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001년/2002년에 입대했던 사람들은 직접 겪어서 알고 있겠지만
2003년에 군대 급식에 꽤 큰 변화가 있었다.
대충 기억에 남는 걸 꼽아 보면
1. 보리밥에서 쌀밥으로 바뀜.
2. 무와 감자의 상시 보급
3. 김치류는 공장에서 보급
요건데,
1번은 일단 쌀 소비 촉진이니 뭐니 해서 건빵과 햄버거용 식빵에 쌀가루가 들어간 것과 같이 시작했던 것 같다.
(근데 건빵과 식빵에 들어간 게 수입산이라는 걸 보고 좀 어이 없었던 기억이...)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 쌀과 보리의 비율이 8:2였던 게 02년에는 9:1이었고 03년부터는 그냥 쌀밥.
문제는 부대에 남은 보리의 처리였는데,
우리 부대는 중대장 지시로 식수를 보리차로 만들다가 그걸로도 소비가 안 돼서
점심에 꽁보리밥을 내놓자는 의견이 나왔다.
(산꼭대기에 있는 부대라 쌈 싸먹을 채소 구하기도 쉬웠다.)
근데 꽁보리밥을 해 본 적이 없는 취사병이 쌀을 안 섞고 그냥 보리만 가지고 밥을 짓는 바람에
찰기가 전혀 없이 그냥 무슨 생보리 먹는 느낌의 밥이 나온 게 함정.
그나마 원래 점심 메뉴가 비빔밥이었던 게 다행이긴 했다.
그거 먹고 다들 폭풍 설사를 해 대서 오후 일과가 다 취소된 것도 함정이라면 함정.
2번의 경우 원래 무와 감자는 겨울 전에 왕창 보급해서 각 부대에서 보관하도록 했었는데
그래서 겨울 전에 무와 감자가 들어오면 그걸 땅에 묻는 것도 일이었다.
어쨌든 그 묻었던 구덩이를 한 번 파면 그걸 다시 덮어도 소용없다 해서
무 구덩이 한 번 파면 식판에 무가 한 가득,
감자 구덩이 한 번 파면 식판에 감자가 한 가득.
이등병 시절엔 그걸 보고 이게 강원도의 위엄인가 싶기도 했다.
3번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는데
이등병 때 취사병이 김장하는 걸 보고 김치를 못 먹고 있었기 때문에.
암만 그래도 이 개객끼들아, 깍두기 무친다고 발로 휘적휘적 하는 건 아니지.
행보관이 그걸 보고 뭐라 했더니 조리용 삽 모자란다고 공병삽 가지고 와서 무치는 것도 그렇고.
그 삽으로 전에 땅을 팠는지 정화조를 팠는지 어떻게 알아.
생각해보면 햄버거에 불고기버거니 치킨버거니 하는 종류가 생기고
햄버거 먹는 날 콜라가 보급 나오기 시작한 것도 요 때였던 것 같다.
그 유명한 대한민국 815 콜라.
그러다가 부사관학교에서 정말 신세계를 봤는데
양성반 때야 보급 기준이 현역과 동일하게 되어 있어서 별 생각이 없었지만
하사 달고 초급반 교육을 갔더니 밥값을 내야 된단다.
한 달에 6만원인가 냈던 것 같다. 월급이 50만원인데.
근데 확실히 돈 낸 보람은 있어서
일단 식판 안 닦아도 되고(식당 아줌마들이 닦아 줌)
밥도 맛있었다.
햄버거는 15주 동안 딱 한 번 나왔는데
그 대신 토요일 점심은 무조건 면류(짜장면이나 짬뽕이나 냉면이나 등등)
일요일 점심은 무조건 라면.
그 당시 식당에 근무하던 영양사 누나가 진짜 이뻐서(이승연하고 똑같이 생겼었다!)
교육대에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는데
간혹 이 누나가 소세지볶음이나 군만두 같은 스페셜 메뉴를 배식해 줄 때
남들 3개 받는데 한 놈한테 4개가 가면 그 놈은 죽은 목숨이었다.
남들 3개 받는데 혼자 2개 받은 놈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