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팀 쿡의 잘못된 아이폰 가격 정책
애플이 아이폰5S, 아이폰5C를 공개했다. 애플의 신제품 출시는 항상 IT업계의 관심을 한 곳으로 모으는 마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마력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필자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더 이상 아이폰 이야기가 도배되지 않음이 이를 방증한다. 제품 스펙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뤘기에 이번 칼럼에서는 애플의 새로운 제품들이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번 MS의 노키아 인수와 함께 애플의 신제품 출시는 단순히 호기심으로 볼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노키아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인수되었다면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게는 매우 큰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국내 시가총액의 20%를 넘게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매출과 수익은 휴대폰과 반도체에서 발생한다.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휴대폰 주요 부품은 삼성그룹을 비롯한 국내 주요 부품사에서 공급되는데, 만약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량이 감소한다면 이는 한국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이번 애플의 발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팬택 등의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애플의 신제품 전략은 위협적이지 못하다. 제품과 가격 모두 그렇다.
100% 위탁생산 vs 부품수직계열화
애플의 제품 생산 전략은 ’100% 위탁생산’에 있다. 단지 ‘Designed by California’(캘리포니아에서 설계됨)일 뿐이다. 주요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지고 부품은 한국과 대만, 일본 등에서 공급된다. 반도체는 삼성전자, 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주요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로부터의 공급량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는게 시장의 관측이다.
위탁 생산은 다양한 공급처로부터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기술 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생산에 시간이 다소 오래걸린다는 부담도 있다.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움직임이 굼떠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주요 생산과 부품을 ‘수직계열화’하였다. 우리투자증권 김혜용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부품내재화는 0%인 반면 삼성전자는 69%, LG전자는 50% 로 나타났다. 두 회사의 스마트폰 경쟁력의 원천은 디스플레이, 배터리와 같은 부품 경쟁력과 함께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었다는 점이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의 설계부터 생산까지의 시간이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이제는 1개월로 단축된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된다면 삼성과 한국 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협이 있으나 현실화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시장의 관측은 300달러대, 돌아온 답은 549달러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5C의 가격은 549달러이다. (2년 약정 기준 99달러)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평균판매가격(ASP)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이 기존 피처폰 시장을 대체하는 침투율이 30%를 넘어서며 50%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제품이든지 침투율이 30%에 도달하는 순간 후발 업체들의 출현으로 선도 기업들의 수익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최근 스마트폰 ASP는 300달러 수준이다. 아이폰5C의 가격을 300달러대로 예상했던 시장의 관측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아이폰5C는 기존의 북미, 일본 등과 같은 아이폰 마니아들이 많은 시장을 위한 상품은 아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과 함께 인도, 남미 등의 신흥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상품이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549달러는 구매 장벽이 너무 높다. 북미, 일본, 한국 등의 모바일 선진국은 높은 통신비를 기본으로 한 통신사들의 보조금이 애플의 판매를 도와주고 있지만 중국, 인도의 평균 통신비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당연히 보조금 규모도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500달러 이상의 갤럭시S시리즈, G시리즈를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200달러대의 중저가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이들 시장과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성능은 일반 이용자들의 사용 환경에 비해 스펙이 높다. 아이폰5S의 A7칩은 PC 수준의 처리 능력을 자랑한다. 반면 일반 이용자들에게 스펙 경쟁은 언젠가 ‘한계 효용 가치’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PC를 예로 들어보자.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PC 구매의 판단 기준 중 하나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PC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며 브랜드보다는 가격이 구매 기준이 된다. 스마트폰 시장도 PC의 길을 따를 것이다.
애플의 생태계 보존, 가능할까?
애플 아이폰은 하드웨어 경쟁력 뿐만 아니라 아이튠스,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차별화 포인트였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진영의 확대를 등에 업고 구글 플레이’가 애플의 플랫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애플 앱스토어를 앞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애플 생태계의 핵심에는 전세계의 수많은 개발자가 있다. 하지만 이들 개발자에게 가장 큰 판단 기준은 애플에 대한 로열티가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다. 더 많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시장에 확산시키지 못한다면 이들 개발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개발자에게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중 어느 플랫폼을 먼저 지원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안드로이드를 선택한다. 국내에는 안드로이드 이용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전세계 시장도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을 앞서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유료 앱 결제 등의 항목에서는 아이폰이 앞서고 있으나 추세를 봐서는 안드로이드의 추월이 예상된다. 아이폰5C의 역할은 애플의 생태계 확장을 위한 주춧돌이 되었어야 하지만, 549달러의 가격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역할에 그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1위 이동통신사, 얼마나 도움이 될까?
중국과 일본의 1위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과 NTT도코모와의 협력이 그나마 애플의 성장을 유지해 줄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다. 두 기업의 가입자수는 8억명에 달하며, 고객들의 퀄리티 역시 높은 편이다. (퀄리티가 높다는 것은 1인당 통신비가 높다는 의미이며 보조금이 이에 비례하여 산출될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기업에게 있어 아이폰은 ‘창’이 아니라 ‘방패’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의 SK텔레콤이 그러했다. SK텔레콤은 아이폰의 도입을 통해 KT의 스마트폰 성장을 막으려는 의도였을 뿐 아이폰 판매 확대를 그리 반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폰에는 통신비 외에는 이렇다 할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자사 ‘T스토어’와도 경쟁 관계일 뿐이었다. 물론, 미국의 경우 버라이즌이 아이폰 도입을 통해 경쟁사인 AT&T와의 격차를 벌렸던 사례도 있으나 버라이즌은 앱스토어 사업을 포기할만큼 통신 외 플랫폼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은 자사 플랫폼에 대한 욕심이 많은 기업이다. 텐센트의 ‘위챗’ 메신저에 대항하기 위해 자사의 서비스인 ‘Fetion’에 10억달러의 개발비를 추가로 투자할 정도였다. 일본의 NTT도코모의 플랫폼 폐쇄성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피처폰 시절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꼽히는 아이모드(iMode)의 성공 경험은 스마트폰 시대에서도 NTT도코모의 정체성을 유지해주고 있다. 이들 기업에게 아이폰의 앱스토어는 의미 없는 수준을 넘어 경쟁 관계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그런 만큼 중국과 일본에서 아이폰5S, 아이폰5C 판매량이 극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스티브 잡스 이후 혁신성에서 퇴보한 애플에게 남아 있는 경쟁력은 플랫폼이 가장 먼저 꼽힌다. 하지만 플랫폼이라는 시장의 기본은 ‘시장의 활력’을 일으키는 이용자 수이다. 지난해 말 중저가 아이폰 도입이 예견되었던 시절 애플의 플랫폼 사업은 중저가 아이폰을 통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되었다. 하지만 그 전망은 빗나갔다. 아이폰5S, 아이폰5C 출시 발표 이후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의 주가는 2.3% 하락했다. 팀 쿡은 549달러의 아이폰5C를 내놓았고 시장은 2.3%의 하락으로 답했다. 팀 쿡의 가격 정책에 대한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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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et korea 칼럼인데 한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론 과거 모든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선망의 아이폰은 더이상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한단계 내려와서 경쟁하는 스마트폰이 될 수밖에 없을것 같습니다.(독보적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의미)
블루오션을 개척한 애플이 과연 두번째 블루오션을 개척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영감과 환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더이상의 혁신은 없을것 같습니다.
애플이 더 싼 아이폰을 만들어서 보급율로 매출 지켜나갈지 앞으로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