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맨 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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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호떡집 줄이 2배 길어지면 기다림은 6배 된다 (3) 2021/12/18 PM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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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유인 납치 기사'다. 특이한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한 다음, 강제로 경제학 강의를 할 예정이다.

강의 대상은 '일시적인(Transitory)'이란 단어다. 경제계에선 올해의 단어로 꼽을 만한 단어다.

중국은 저 단어 때문에 초유의 전력난을 겪었다. 미국의 대통령은 저 단어 때문에 ' 야심 찬 바이든노믹스' 예산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화가 나서 삼성전자와 TSMC에 '반도체 누구한테 납품하는지 보고하라'고 호통까지 쳤다. 미국과 유럽과 일본과 한국 등 전세계 모든 중앙은행장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내내 이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공급망 병목현상을 상징하는 이 단어, '남대문 호떡집'에서 시작한다.


■ 저 줄이 다 줄어, 내 입에 호떡이 들어오는 때는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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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시장의 명물 호떡집. 이 집 꿀(흑설탕 믹스)에 혀를 한 번도 안 데어 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데어 본 사람은 없다.

춤을 추듯 리드미컬한 동작으로 반죽을 떼어내, 정확한 손 계량으로 분말 꿀(!)을 투입한 다음 반죽을 오므려 감춘다. 그 뒤 기름의 바다에 던져 튀기듯 구워낸 '뚱뚱한 호떡'… 동(冬)장군이 찾아오면 자동반사처럼 떠오른다.

그래서 줄을 선다. 늘 줄이 있다. 게다가 호기로운 사장님, 한 다라이(고무대야) 분량의 찹쌀 밀가루 반죽이 떨어지면 하루 일을 접는다. 빠르면 두 시, 그날 그날 폐점 시간이 다르다. 별수 없다. 줄이 길어도 영업 중이기만 하면 줄 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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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떡 가게,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여러 개 있다. 가게마다 줄은 있다. 하지만 보통 대기는 그리 길지 않다. 5분~10분.

하지만 휴일, 몇 집이 문을 닫는다면? 문을 연 곳의 줄은 두 배로 길어진다.

줄이 두 배가 되면 기다림도 두 배가 될까? 아니다, 기다림은 두 배 이상이 된다. 그 줄은 좀처럼 줄지도 않는다. 경험상 그렇다.

■ 호떡의 공급 경제학 : 간단한 산수

왜 그럴까? 간단한 산수를 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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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구워지는 호떡의 양은 일정하다. 위 사진 속엔 8개가 한 번에 구워지고 있지만, 계산 편의상 5개라고 가정하자. (곱하고 나누기엔 5가 쉽다!)

시간은 4분이 걸린다. '모차렐라 야채 치즈 호떡'을 주문하자, 리드미컬하게 완성한 반죽을 기름의 바다에 투척(여기까지 1분)한 쉐프께서 "3분 뒤에 오세요" 했다. 합하면 분명 4분이다.

그리고 10명이 줄을 서고, 1인당 구매량은 1.5개라고 하자. (둘이 와서 꿀 호떡 하나씩 먹은 뒤 모차렐라 호떡 하나를 나눠 먹는다고 보자) 역시 계산 편의를 위한 가정이다.

재고도 생각해야 한다. 호떡이 패스트푸드 라기는 애매하지만 '주문받아야 제작'하는 슬로우 푸드도 아니다. 쉐프는 손님이 없어도 일정 분량의 호떡을 만든다. 호떡집에 가면 늘 한쪽에 호떡이 쌓여있지 않던가. 그 재고, 10개라고 가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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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10번째 마지막에 줄 선 손님은 언제 호떡을 먹게 될까. 아래 계산에 따르면 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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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른 집이 문을 닫아 다른 집에 20명이 줄을 섰다면?이 경우 기다리는 시간은 16분이 된다. 4배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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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Ceteris Paribus)의 계산이다.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를테면, 평소보다 많은 손님 때문에 피곤해진 쉐프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갑자기 흑설탕이나 식용유가 모자라져 편의점에 다녀와야 할 수도 있다. 손님이 평소보다 갑절 많아지면 그런 예기치 못한 상황의 발생 확률은 높아진다. 이 사건들은 기다림을 더 길게 할 것이다.

