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리 소대장이 사고 치고 전출간 후
내가 소대장 대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신병이 왔는데 가족관계를 물어보니
굉장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할아버지가 예비역 소장인가 중장인가
하여간 그렇다더라.
이 새퀴 말하는 뽐새를 보니 엄청 골치아플 예정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2주 정도 지났을 때 행정반에 전화가 왔다.
그 놈 할아버지란다.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전화를 받아서 내 소개를 했더니
"뭐 다른 게 아니고 자네가 맡은 내 손주놈 말인데..."
순간 머리 속에 온갖 생각이 휘몰아쳤다.
암만 내가 장기 복무 생각이 없어도
아직 전역까지 3년이나 남았는데
여기서 잘못 개겼다간 골치 아프겠는 걸...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무슨 수를 써서든 사람 좀 만들어서 보내 줘."
"네?"
"구타든 가혹행위든 죽지만 않으면 내가 다 막아줄 테니까 사람만 만들어서 보내.
병신되는 것까진 내가 다 막아줄 테니까."
머리 속에 갑자기 할렐루야가 울려 퍼졌다.
분대장을 불러서 이 얘기를 했더니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냥 놔두면 사고 나겠다 싶어서
"패도 내가 팰 테니까 니들은 절대 손 대지마, 알았어?"
라고 다짐을 받아놓고
또 한 2주 동안을 애들 취침할 때까지 퇴근도 못하고 막사에서 방황했던 기억...
그놈 지금은 어디서 뭐하고 지낼런지.
좀 싸가지가 없어서 그렇지
그래도 능글능글하게 주변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긴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