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어느 마이피에서 모르는 여자아이와 동전노래방에서 듀엣했다는 이야기 보고
문득 생각난 이야기.
벌써 7-8년 전 일인데,
당시 나는 군대를 전역하고 들어갔던 회사마저 때려치운 후
다시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중이었다.
알바로 하는 일도 번역일이었던지라 거의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어느 날 낮에 엄니 심부름으로 슈퍼에 갔었더랬다.
짐작하겠지만,
방구석 폐인이 고작 집 앞 슈퍼 가는데 뭐 꾸미고 할 게 있나.
자르지 않아 덥수룩해진 머리가 떡진 그대로 다녀왔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한 여자아이가 보였다.
바로 아래층 사는 아이였는데 나이는 한 5살 정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누구에게나 배꼽인사를 해서
주민들에게 귀여움 받는 아이였다.
그런데 이 아이가 내 쪽을 흘깃 보더니 아파트 안으로 달려가는 거라,
이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내가 현관 안으로 들어서자 이 아이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급기야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들기며 울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제서야 사태 파악이 되었다.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천천히 뒷걸음질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정말 천만다행으로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아이 엄마.
놀란 아이엄마가 사정을 듣더니 웃으면서
"윗집 삼촌이잖아, 왜 그래~~~?"라고 달래서
겨우 진정이 되긴 했다.
나에게도
"삼촌 차림이 그래서 애한테는 좀 무서워 보였나 봐. 미안해요. 너무 맘 상해 하지 마요."
라고 하길래
"애가 그럴 수도 있죠 뭐. 그래도 교육은 잘 받은 것 같아서 안심이네요."
라고 말해 줬지만, 내심 기분이 좋을 수야 있나.
사실 내 얼굴이 잘난 편은 아니라도,
나쁜 인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전역 직전에 들은 이야기까지 겹쳐서
(후배 하사들 말로는, 친해지기 전까지는 내가 제일 무서웠다고...)
자신의 얼굴에 컴플렉스를 느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 엄니는 슈퍼에서
"아유, 그 집 아들은 그 나이에 취직이 안 돼서 어뜩한대?"
라는 말을 듣고,
여기에 미안하다고 과일까지 가져온 아이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후
내게 주간 외출 금지를 명하셨다...
K5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지하주차장에 차 대놓고 올라오려고 하는데, K5가 딱 들어오길래 구경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엄마랑 5-6살 아이가 같이 내렸는데
그래서 차 좋네 하고 계단 올라가는데, 밑에서 애 엄마랑 아이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겁니다.
엄마가 '얘 왜 안올라갈려고 해??' 라고 하니까
애기가 '아저씨가 잡아가...' 라고 했음. 근데 그 주차장에는 그 모녀를 빼곤 아저씨라고 지칭할 놈이 나밖에 없었음
집에 가서 혼자 되게 서글펐던 기억이 있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