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간만에 종합정보게시판에 한자병용 논란이 있더군요. 하나 하나 논박하기 힘이 들어서 예전에 써놓은 걸 통째로 올려봅니다. 내용이 꽤 긴 편이니 시간 여유 있으신 분만 읽어보세요~`. ^^;;
※ 국어 교육에 한자 학습이 필요한가? (2009. 9. 8일 작성)
어제 올라 온 사정게 기사에, 국회의원들의 설문 조사 결과, 국회의원들 중 90%가 초등학교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찬성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육의 필요 이유에 대해 다수가 “어휘력 신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 의원 중 대다수가 “어휘력 신장”이라는 “국어 교육”의 목표를 위해 초등생의 “의무적인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답한 셈이 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적자면, “어휘력 신장”을 위한 “한자 교육” 굉장히 비효율적입니다. 어떤 분들은 ‘한국어의 어휘가 한자에서 왔기 때문에 한자를 많이 알면 한국어 어휘능력이 향상될 것이다.’라고 주장하시는 데 이도 분명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휘 향상을 위한 수많은 방법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일일이 다 설명드리긴 어려워서 한자 병용의 몇 가지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식으로 글을 전개 시키고자 합니다.
1. 한국어의 어휘의 70%이상이 한자 어휘로 이루어져 있다.
일단 한국어의 어휘 중 70% 이상이 한자 어휘로 되어있다 게 사실인지 의문입니다. 이와 같은 ‘설’이 사실로 인지된 가장 큰 이유는, 국어사전 편찬 방식의 문제점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어의 사전은 편찬 방식이 백과사전식 방식입니다. 한 단어가 있으면, 한국어인 경우, 뜻과 특히나 용법에 관한 설명(문법상 어떤 의미이며 문장의 어디에 주로 위치하는가)이 주가 되어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편찬된 대다수의 사전은 그 단어에 자체에 대한 설명과 예시가 주가 됩니다. 더욱이 이 같은 단어는 한국어만이 아니라 잡식성으로 수록되어 있어 더 문제가 됩니다. 표준 국어 대사전의 예를 들어 봅니다.
노이로제(독,neurose) 명사: 불안, 과로, 갈등, 억압 따위의 감정 체험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신체적 병증을 통틀어 이르는 말
노이만, 코프의 법칙 : (물, Neumann-kopp 法則) : 고체의 분자열은 그 고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원소의 원자열의 합과 거의 같다는 법칙.
위의 두 예는 표준 국어 대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단어입니다. 문제점이 눈에 보이시죠? 이를 보고 ‘영어식 어휘도 한국어에 포함되어 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한자 어휘의 대부분도 이런 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유명사에 대한 설명이 주로 이루죠. 엄밀히 말하자면, 어학 사전에 이런 식의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과잉이죠. 이는 국어사전이 발간 초기에 어학사전의 역할과 더불어 문맹층에 대한 계몽 역할도 맡았기에 생긴 문제입니다.
두 번째, 사어화된 한자어나 전문용어를 어휘라는 이유로 국어사전에 그대로 등재하는 오랜 관행의 문제입니다. 이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불휘(不諱) 명사: 1. 말이나 행동을 숨기거나 꺼리지 아니함. 2. 사람이 죽음
예) 1. 그는 불휘한 태도를 취했다. 2. 그는 1920년에 불휘했다.
정희(呈 & #25138;) 명사: 정재(呈才)보다 극적 요소가 많이 들어 있는 노래와 춤.
정재(呈才) 명사: 대궐 안의 잔치 때 벌이던 춤과 노래
생활하시면서 위의 세 단어를 들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도 금시초문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어휘들이 특별한 등재 기준 없이 사전에 수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전의 상업적 성격 때문입니다. 사전 광고를 유심히 보신 적 있습니까? 대부분의 국어사전들이 오만 단어 수록, 십만 단어 수록 등에 단어 수에 맞춰 그 사전의 등급을 정하고 이를 홍보합니다. 소비자들도 다다익선이라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여 보다 많은 어휘가 수록된 사전을 선호하게 됩니다. 그러니 활어인가, 사어인가 등의 구분 하나 없이 무작정 많이 넣고 보자라는 무작위 단어 채집이 이루어지는데요. 한국어 어휘 중 사어의 절대 다수가 한자어인지라 특히나 한자어가 많이 등재된 결과를 낳았습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 되는 영어 사전의 대부분이 해당 어휘의 쓰임 빈도에 따라 ***, **, * 등으로 중요도 표시를 하는데요. 이를 국어사전에 대입하여 어휘 쓰임의 빈도에 따라 중요도 표시를 한다면 대다수의 한자어 어휘들이 등급 외 판정을 받을 거라 단언합니다. 사실 국어사전도 위와 같은 중요도 표시를 하면 좋을 텐데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사전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중요도 표시가 드물어 한국어학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즉, 현재 한국어 어휘에 한자어는 7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많지 않으며, 실제로 쓰이는 어휘는 한글로 대용할만한 것이 많다. 물론 추상어휘에 대해서는 한자 어휘의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만, 이는 한자와 한글의 문자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2. 영국민족이 문자가 없어 로마자(알파벳)를 빌려다 영어의 표기로 쓰게 되었고 프랑스, 독일 등 서구 제국 모두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로마자를 빌려다 쓴 서구의 여러 민족이 그들의 언어를 표시한 문자가 자기민족이 창제한 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들의 글을 로마의 글이나 로마어라고 하는가.
