ 단계와 동일하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단편적인 추측이긴 하지만, 북유럽 쥐인 레밍의 집단 자살이나 인간도 예외가 없는 식욕과 성욕의 상관관계가 세포 단위에서 볼 때 설명가능하다는 묘한 지식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사실의 조합은 생명에 대한 우리 개별자의 ‘경외’를 이끌어 냅니다. 생명의 과정을 관찰,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건 현재의 과학수준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도 인간 종 특유의 자만이자 과신이라는 거죠. 앞서 말한 ‘인간’에서는 데카르트에서 비롯된 환원주의가 이런 시각에 한 몫 했다고 꼬집습니다.


그럼, 죽음과 섹스 어느 편이 더 좋은가? 이런 질문도 가능하겠죠. 둘 다 훌륭합니다만, 저로서는 아무래도 타일러 볼크의 ‘죽음’편이 기억에 더 남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저자 자신이 한 번 경험한 죽음의 과정(죽다 살아난 적이 있다네요;;)을 겪었기 때문에 그런지 딱딱할 수 있는 과학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글의 틈새마다 삶의 과정에 대한 통찰과 관조적 시각이 군데군데 묻어 있습니다. 이게 아련히 남네요. 역시 사람에 대한 기억은 한 사람 삶의 전체 내용보다 그 사람이 맞이한 상황에서 순간 볼 수 있는 ‘태도’로서 자리매김하는 모양입니다. 죽음이 주위에 만연하는 늦가을, ‘죽음’편이라도 읽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생에 집착하지도, 죽음을 미화하지도 않는’ 시각을 엿볼 수 있을 겁니다.





※ 협력의 진화- 이기적 개인의 팃포탯 전략, 로버트 액설로드, 시스테마, 2009.

팃포탯 전략이라고 한번 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쉽게 풀이하자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입니다. 그렇다고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처럼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하는 그런 걸 말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대립된 시각입니다. 도움을 받으면 돕고 해를 입으면 도움을 거절한다는 어떻게 보면 수동적 시각이죠. 여기다 하나가 더 붙습니다. 해를 입어 도움을 거절한 뒤, 다음에 또 상대가 협력을 요청해오면 그 전의 배반은 ‘잊고’ 다시 협력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삭막한 현대 시각으로 보면 바보 같죠?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런 ‘바보’같은 태도가 다른 어떠한 대응 프로그램보다 성적이 높았다는 겁니다. 이걸 생태계로 전환한다면 가장 생존 확률이 높은 대응 방법이라는 겁니다.


흔히 비정하다고 여겨지는 생존 경쟁의 ‘자연 상태’에서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개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타주의 요소 하나 없이 상호협력과 호혜적 관계를 구축하는가를 통찰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놀랄 따름입니다. 서로를 돕는 것 자체가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가치를 창출한다는 거죠. 이는 적용되는 개체가 우정이나 지능 없어도 가능하며, 나아가 지금 인간 사회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책에서는 생활 태도를 다음과 같이 가르치라 조언합니다. 첫째, 현재와 비교해 미래를 더 중요하게 만들 것(이는 사회 시스템과도 결부됩니다), 둘째 가능한 결과에 대한 보수의 크기를 바꿀 것(협력-협력, 협력-배반, 배반-협력, 배반-배반의 네 가지 상황 시 한 개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의 범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 마지막으로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치관과 그에 대한 사실, 그리고 협력 요령에 대해 가르칠 것.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개체에게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증명된 사실을 믿게끔 하라는 겁니다. 착하게 살고 싶은 본능을 지닌 대다수의 ‘우리’에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자, 이렇게 7월분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흠……. 그런데 쓰다 보니 왠지 제가 읽은 책은 다 양서다~. 주장하는 듯 하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책 고르는 요령이 부족해 되도록 충분히 검증된 책만 구매해 그렇습니다. 하, 이런 판국인데도 읽기가 점차 버겁네요. 선대인이나 우석훈 같은 분들은 그렇게나 바쁜데도 연간 100권은 수이 읽는다는데요, 어느 재주가 그렇게나 다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래서 11월 도서에 ‘독서의 기술’이란 책을 구매했죠. ^^) 밀린 숙제 하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때 마침 컴퓨터가 고장 나는 덕분에 오히려 더 답답해졌네요. 아 기존에 쓴 게 더 날라 가서 울상입니다. 여하튼 다른 분들은 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Ps. 댓글 항상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

푸뇽푸뇽// 돌아왔습니다~ 하면 호응을 안해줘야되지만 재밌어 보이는 책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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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eko    친구신청

굉장히 유익한 마이피군요.
친추해야겠네. : >

클라시커    친구신청

헙럭의진화는 서점에서 읽어보고 구입하려 했더니 재고론 있지만 책장엔 안보여서 당시엔 구입을 못했는데 이렇게 접하게 되네요. 저도 읽고 싶은책들은 쌓이는데 계속 소화를 못하고 있으니 죽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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