더 큰 변화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평소보다 더 긴 기다림이 호떡 소비량을 늘릴 수 있다. 이른바 본전심리다.

"20분이나 기다려 호떡 하나 반 먹고 돌아선다고? 아까워서 안되겠다 최소 두 개는 먹어야겠다"거나 "기다린 김에 좀 사가서 애들도 줘야겠다"면서 대량 주문을 넣을 수 있다.

"이렇게 기다리다니, 맛집인게 분명하다, 나만 먹는 것은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배신이다, 아주머니 한 개는 바로 주시고요, 열 개 싸주세요."


뒷사람의 더 긴 기다림, 그리고 그에 대한 분노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 어쩔 것인가, 호떡 줄의 세계는 '선입선출 원칙'의 세계다.


그리하여 만약 평균 주문 개수가 1.5개에서 2개로 늘어난다면?계산에 따르면 기다림은 24분, 무려 6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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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찍 효과에 휘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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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경영학 교수인 요시세피는 코로나 이후 공급망 충격을 설명한 저서 <뉴 애브노멀, 2020>에서 이 상황을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라고 설명한다.

'소비자 수요의 변화가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상류로 올라가며 또 다른 변화를 강제하면서 증폭된다' 즉, 초기 단계의 한 단위 변화가 마지막 단위에선 여러 단위의 더 큰 변화로 증폭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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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애브노멀(2021), 요시 셰피, 드루
채찍효과는 반대로도 발생한다. 수요가 10% 줄면 주문 감소는 더 증폭돼, 매출과 이익은 3~40% 이상 줄어들 수 있다.

코로나 직후에 그랬다. 전 세계가 동시에 셧다운(경제봉쇄) 하면서 그 충격은 몇 배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코로나는 이 채찍 효과가 역(-)의 방향으로 극대화되었다가, 순식간에 태세 전환해 양(+)의 방향으로 극대화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채찍 효과'가 작용하는 경제공간이 급히 수축한 뒤(주문이 얼어붙은 뒤), 바로 용수철처럼 급팽창(주문이 폭주)한 것이다.

지금껏 연구해보지 못한,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때 중요한 건 '주문의 스피드'다.

제조업체는 먼저 부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급업체가 다시 활동을 재개해 제조업체에 부품을 보내기까지는 몇 주,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수요가 구체화하기 전에 소매업체가 제조업체에, 제조업체는 자신의 공급업체에 주문을 넣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잠재적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경기 회복기에는 수요가 구체화하기 전의 주문타이밍이 승자와 패자를 구별 짓는다.
(뉴 애브노멀, 요시 셰피)

 

■ 드디어 '일시적인(Transitory)'이 출현한다

이게 일시적(Transitory) 병목현상을 유발했다. 갑작스런 경제 봉쇄 이후 경제 정상화에 따른 '공급망 병목'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시적(Transitory)'인 현상이라 했다. 특히 중앙은행들이 그랬다. 인플레이션이 잠시 치솟지만, 곧 가라앉는다 했다.

시장은 단기에 왜곡될 수 있지만, 장기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믿음이다.

'몰린 수요를 해소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거다.'
'급해서 여기저기 반복 주문을 넣었더라도, 필요한 양이 채워지면 과다 주문은 취소할 것이다.'
'수요에 맞춰 공장 설비가 늘고 생산이 늘면 해결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연준의장 파월부터, 유럽의 라가르드, 일본의 구로다, 한국의 이주열 한은 총재까지 모두가 '일시적(Transitory)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더라도 곧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그 믿음을 설파해 시장을 안정시키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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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 Transitory 에피소드 ① 중국의 전력난 '중국이 전 세계에 석탄 추가 주문을 넣었다'

호떡집에선 최악의 상황에도 기다리면 된다. '선입선출' 원칙의 세계라서다.

그러나 실제 세계 경제에선 수요 공급에 따른 가격 조정이 일어난다. '가격조정 원칙'의 세계다. 수요가 10% 늘면 주문은 4~50% 늘 수 있다. 가격은 두 배 세 배가 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중국 전력난은 대표적인 예다.