위의 문장은 저번 논의에서, “한자 어휘가 한국어의 한 부분이다. 그러니 이를 배척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의 편협한 생각이다.” 라고 의견 내신 분이 예로 든 사이트의 주장입니다. 정리하자면, 서구도 알파벳을 쓴다고 모두 로마자를 쓰는 것이 아니다. 토착화한 글은 이미 그들의 문자라 한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도 결론부터 적자면, 완전히 잘못된 예입니다. 애당초 전문을 읽어 보니, 글을 쓴 사람이 언어학에 전혀 조예가 없는 사람입니다. 알파벳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로마자와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파벳은 표기의 대표적 명칭이고 그 중에서 흔히 고대 그리스 문자의 표기 모양을 우리가 흔히 알파벳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즉, 알파벳은 음성을 표기하는 특정한 기호의 이름입니다.(한글은 한국의 독특한 알파벳, ‘문자기호’입니다) 다시 말해, 알파벳은 표기 기호의 이름이지, 문자의 이름이 아닙니다. 그래서 ‘알파벳을 기반으로 한 문자 체계는 대표적으로 로마 문자, 키릴문자, 아르메니아 문자 등이 있다.’라는 문장이 가능한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유럽권 국가는 이 알파벳이라는 기호를 자국의 언어에 맞게 변용해서 씁니다. 그래서 영어를 표기하는 로마자 체계의 알파벳이 26자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어 표기 알파벳은 21자, 에스파니아어 표기 알파벳은 28자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현재 러시아 문자인 키릴문자나, 아르메니아 문자 등도 ‘문자 생김’의 기반이 알파벳일 뿐 영어를 표기하는 로마자와 애당초 다른 문자 체계입니다. 사어가 된 고트문자나 콥트 문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몇 번이나 강조하지만, 예시된 문자는 그리스 자모인 알파벳을 기반으로 한 다른 문자 체계이기 때문에 생긴 것만 닮았을 뿐, 비록 비슷한 자모의 비슷한 발음이라는 태생의 유사성이 있을지언정 완전히 다른 문자입니다.
좀 복잡해졌습니다만, 정리하겠습니다. 영어의 문자는 알파벳이라는 기호를 기반으로 하는 로마 문자이고, 한국어의 문자는 한글이라는 기호를 기반으로 하는 한글 문자입니다. 알파벳은 그리스 자모가 기반이 된 음성 기호를 말하는 것이기에 로마자로 등치될 수 없습니다. 유럽 제어의 각 국가는 로마자를 변용해 쓰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각 국가의 언어에 맞게 알파벳을 변용하여 쓰고 있습니다. 그 문자들이 앞서 예로든, 키릴 문자, 아르메니아 문자, 고트문자, 콥트 문자입니다. 즉, 알파벳 표기가 유럽 제어를 다 표현하지 못해 다른 기호를 따오는 것이 아니라, 영어는 로마자, 러시아어는 키릴문자, 아르메니아어는 아르메니아 문자를 각각 따로 쓰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언어의 형식, 유럽 제어의 형식인 굴절어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언어의 유형적 분류는 크게 교착어, 고립어, 굴절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예는 생략하기로 하고, 언어로 예를 들자면, 교착어의 대표적인 예는 한국어입니다. 낱말이 나뉘어져있고 그 경계가 분명하며 낱말 하나하나 마다 뜻(실질적, 문법적)이 있는 언어입니다. 뭉그려뜨려 말하자면, 조사가 있는 말입니다. 이와 같은 교착어 체계를 가지고 있는 언어는 한국어 외에도, 일본어, 알타이 제어, 티벳 버마제어, 케추아어 등이 있습니다. 한국인이 일본어를 중급과정까지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위와 같은 동일한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음에서 기인합니다.
