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관학교에서 초급반 교육 받던 시절에
내 번호는 30번이었고 29번과 31번이 여군이었다.
게다가 그 두 명은 같은 기수의 여군 6명 중 외모가 제일 뛰어난 2명.
교육 과정상 2인 1조로 교육을 받게 되면
앞에서 어떤 일이 생기든 나는 여군과 조편성이 되는 거다.
여기까지 말하면 다들 축복받았구만 하면서 부러워하지만
실상을 말하자면 축복은 개뿔.
예를 들어 90밀리 무반동총 교육 받을 때
남자끼리 짝이 된 조는
"갈 때는 내가 들 테니 올 땐 네가 들어라."
이게 되지만 난 안 된다.
내가 암만 소심형 찌질이라도 남자 자존심이 있지,
여군한테 "복귀할 땐 선배님이 드십쇼."라고 할 순 없잖아. 17킬로 짜리를.
(당시 여군들은 다들 우리보다 고참이었다. 심지어 3명은 중사(진)이었고.)
기관총 교육을 받을 때
남자들은 복귀할 부대에서 사용하는 화기에 따라 K-3와 M60으로 정해졌고
여군들은 죄다 K-3 편성이었다.
당연히 나는 여군과 같은 조가 되었는데
처음엔 기관총을 내가 들고 여군 선배에게 예비총열 주머니를 맡겼었다.
근데 그 선배가 좀 키가 작달막한지라(=다리가 짧아서)
그냥 평범하게 이동하는 것만도 좀 힘에 부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틀 째에는 내가 예비총열까지 멨지.
어차피 병 시절엔 부사수 없는 기관총 사수였으니까 그건 괜찮았다.
그런데 사흘 째에 출발하면서 보니 그 선배가 난데없이 M60의 삼각대를 어깨에 메고 있는 거다.
그게 어디서 났냐고 물어 보니 교관이 K-3에서 좀 여유 있는 사람들이 들고 가라 했단다.
(M60은 1인당 한 정이라 혼자 총하고 삼각대를 들기가 좀 그랬다)
아, 그렇다고 그걸 왜 받아오냐고! 6킬로짜리 삼각대를!!
결국은 내가 다 멨다.
그러니까 K-3 + 예비총열 주머니 + M60 삼각대를 내가 다.
더 짜증나는 건 교관이 그 꼴을 봤으면 좀 다른 사람한테 넘겨줄 만도 한데,
나랑 그 여군을 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니들 잘 어울린다."
한 마디 하고 갔다. 어울리긴 개뿔! 내가 5살이나 어린데!!!
세월이 흘러 전역신고하러 연대 본부에 갔을 때
화장실에서 소변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의무대 후송반장(여군 하사)이
뒤에서 내 엉덩이를 툭툭 치더니
"전역신고 하러 왔구나? 누나한테도 인사 하고 가야지?"
하고 갔다.
시부럴, 입대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도 함부로 못 만지게 했던 엉덩인데.
그래서 사귀었어요 안사귀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