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코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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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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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소사이어티 - 새로운 시민들] 열다섯번째 기록 - 환풍구 속에서1 (0) 2013/08/13 AM 12:53


- 음... 틀림없어. 그 남자 연구원이 여자를 다이앤이라고 볼렀소.
내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다이앤, 왜 안톤의 입에서 당신 이름 나온 거지?
왜 모두들 날 좀비 보듯이 보는 거야?

- 정말로 당신이 찾는다는 그 여자가 저 괴물들을 만들어낸 겁니까?

- 다... 당신... 사실은 다 알고 있었던 거 아냐?
우리를 이리로 데리고 온 것도 호... 혹시 일부러?!

- 엥, 그... 그게 정말이슈?

- 에... 에드가, 정말로 그런거야? 거짓말이지...?

좋지 않아. 아마 지금 어떤 말을 해도 저 의심의 눈을 거두지는 않겠지. 심지어 마키에까지...

- 저도 지금 제 귀를 의심했어요.
다이앤이 저 괴물들을 만들어냈다니...
여기 다이앤의 사진이 있어요.
안톤, 보세요. 당신이 환풍구를 통해서 본 여자가 정말로 이 여자입니까?

꾸깃해진 당신의 사진을 물끄러미 보던 안톤은

- 크흠... 글쎄... 아까도 말했지만 천정 위쪽에서 본 거라 솔직히 얼굴을 제대로 보진 못했소.
다만 머리 색깔은 확실히 이 사진의 여자처럼 동양계 특유의 검은 머리였지.

존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면서 날 향했지.

- 마... 맞군요. 당신이 찾던 다이앤이라고 하는 여자가 다 꾸민 일이!
그 여자가 사람들을 다 괴물로 만들어 놨어!!

- 안톤도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다른, 다이앤이라고 하는 이름을 쓰는 사람일 줄 누가 알아요!

- 흐...흥, 연구원이 수 백명 있다고 해도 동양계에 다이앤이라고 하는 이름이 얼마나 흔할 거 같소?

- 만에 하나 안톤이 본 여자가 정말로 다이앤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진상을 위해서는 결국 다이앤을 찾는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 빅터라는 남자도요.

- 이미 좀비 천지가 되어 버린 이 연구소 안에서?
그리고 당신을 어떻게 믿고 이제 같이 행동한단 말입니까?
나... 난 여기에 있는 헬기를 찾아서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거요!

- 자자... 진정하세요, 존. 에드가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아직 진상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 여자가 정말로 다이앤인지 증거도 없고.
또 생각해 보면 그 실험의 주모자가 다이앤이란 증거도 없잖습니까.
그 빅터라고 하는 남자가 이 계획을 짠 사람일 수도 있고.

- 마... 말은 잘 하지만 죠셉, 당신도 결국에는 다이앤인지 하는 여자를 캐서 특종을 잡고 싶은 거죠?
전 여기서 좀비가 되고 싶진 않아요.
살아서 나가고 싶단 말이에요.
다...당신은 에드가를 믿고 앞으로 같이 다닐 수 있습니까?

- 그... 그건... 하지만 에드가가 우리 목숨을 살려준 건 사실이잖습니까?
사람들을 좀비로 만드는 계획의 일부분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갑자기 날 두고 존과 죠셉, 둘이서 옥신각신하기 시작했지.
그런데 아까 꺼낸 당신 사진을 조용히 쳐다보던 마키에가

- 어...? 저 이 분 만난 적 있는 거 같은데요. 논쟁 중이던 존과 죠셉도, 괜한 짓을 했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던 안톤도, 그리고 나까지 모두 마키에를 쳐다 봤어.

마키에가 다이앤, 당신과 만난 적이 있다고?

- 네, 작년까지 우리 집에 자주 와서 아빠, 엄마, 나, 동생 건강 검진을 해주셨던 분이세요.
분명히 기억해요.

존의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어.

- 저, 정말 이 여자가 너희 집에서 건강 검진을 해줬니?

- 네, 우리 엄마가 연구소 직원이고 친하다고 해서 자주 건강 체크를 해주셨어요.
정말 상냥한 분이셨어요.
괴물을 만들 사람으로는 안 보였는데요.

