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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용 주연의 코미디라고 한다면 두 작품 정도가 머리에 떠오르죠. 천만 관객을 달성한 '7번방의 선물'과 오백만에 근접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이 그 작품들입니다. 이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코미디의 장르적 재미에 충실하기도 하지만 사실 코미디 하나로 관객 몰이한 작품은 아닙니다. 그 작품들의 근저에는 코미디라는 표면 아래 한국적 '신파'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눈물을 짜내는 설정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 관객몰이가 가능하다게 일종의 공식이긴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해서 방바닥에서 배나 북북 긁으면서도 볼까 말까 심드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극한직업'의 감독 멘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수식을 좀 떼어내면 감독은 '이 영화는 그냥 웃기기 위해 만든 영화다. 그 외에 어떤 의도도 없다.' 라고요. 햐. 그러니까 당기덥니다. 과연 한국 코미디에서 신파를 뺀 영화를 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장 동료를 설득해 오늘 봤습니다.
결론은 재미있어요. 진짜로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주려는 의도로 범벅 되어 있습니다. 감독이 '여기서 웃어라.'라고 콕 찝어 놓은 부분이 거의 한 씬마다 하나씩 있는 것 같습니다. 짧은 소극들이 계속적으로 이어져 있어요. 한 시퀀스에 반드시라고 할 만큼 한 개 이상의 웃음 포인트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게 후반에 가서는 하나씩 쌓여서 폭발력을 지닐 때도 있어요. 극의 후반부 가면 감독이 스토리와 텔링 그리고 연출 뿐만 아니라 배경음악으로도 웃기려고 하는구나싶어 어떤 면은 과한데? 라는 생각도 들지만, 뭐랄까 박찬호 밈식의 투머치라고 해야할까. 감독의 의도가 충분히 느껴져 기꺼이 웃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느 감독이었던가... 인상적인 발언이 기억에 남는데요. '한국 관객은 삶이 팍팍해서인지 울음의 임계점은 그대로인데 웃음의 임계점은 점차 높아져가고 있다고. 그래서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꽁트 성격인 예전의 개콘이나 지금의 코미디 빅리그가 점차 힘을 쓰고 있지 못하는 이유도 아마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은 그 임계점을 가뿐히 돌파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2시간 동안 까르르 웃고 왔어요. 한편으론 대다수의 잘된 코믹 영화처럼 삶의 페이소스를 담고 있어 한켠으로 짠한 부분이 꽤 많이 있기도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구로 쓰이고 앞서 말씀드렸던 '신파'로 나아가질 않습니다.
그래서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 생각됩니다. 한국영화에서 코믹이라는 장르를 이렇게 여타 다른 요소 없이 뚝심있게 밀고나간 작품이 있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웃음의 요소로 가득합니다. 물론 스토리의 엉성함이 군데군데 눈에 띄기는 하지만 이 부류의 영화를 그게 단점이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잘 만든 영화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 설연휴에 가족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 받을 수 있는 영화겠구나 싶어요.
이 정도면 최소한 연인, 가족, 친구들과 함께 보자고 했다고 욕먹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PMC 보자고 했다고 영화표도 사고 미안해서 밥도 산 기억이 있습니다. ㅜ.,ㅜ) 별 다섯개 기준에 기본 네 개를 깔고 거기다가 감독의 뚝심에 반 개들 더 드리고 싶어요. 강추합니다. 제 관점에서는 아쿠아맨보다 더 즐겁게 보고 온 듯해요. 설 연휴에 딱히 할 일이 없으시다면 보러 가시길 권합니다. 그럼 좋은 밤 되셔요. _(_.,_)_
한줄 평: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이건 개콘인가, 코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