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기록 - 동행자들1
20XX년 09월 11일 17시 35분
탕---
다이앤, 또 어떤 멍청이가 총을 쐈나봐.
소리를 들어봐서는 그렇게 멀지 않군.
마키에와 난 도시 외곽 지역을 돌아서 러쉬먼 연구소로 향하고 있어.
도시 중심부를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원래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놈들도 많을테니까.
외곽지역은 초저녁만 되어도 도우 페이스가 잘 눈에 띄지 않았어.
이 도시 자체가 인구도 별로 없으니 그럴 법도 하지.
하지만 그 행운도 저 총성에 반나절 만에 날아가 버렸군.
-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나 봐요!
마키에가 소리쳤어.
- 그런가봐. 하지만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자. 우리까지 위험해 질 수 있어.
총성이 난 방향으로 50미터 쯤 갔을까. 코너를 도니까 바로 보였어.
튀어 나가려던 마키에를 겨우 붙잡았지.
40대 중후반 쯤으로 보이는 덩치 좋은 중년 남자가 딸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있었어.
남자의 차로 보이는 픽업 트럭은 건물 벽에 부딪혀 엉망이 되어 있더군.
남자가 다가 오는 좀비를 향해서 총을 겨누고 욕설을 퍼붓고 있었지.
타아앙---
또 한 발. 저러고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남았지?
결국 총 두 방을 맞고도 놈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남자와 딸은 뒤엉켜서 나자빠졌지.
남자는 올라탄 놈의 뼈를 두 손으로 겨우 잡아 밀어내고 있었어.
옆에서 놈의 팔을 잡아 끄는 딸도 별로 도움은 안 되어 보였지.
- 아무래도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말이야 쉽겠지만 방금 총소리로 최소한 세 네마리는 몰려 올거야.
냉정하게 생각하면 주변의 놈들이 저 쪽에 몰릴 때 빨리 이 곳을 빠져 나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 아냐, 좀 기다려 보자. 놈들이 더 몰려 올지도 몰라...
그순간 내가 잡을 새도 없이 마키에가 달려 나갔어.
젠장, 쿠노이치(여자 닌자) 나셨군!
마키에가 그 놈의 왼 팔을 잡고 바둥거렸지.
조그만 여자 아이의 힘이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마키에와 딸, 좀비놈이 같이 뒤로 넘어져서 나뒹굴었어.
그리고 반대편 골목 끝에서 다른 두 마리가 이 쪽을 눈치채고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지.
남자는 다시 일어서서 총을 도우 페이스의 머리에 대려고 했어.
- 잠깐만요!!
난 그 사람과 놈 사이를 가로 막았고 손도끼를 꺼내서 재빨리 아이들이 잡고 있는 양팔을 잘랐어.
끄드드... 으...웨...이... 익..
얼굴 가죽으로 덮여 있는 놈의 입에서 낮게 바람빠지는 소리가 났어.
- 이런 젠장!! 누구쇼?!
- 나중에 얘기합시다!! 또 놈들이 오고 있어요!! 달려요!!
그제서야 달려오는 두 마리를 눈치챈 남자는 딸을 들쳐 업고,
난 마키에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어.
그러고 15분... 20분 정도 달렸을까.
짐에 어린 아이까지 업고 더 이상 뛰기도 힘들더군.
그래도 다행히 쫓아오지 않았고 안전해 보였어.
헉헉대면서 물통을 건넸고 물을 마시자 그제서야 우리의 척 노리스께서 입을 떼시더군.
- 아까는 제법이더구만. 하지만 나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는데.
총 앞을 가로 막은 건 정말 무모한 짓이었어 친구.
내가 조금만 빨랐더라도 이 총으로 자네랑 좀비 놈을 함께 뚫어 버릴 뻔 했다고!
어련하실까.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군.
- ... 다행이군요.
전 그저 이 친구가 도와주러 나가서 덩달아 나간 거 뿐이에요.
- 오! 제법 용기있는 꼬맹이구나.
신세졌군. 크면 이쁘게 되겠는데.
크레이그가 얼굴을 만지려고 손을 뻗자 마키에가 흠짓하며 뒤로 물러 섰어.
내가 끼어들었지.
- 제 이름은 에드가 입니다.
이 친구 이름은 마키에구요.
- 난 크레이그라고 하네. 크레이그 브링스톤.
이 쪽은 내 딸 애니.
마키에보다는 조금 위로 보이는 아이다. 한 15~16살 쯤?
- 애니에요.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낯은 가리지만 어른스러운 아이다.
- 어찌 됐건 살아 있는 사람 만나서 반갑네요.
- 그러게 말이야. 그 씨부럴 놈들은 대체 어디서 온거야?
-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최근에 유행했던 조류독감이 원인 아닌가 추측만 하고 있죠.
- 조류독감! 조류독감이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단 말인가?
- 말은 조류독감이지만 사실 조류독감이 아니라 좀비 바이러스 아닐까요?
- 얼마 전에 러쉬먼 사에서 대대적으로 조류독감 백신을 맞게 하더니 그건 다 쑈였나?
역시 그딴 거 안 맞길 잘 했다니까!
딸년이랑 여행 갔다오길 잘 했군.
애니는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어.
이 등빨 좋은 아저씨는 경찰관인 모양이야.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익 성향이 묻어 나더군.
물어 볼 것도 없이 골수 공화당원이겠지.
와이프가 러쉬먼 사 직원이라서 이들 역시 그 쪽으로 가고 있었던 모양이야.
- 그 놈의 여편네! 일하지 말고 집에나 틀어 박혀 있으라고 해도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이런 꼴이구만!
연락도 없이 외박해서 반 죽여 놓으려고 했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저 놈들이 걸어 다니지 뭐야.
계속 핸드폰은 안 터지고... 참, 자네 핸드폰은 터지나?
- 아뇨. 아무래도 통신이 완전 마비된 거 같아요.
- 그런가... 흠... 어쨌든 이 동네에 제대로 된 시설은 그 회사 연구소 시설이니 거기 대피소라면 안전하겠지.
- 저희도 그렇게 믿고 가고 있습니다.
어쨌든 한 곳에서 계속 머무르는 것도 위험하니 움직이면서 이야기하시죠.
아, 그리고 가능하면 총 대신 이걸 쓰시죠.
여분용으로 남겨둔 도끼를 건넸어.
- 이봐, 젊은 친구. 고맙긴 한데
난 나뭇꾼이 아니라 경찰이야.
난 평생 총을 써왔어.
스미스&웨슨 M29, 더티 해리가 쓰던 총이라고.
이 인간 진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은거야?
- 그 총이 위력이 대단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놈들은 머리가 깨져도 죽지 않아요.
거기에 소리를 듣고 몰려와요.
총소리가 나면 순식간에 수 십마리가 몰려올겁니다.
제가 찾은 제일 좋은 방법은 팔이나 다리를 자르는 거에요.
그러면 어찌 됐건 쫓아오지는 못하니까요.
그제서야 우리 총기 협회 대변인은 투덜거리며 도끼를 받더군.
다시 걸음을 옮겼지.
이 곰같은 투덜이 아저씨는 틈만 나면 이 동네는 간통하는 놈들 때문에 저주를 받았다느니 동성애자 놈들을 진작에 죽였어야 했다느니 말도 안되는 소리를 계속 지껄였어.
역시 내버려두는게 나았을려나...
혹시 제목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알려주시면 정말 감솨. ㅜㅁ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