- 어른들은 다들 그런 가면을 쓰는게지.
그 여자가 무슨 검사를 했었니?
너한테 뭐라고 하지 않든?
무슨 약을 먹이진 않았어?

존이 다시 마키에에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지.
조금 전까지 말을 더듬던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속사포처럼 말을 뱉을 수 있을까.

- 지금 그런 걸 물을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존, 미안하지만 전 진실을 알아야겠어요.
다이앤의 연구실로 갈 겁니다.
뭔가 증거가 될 수 있을만한 게 있겠죠.
안톤, 연구실까지 가는 길 알고 있죠?

- 알고는 있소만...
미안하지만 좀비가 돌아다닐지도 모르는 연구소까지 가고 싶진 않소.
난 그냥 여기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나을 듯 싶소만...
연구소까지 가는 환풍 통로를 그리 복잡하지 않으니 가르쳐 주죠.

- 자, 잠깐만요. 안톤, 에드가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에드가, 솔직히 당신을 믿을 수가 없어요.
당신 혼자 보냈을 때 당신이 딴 맘을 먹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 무슨... 제가 무슨 함정이라도 판단 말인가요?

- 소... 솔직히 알 수 없는 일 아니오?
가... 같이 간다고 해도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고.
그... 그렇지... 그렇게 하면...

존이 그리 넓지 않은 휴게실을 불안정한 걸음으로 어지럽게 돌아다니더니,

- 그, 그래. 미안하지만 에드가를 여기에다 좀 묶어 놓아야 겠어요.

- 묶어 놓는다? 무슨 소립니까?

- 마... 말그대로 포박한다는 말입니다.
저 의자가 좋겠네요.
연구실은 나와 죠셉, 마키에가 함께 가겠어요.
증거 자료를 찾아서 돌아 올 때까지 안톤과 에드가는 여기에 기다려주세요.
안톤과 에드가, 1대1이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묶어 놓는 겁니다.

이젠 대놓고 위험분자 취급이네.
죠셉이 내 눈치를 봤어.
차마 말로는 못하겠지만 자기도 안심했다는 듯한 그런 표정이더군.
어쩔 수 없지.

- 알겠습니다.
그럼 세 사람을 믿고 여기서 기다리죠.
만약에 다이앤이 상관없다는 증거가 발견되면 그 때는 저를 풀어주시는 겁니다?

- 야, 약속하죠.
안톤도 괜찮죠?

- 좀비 놈들이랑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낫소.

- 저도 남을래요!

마키에였어.

- 마키에, 말은 고맙지만...

- 전 에드가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란 걸 믿어요.
다이앤도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었고요.
전 여기서 에드가와 기다릴께요.

- 마, 마키에 그냥 우리랑 가는 게 어떻겠니?

- 증거 자료를 찾는 건 두 분이서도 충분히 하실 수 있잖아요?

- 마... 마키에 우리 셋이서 가는게 자료 뒤지는 것도 더 빠를 거고...

- 싫어요! 전 여기서 있을거...

- 넌 우리랑 같이 가야 한다니까!

존이 지른 고함에 일순 방 안의 피가 얼어 붙었지.
흥분하는 건 종종 봤지만 그렇게 고함지르는 건 처음 봤어.
존은 우리를 한 번 둘러 보더니

- 크...흠, 소... 소리를 질러서 미안하구나.
엄마, 그래 그렇지. 너희 엄마 소식을 알 수도 있는 거 잖니.

마키에가 곤란한 눈빛으로 날 봤지.
하지만 내가 큰 소리를 낼 수는 없는 상황이었어.

- 그래, 마키에. 너희 엄마 연구실도 있을테니 거기서 엄마 계신 곳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거야.
존과 죠셉을 따라가렴.

마키에의 어깨가 다시 축 늘어졌지.
이로써 탐탁친 않지만 존의 의도대로 난 나무 의자에 손이 묶이는 신세가 됐어.
문서를 파일링 하는 플라스틱 끈 같은 걸 엮어서 묶었는데 문구용품이 그렇게 단단한지는 또 처음 알았네.
죠셉이 내 손을 묶고 있는 동안 안톤은 존에게 연구실로 가는 환풍 통로를 알려주고 있었지.

