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턴으로 발매된 소닉의 레이싱 게임.
세가빠이자 소니빠였던 나는 새턴으로 훌륭한 소닉 게임이 나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건만,
어째 나온 것은 메가드라이브판 4편의 이식작, 그리고 그 다음이 이 생뚱맞은 레이싱 게임이었다.
(사실 소닉 시리즈의 세일즈 포인트가 스피드였으니 아주 생뚱맞은 건 아니었다. 소닉 드리프트 같은 물건도 있었고.)
어쨌든 팬심으로 구매는 했지만
(그리고 마리오카트처럼 캐릭터를 잘 활용한 외전작일 거라는 기대도 있긴 있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느낀 것은 절망, 그리고 배신감.
다른 것보다도 시야거리가 너무 짧아서 앞이 보이질 않았다.
레이싱 게임인데!
어느 정도냐 하면
첫 코스인 리조트 아일랜드는 출발선 바로 앞에 올라갈 수 있는 절벽이 있는데
그 절벽이 출발선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
조작감도 형편없어서 캐릭터가 너무 휙휙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직선 주로에 링이 직선으로 늘어서 있는데도
그걸 먹는 게 엄청나게 힘들었다.
기껏 구입한 아날로그 패드도 그리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맵은 다른 레이싱 게임과 달리 상당히 넓은 편에 여기저기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그리고 이곳저곳에 모아야 할 아이템이 있어서)
레이싱 게임이라기보다는 3D 액션 게임 같은 느낌이었다.
나쁘지는 않은 아이디어였으나 불행히도 새턴의 능력이 심히 구렸다.
게다가 코인과 카오스에메랄드를 모두 모으고 나면
그 넓은 맵도 그리 의미가 없었다.
그냥 제일 빠른 지름길만 타게 되니까.
캐릭터의 능력편차도 심한 편이어서
기본적으로 속도가 빠른 소닉이나 너클즈는 맵을 돌파하는 데 매우 유용한 점프가 가능한 반면
에이미나 에그맨처럼 속도가 느린 놈들이 스페셜 액션도 구리고 심지어 쿨타임까지.
맵의 구성도 그렇고 여러 명이서 경쟁하기보다는
혼자서 넓은 맵을 뛰어노는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개인적인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소닉잼의 3D 모드도 그렇고
새턴으로 3D 소닉을 만들기 위한 테스트의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게임을 보고 직감했듯이
새턴으로는 3D의 세상을 누비는 소닉 게임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그 배신감은 다음 해에 훌륭하게 보상받기는 했다.)
다만 음악만은 환상적으로 좋았다.
게임의 BGM에 보컬이 들어가는 경우가 아직 흔치 않던 시절이었는데
하나하나가 명곡이라니.
그래서 적어도 음반으로서의 가치는 남게 되었으니 다행이랄까.
노래를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지금도 이름밖에 모르지만
목소리가 완전히 취향 저격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 배신감도 추억으로 미화될 즈음에
나는 이 게임이 게임큐브로도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큐브판은 그래도 (기기 스펙이 있으니)
해상도도 높고, 시야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조작감이 무척 좋아졌다는 느낌.
다만 버튼 배치가 불가능한데 그 기본 배치가 좀 메롱한 느낌은 있었다.
(제일 작은 B버튼이 가속이라니!)
심지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조작 설명에선
X버튼이 A버튼과 같은 기능이라고 구라를 치고 있는데
실제로는 B버튼처럼 가속 버튼이었다.
하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버튼이 같은 기능을 하는 건 상식적으로 좀 이상하긴 했다.
어쨌거나 이젠 좀 할 만한 게임이 되어서 가끔 꺼내 즐기곤 한다.
요즘은 에뮬레이터라는 좋은 물건이 있어서
버튼 배치도 내 맘대로 바꿀 수도 있고.
하여간 좋다.
진짜 공감가는게 음악하나는 전곡이 명곡이죠
히든케릭터도 나름 있었고 전 재미있게 플레이 햇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