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다가 검색어 1위가 '신해철 사망'이란 걸 보고는 마음의 준비는 약간은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준비가 안됐던지 괜시리 다른 기사 쳐다보며 현실도피하다가 10분 뒤에야 겨우 해철 님이 영면하셨다는 기사를 열게 되었습니다.
에효... 23년 전부터 지금까지 제가 가장 좋아하던 가수를 못 본다는 생각에 정말 기분이 뭐라 할수가 없더군요...
이제 머리 굵었다고 눈물이 나지는 않는데 제 안에서 무언가가 계속 묵직하게 남아 있습니다.
왜 그렇게 일찍 가십니까...
당신이 병실에 누워 있을 때도 난 그냥 일상처럼 손님 주문 받고, 이사한 새 사무실에서 짐정리만 하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일찍 가십니까...
고향집에 있는 30장 넘는 당신 앨범 볼 때마다 괜시리 흐뭇했는데 왜 그렇게 일찍 가십니까...
비어있는 CD집을 채워줄 새 앨범 나오면 바로 바로 내 돈 당신한테 버려줄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일찍 가십니까...
12년 전에 큰 맘먹고 당신 콘서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서 그 후로는 학생 때는 돈없다고, 사회인일 때는 시간없다고 갖가지 핑계 대다가 이제 겨우 돈 남고 시간 남아 '슬슬 콘서트 하면 가볼까...' 했는데 벌써 가십니까...
CD룸 드라이브가 고장나서 REBOOT MYSELF 앨범만 사고 못 듣고 있다가 '이제 외장 CD룸 사서 들어봐야지' 했는데 일찍 가십니까...
리부트 하셨다길래 '아 이제 들을 만한 앨범 좀 나오겠군' 했는데 벌써 가십니까...
연예면보다 사회면에 당신 기사가 더 많이 나올 때도 '아 이 양반아 독설 하는 건 좋은데 새 앨범이나 내고 하지?'라고 내심 독설 날렸는데 벌써 가십니까...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꼭 한번 당신이랑 얘기 한번 해서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면 그대로 따르고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면 샀던 앨범 다 당신 얼굴에 던져 버리고 '내 시간 돌려내!!'하고 내뱉어 주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가십니까...
당신 때문에 내 청춘의 역사 한 페이지를 강제로 닫아야 하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가십니까...
당신 위해 해드린 건 별로 없지만 오늘의 술 한잔은 당신을 위해서 마실께요.
잘 가요. 잘 자요.
다음 생에는 너무 그렇게 에너지 막 쏟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