난 안톤과 존이 보고 있는 건물 내부 구조도를 넌지시 보면서 죠셉에게 속삭이듯 말했어.

- (가능하면 존과 마키에를 같이 두지 마세요.)

죠셉은 대충 이유를 알겠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결국 셋은 떠나고 안톤과 나, 둘만 남았지.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
안톤은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마냥 미안하다고 했지.
그리고 젊었을 때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더군.

그러고 또 한 시간 쯤 지났을까.
배가 고파서안톤과 같이 밥을 먹었어.
손이 뒤로 묶인 신세라 마치 중환자에게 밥을 먹이듯 안톤이 떠먹여줬지.

먹고 나서 순간적으로 기분이 풀어진 탓인지 졸음이 왔어.
앉은 채로 졸다가 순간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지.
몇 분 정도 지난 거지? 20분? 30분?

그런데 마주보고 앉아 있던 안톤의 안색이 이상했어.
쉬익- 쉬익- 하는 메마른 숨소리가 입에서 세어 나왔지.
얼굴도 새파랗고.

- 이봐요, 안톤. 괜찮아요?

안톤은 눈꺼풀을 겨우 뜨더니

- 모... 모르겠소. 이... 이상하게 팔 다리가 뻐근해서 피곤한 탓인가 했는데...
관절이랑 뼈 마디 마디가 쿡쿡 쑤시는 듯이 아프기 시작했소.

뭐지? 설마...?

- 윽... 으으윽...

- 안톤, 진정하고 숨을 깊게 쉬어요.
괜찮을 거에요.

- 아아악... 못 참겠어... 파... 팔다리가 너무 아파.

안톤의 몸이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지.

설마 변이?

좀비에게 당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된거지?
그것도 지금까지 괜찮다가 왜 갑자기 지금?

아니 그걸 신경쓸 때가 아니지.
난 아직 손이 묶여 있는 상황이잖아.
안톤이 변이를 마치는 순간 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거야, 젠장!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나서 벽에다 의자를 마구 휘둘렀지.
하지만 역시 영화처럼 한 번에 의자가 부서지는 일은 없더군.
빌어먹을, 그럼 이 플라스틱 끈을 끊는 수 밖에 없는데...

썩은 나무마냥 뒤틀리는 안톤 옆에 내가 놔둔 도끼와 가방이 보였어.
뒤로 손을 뻗은 채 겨우 도끼를 잡고 날 부분으로 끈을 계속 비벼댔지.

안톤의 종아리 뼈가 우두둑 소리를 내더니 살을 찢으며 길어졌어.
지탱하지 못한 안톤의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진 채 몸이 뒤틀렸고 팔이 무릎까지 뻗어가고 있었지.

빨리, 빨리, 빨리...

툭!!

됐다!!

미처 가방까지 챙길 틈이 없었지.
도끼 하나만 들고 마키에들이 들어간 환풍 통로 속으로 들어갔어.
아까 안톤과 존이 보던 구조도를 떠올리면서 미친듯이 기어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할 여유 따윈 없었어.
그저 멀찌감치서 확인한 내 정보가 맞기 만을 바랄 뿐이었지.

슬슬 연구실에 도착할 때가 된 거 같은데 라고 생각했을 때

캉!!

저 뒤 쪽에서 나는 소리다.

캉!! 끄드드드득....

점점 가까워 온다.

환풍 통로의 강철 재질과 강하게 부딪히며 퍼지는 파열음.

그리고 뒤이어 울리는 괴이한 신음소리.

안톤이다.
아니 이젠 안톤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지.

캉!!

30여미터 쯤 뒤 쪽에서 안톤이 기어오고 있었어.
손 대신 생긴 뼈 끝을 갈고리처럼 지면에 박으며.

끄드드드드득...

살덩어리에 뒤덮힌 입에서는 이를 가는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지.

눈도 없었고 얼굴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이었을 때 형태가 남아있는 부분은...

'코가 있는 자'

내 냄새를 맡고 쫓아 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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