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력’ 이용 신개념 발사장치
미국서 지구 준궤도 진입 성공
기술 높여 저궤도 진입 가능 땐
우주 물자 운송비용 대폭 절감
개발사 “2024년 상용화 목표”
로켓엔진 없이도 우주선을 대기권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신개념 발사 장치가 미국에서 첫 시험 가동에 성공했다. 지상에서 강력한 원심력을 생성하는 특수 설비를 만들어 ‘포환 던지기’처럼 우주선을 공중으로 쏘아올리는 기술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하면 우주로 물자를 옮기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미국 과학 매체 뉴아틀라스는 미국 기업 ‘스핀 론치’가 고도 100㎞ 근처인 ‘지구 준궤도’까지 로켓엔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는 발사 장치를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시험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의 작동 원리는 올림픽 종목인 포환 던지기와 비슷하다. 원 안에서 몸통을 뱅글뱅글 돌려 원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팔을 쭉 뻗어 금속 공을 던지는 행동을 거대한 설비 안에서 공학적으로 재현했다. 실제로 미국 뉴멕시코주에 건설된 발사 장치는 포환 던지기에서 뱅글뱅글 도는 선수의 몸통 역할을 할 회전형 막대기가 내장된 원반, 그리고 선수의 팔 역할을 할 발사관으로 구성된다. 이 장치의 전체 높이는 50.4m로 자유의 여신상(46m)보다 약간 크다. 스핀 론치는 막대기의 회전 속도를 음속의 7배에 달하는 최고 시속 804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맹렬하게 도는 막대기 끝에 우주선을 묶어놓았다가 잠금장치를 순간적으로 풀어 발사관을 타고 우주선이 솟구치도록 만든 것이다. 막대기를 돌리는 동력은 전기에서 얻는다.
회사 측은 앞으로 기술 수준을 높여 최대 200㎏짜리 소형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대형 발사 장치를 만들 계획이다. 이 대형 발사 장치는 우주선을 준궤도를 넘어 지구 저궤도(고도 약 200~2000㎞) 이상 밀어올릴 수 있도록 성능도 높아진다.
이 기술이 상용화하면 우주에 물자를 올리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스핀 론치는 기존 로켓보다 연료 사용량은 4분의 1, 전체적인 발사 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회사 측이 상용화를 가정해 제작한 동영상을 보면 지상에서 떠오른 우주선에는 강한 지구 중력을 뿌리치기 위한 거대한 1단과 2단 로켓엔진이 없다. 대신 우주선은 발사 장치에서 얻은 원심력을 바탕으로 높은 고도까지 솟구치다 인공위성을 분리하기 직전에야 소형 로켓엔진을 점화한다. 우주선이 단출해지면 비용은 물론 비행 중 고장이나 사고의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스핀 론치는 “새로운 발사 장치를 2024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865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발표한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는 지상에서 쏜 포탄으로 우주 여행을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판 우주 대포’가 현실로 바짝 다가온 상황에서 향후 우주 개발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