고립어의 대표적인 예는 고전(古典) 중국어라 할 수 있는데, 전공적인 이야기는 때려치우고 또 뭉그려뜨린다면, 조사가 없는 언어 체계입니다. 즉 문장 속의 다른 낱말과의 관계를 말해 주는 어떠한 표시도 드러내지 않은 채 있으므로, 마치 모든 낱말이 문장 안에서 고립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고립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로 드디어 굴절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굴절어의 대표적인 언어로는 영어 프랑스어 독어 같은 유럽제어, 산스크리트어(고대 인도어)를 들 수 있습니다. 굴절어의 특징으로는, 낱말은 독립성이 강하고 일정한 문법 범주에 따라 어형 변화(즉, 굴절)를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또 이 어형 변화는 수식어의 경우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이 말은 정확한 말이 아닙니다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썼습니다.) 그리고 기타 등등이 있지만 줄이고 예로 설명하겠습니다.
예) she is really beautiful. (영어는 제가 아주 대단히 짧습니다. 틀려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낱말이 독립성이 강하고” 라는 설명은 she나 is처럼 단어가 특별한 문법적 접사 없이 단독으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말입니다. “수식어의 경우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말은 beautiful(아름다운, 형용사), beautifully(아름답게, 부사), beautifulness(아름다움, 명사)처럼 예로 든 단어 경우 문법적 용법이 확연히 드러나 있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격조사가 붙어 문법적 성격을 나타내는 한국어 문장과 비교하여,
ex) 철수(명사)가(주격조사) 집(사물 명사)에(처소격 부사) 가다(동사)
와 비교하자면 그 차이가 분명함을 알 수 있습니다.
논의가 길어졌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굴절어적 특징이 알파벳이라는 표음문자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서구권 국가가 알파벳을 무리 없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언어학적 특징을 전혀 논의하지 않고, “서구도 알파벳을 자기 문자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도 토착화한 한자를 우리 문자라고 해야 한다.” 라는 주장은 얼토당토안한 주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한국어에는 동음이의어가 많아서 원활한 이해와 용법 사용을 위해 한자 표기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도 한자병용주의자들의 주된 주장입니다만,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으면 됩니다. 일반언어학적 측면으로 볼 때 이러한 동음이의어는 한국어에만 유달리 많은 게 아닙니다. 동음이의어 뿐만 아니라 한 단어가 동일한 음으로 혹은 동일 표기로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측면, 즉 용법적 측면으로 본다면 영어도 한국어와 비교도 되지 않게 많아집니다.
예) make : 가장 널리 쓰이는 기본 동사로 만들다, 일으키다, 시키다, 얻다, 되다, 생각하다, 하다, 달하다 등의 뜻이 있다.
man : 남자, 인간, 인류, 남편, 머슴, 병사, 선수, 대리인, 지지자, 대장부, 적격자, 美속어 1달러, 조직의 우두머리
한자병용자의 주장과 같은 논법이면, make는 둘째 치더라도 man의 경우에는 무수히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고, 특별한 표기법이 없으면 구분해 사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지요? 외국어 화자인 우리들도 man이라는 단어를 대충 용법에 따라 해석합니다. 한국어도 한자어 차용 없이 한글 그대로의 표기로 용법에 따라 쉽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모르면 사전 찾으면 됩니다.
그리고 고유어 경우, “배”같이 그 의미가 확연히 구분되는 낱말은 그 낱말의 용법으로도 확연히 알 수 있으며, 또 그 수가 한문병용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생활 구분이 반드시 필요할 만큼 다수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4. 그렇다면 “한자어는 한국어 사용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느냐?”, “지금 네가 적고 있는 ‘한자’라는 단어나 ‘한국’이라는 단어는 모두 한자 어휘이지 않느냐?” 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자병용론자들이 위와 같은 물음으로 한글전용주의자들에게 반문하곤 합니다.
사실, 실제로 한자병용론자들을 살펴보면, 한문학 관련 학자이거나 아니면 국어국문학계에서도 국어학이 아니라 국문학에 관여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혹은 전혀 어학계통이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자병용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제 생각에는 이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2번 같은 주장을 해대고는 그에 관한 근거를 내놓을 생각조차 안하는 단체가 많습니다.
