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은 우리 외할머니 생신과 한 날이다.
음력 대보름 전날.
그리고 동생이 태어날 즈음해서부터는
계속 한 동네에 살았던지라
울 엄니는 내 생일을 양력으로 챙겨 주지 않았다.
어렸을 땐 참 싫었던 게
친구들 생일파티 가 보면
통닭에 떡볶이에 김밥에 뭐 그런 식인데(그니까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이야기)
내 생일상은 맨 전이니 부침개니 그런 식이었다.
게다가 할머니랑 한 날에 치르니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를 하는 건 꿈도 못 꿀 일.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 스스로 생일을 음력으로 계산하고 있더라.
친구들이 양력 생일에 축하 메시지 보내주면
"오늘 내 생일 아녀. 난 음력으로 쇤다."
지난 주말에도 고향집에 다녀왔다.
할머니가 아흔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도 아직 정정하셔서 다행이지만
나중에 할머니 돌아가시면 어쩌지 하는 걱정 뿐.
나 혼자 생일상 받으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릴 것 같다.
그 때 되면 엄니한테 우겨서
할머니 생신 제사 챙겨 드리고 그걸로 내 생일상 해야지 뭐.
뭐 어차피 다른 형제들도 부모님생신에 드리는 용돈인데...솔직히 다른 형제들 생일엔 음식같은건 안해줘요. 어릴때부터 워낙에 미역국만 먹으면 된다로 생일을 살아놔서 서로 생일축하 멘트같은것도 안하고요 당연 선물도 없고요. 그냥 평상시 먹던 치킨같은거 시켜먹고요.
이제 좀 나이들다보니 부모님 생신에 음식하고 용돈드리고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