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와 유아차 그리고 청각장애인(농인)
최근 난데없이 유모차, 유아차 논쟁으로 시끌시끌합니다. 유명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손님이 발언한 유모차 어휘를 자막에서 유아차로 바꿔 표기한 사건 때문입니다. 사실 이를 어휘로 보면 유모차와 유아차 모두 복수 표준어이자 일상에서 대응 가능한 어휘기에 둘 다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자막을 임의대로 바꾸었다는 흔히 말하는 괘씸죄도 이해가 갑니다.
사실 저는 이 논쟁에 참가할 마음은 없었으나, 다음 내용의 댓글 때문에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발음대로 자막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기만이다.”
물론 청각장애인 그리고 농인에 대한 자막 및 수어 통역은 되도록 1:1 대응을 하는 게 일반론이긴 합니다. 하지만 한국어와 한국수어는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용어이긴 하나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어와 단어의 일 대 일 대응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는 아닙니다. 오히려 적은 편입니다. 단어는 등록 어휘를 세리기도 어려울 정도이나 수어는 시각 정보라는 한계 때문에 대다수의 경우 다양한 한국어 어휘를 (수위나 수향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의 수어로 표현하는 다수 대 일 대응이 많기 때문입니다.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청각장애인(농인)은 한국어와 한국수어 중 무엇을 모국어로 생각할까요? 답은 한국수어입니다. 이게 미묘한 해석의 차이를 낳는데요. 거칠게 말하자면 농인들은 한국 수어를 배우면서 그에 대응하는 한국어를 익힌다고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본론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수어에서 유모차 혹은 유아차는 어떤 형태일까요? 사진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수어 수형으로 볼 때 유모차, 유아차는 ‘ 아기 + 밀다.’의 합성어 형태입니다. 정리 하자면 한국수어로 봤을 때 유모차, 유아차의 어휘 논쟁에서 유아차가 더 직관적이자 대응이 되는 어휘가 되는 겁니다.
물론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소비하는 행태에 대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 댓글의 내용은 일견 청각장애인(농인)을 배려하는 듯한 입장으로 보이나 실상은 청각장애인(농인)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단순히 ‘장애’를 논거로 소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저는 유모차, 유아차 논쟁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청각장애인에 대한 큰 고려 없이 자신의 주장을 위해 단순 소비하는 행태에 거부감이 들 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런 면도 있다는 걸 한번 쯤 생각해 주십사하는 부탁으로 끄적였습니다. 다들 편안한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