다시 논의로 돌아가 4번 물음에 답해 보겠습니다. 한국어는 교착어이고 그 표기를 “한글”이라는 “표음문자”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표음문자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표음문자라는 것은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있는 문자입니다. 즉 한자 어휘를 한자 표기 없이도 한글로 그대로 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韓國, 漢字 등으로 표기하지 않아도 한국, 한자라는 한글로 충분히 표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한글은 특유의 모아쓰기 방식으로, 표의 문자적 특성인 세로쓰기와 가로쓰기가 가능하다는 점, 무엇보다 “표기의 표의화(表意化)(표기만 보더라도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가 가능하다는 점이 표의 문자인 한자의 장점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 한자어의 차용이 용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문자도 표음 문자이긴 하지만 위와 같은 표의기능이 없어 부득이 하게 한자를 원문 그대로 차용해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글 전용주의자들이 일본과는 달리 한자 없이 한글만으로도 불편 없이 문자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이나 한자는 한자어휘가 아니냐? 당연히 한자어휘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성실”같은 단어는 한자 뜻을 아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빨리되지 않느냐? 그 말도 맞습니다. 그렇지만 “한자 많이 아는 사람이 문장 이해도가 당연히 높지 않냐?” 라는 질문에는 “가능성은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와 같이 “한자 교육”이 “어휘력 향상”이라는 교육 목표를 지니게 된다면, 당연히 “한자 교육”은 “국어”의 문제가 아니라 “국어 교육”의 문제에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어휘력의 향상은 본질적으로 독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독서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어휘력이 어휘의 뜻만 안다고 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 어휘가 어떠한 문장에 어떠한 용법으로 쓰이느냐도 충분히 인지되고 연습 되었을 때 늘어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예) 일을 마치다, 달성하다, 완수하다, 해내다, 처리하다, 완료했다.
위의 예는 고유어와 한자 차용어의 복합문이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한국어 쓰임이 고유어 한자어의 복합문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얼추 들어맞는 예라 생각합니다. 위 서술어의 그 세세한 의미 분류와 적법한 사용은 전공자인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익혀 쓰는 것이지요. “달성”, “완수”, “처리”, “완료”라는 한자어의 뜻을 안다고 해서 적절하게 쓸 수는 없습니다.
예) 1. 나는 학교 숙제를 마쳤다. 2. 나는 학교 숙제를 완수했다.
1의 문장에 비해 2의 문장이 어법상 틀린 것은 없지만 매우 어색한 문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는 한국어 화자가 “완수”라는 단어를 서술어로 쓸 때, 상대적으로 중대한 의미의 일을 끝냈을 때, “완수”라는 단어를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법상으로는 설명하기 무척 어려운 문제이며, 용법으로서야 비로소 설명이 가능합니다.
자. 위의 예로 볼 때, 한자 교육이 “어휘력 향상”이라는 교육 목적을 가진다면 한자 학습은 그다지 필수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똑같은 시간을 들인다면, 차라리 사전 찾기 이나 문장쓰기 연습, 읽기 연습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마치며,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습니다. 설명을 미숙한 점 사과드립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는 절대 한자 교육이 필요 없다는 논지를 편 게 아닙니다. 한자는 부족한 고유어의 대체재로 꼭 필요합니다.(그리고 국어학자들의 고유어화 노력도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대로 “어휘력” 향상이라는 “국어 교육”적 목표 아래 “의무적인 한자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목적에 맞지 않은 대단히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말씀드리고자 싶을 뿐입니다.
ps. 뭔가 명확히 해야할 점이 보여 몇가지 덧붙입니다.
한자 차용어 무척 중요합니다. 이는 한국어의 큰 틀이기도 합니다. 한글 전용론자들도 이 어휘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물론 골수 전용론자들은 이 문제도 논의하고는 합니다만.) 이는 한국어 어휘의 태생적인 문제이며, 고려시대에 몽고어가 많이 차용되었고, 조선 시대에는 한자어가 차용되었고, 지금은 영어가 많이 차용되는 것처럼 시대가 변하면서 차용되는 외국어 어휘는 많아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전부 고유어화 하자." 라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표기"에 있어 굳이 한자가 필요하냐? 그것도 독해나 어휘 능력 향상을 이유로 말이죠. 결론만 말하자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표기로 인해 이해에 대한 오해가 생기면 사전을 찾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 이해를 위해 "한자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자."는 말은 "국어 교육"에 있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말입니다. 명확한 기준 없이 한글 표기의 의미가 혼용되고 있는 것 같아, 제 입장을 다시 밝혀 적습니다.
까만곰아저씨//
사전을 쓰면 되기는 하지만
요즘 국어 사전 쓰는 사람을 못 봄
그리고 공문서 같은 경우는 한자어를 많이 쓰기도 해서
시즈카나 //
그거 그냥 미친 놈 하나가 입에 거품 물고 날뛰는거지 전혀 논란이 되지 않습니다.
사정게에 간간이 리젠되는 병신 A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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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한자공부의 기회비용을 따지지 않는다면 한자교육은 보탬이 되긴 하겠지만
하늘천따지 할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천권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