중국의 전력난 원인은 석탄 부족이다. (그 석탄 부족, 혹은 가격 상승을 불러온 이유는 수없이 많다. 친환경, 호주와의 갈등, 올림픽, 중국 지방자치구조...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이유가 아니라 결과다) 그 결과 중국은 평소 이상의 주문을, 평소 거래하지 않던 여러 대륙, 여러 업체에 해야 했다.

부족한 석탄은 10%가 채 안 됐어도, 주문은 그 몇 배를 넣었을 것이다. 여러 대륙, 여러 업체에 채찍 효과가 전파됐을 것이다. 어디서 먼저 석탄이 날지 모르니 반복주문 넣었을 것이다. 중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 결과 석탄 가격은 로켓처럼 튀어 올랐다.


전 세계적 에너지 대란, 원자재 대란, 곡물가 대란의 바탕에는 동일한 원리가 작동한다.

■ Transitory 에피소드 ②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조사 '대체 왜 이렇게 <일시적>이라던 현상이 지속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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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구 부두에선 하역이 지체되고,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노동자를 찾기는 힘들다.
미국도 혼란을 겪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상황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반도체 공급 문제는 해결되어야 하는데, 왜 안되지?... 그래서 미국의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그 결과 중고차 가격이 미친 듯 뛰어오르고, 인플레이션(PCE)이 걷잡을 수 없게 되지?

바이든 부양책은 치명적 영향을 받았다. 규모가 원안의 반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공급망 교란으로 인플레이션이 5%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더 부채질할 부양책을 집행하기는 두려웠던 의회가 규모 축소에 합의했다. 그래서 바이든은 핵심 경제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TSMC에 반도체 공급에 대한 정보를 내놓으라는 윽박이 나왔을 것이다. 자본주의 심장에서 자기 나라 회사도 아닌 회사에다가 '반도체를 어디에 얼마나 어떤 우선순위로 공급하는지 장부를 좀 보자'고 했다. 그만큼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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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Transitory(일시적)'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이런 식으로 공급망 병목이 계속되자 더는 '일시적'이라는 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미국의 파월 의장은 "9월부터 노동부족 및 공급망 문제 등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서 더 크고 더 지속적이라는 것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주열 총재도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파월 의장은 입장을 바꿨다. '일시적'이라는 단어, 폐기할 때가 됐다고 한 뒤, 성명서에서도 뺐다.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을 해야겠다, 며 테이퍼링의 속도도 높였다. 내년 세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음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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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장기 인플레이션(PCE:개인소비지출지수) 그래프.
미국의 인플레이션(PCE) 그래프를 보니, 과연 그럴 만도 하다. 2020년 얇은 회색 띠(회색 띠는 경제위기 등 이벤트를 의미한다)로 표시된 코로나 이후 물가 상황을 보라. 일시적이라기에는 너무 멀리(높이) 왔단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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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에 장기 지속 되어 '뉴노멀'이라 불리던 장기 저물가 상황이 코로나 이후 변하고 있는 게 보인다
■ 모두가 틀렸다

세계의 경제 석학들은 모두 '일시적'이란 단어를 써왔는데, 그들 모두가 틀린 것일까?

일단은 그래 보인다. 위로가 되는 건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말이다.

데이비드 카드 교수는 한국의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팬데믹의 경제효과를 설명 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했다. “팬데믹을 분석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너무 많은 요소가 한꺼번에 교란하기 때문에 장담하건대 20∼30년 뒤에도 우리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가려내는 중일 것”이라고 했다.

2~30년 안에 완전한 정답은 나오지 않는단 얘기다. 그러니 모두들 너무 자괴감 느낄 필요는 없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경제 얘기는 이것만 기억하자.

'줄이 2배가 되면, 기다림은(가격은) 세 배, 네 배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공급 병목에 대해 경제학이 확실히 설명하는 건 아직까지는 여기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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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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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신    친구신청

결국은 수요와 공급이군 ....
더무섭네요...

박가박가박가    친구신청

재고를 최대한 적게 가져가는 적시생산(just in time) 방식도 한몫 했죠.

차지맨 켄!    친구신청

제가 예전에 번역했던 물류대란 관련 유튜브 영상에도 그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효율성과 안정성은 서로 상충하는 것 같습니다.
나심 탈렙이 말했던 것처럼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여분(redundancy)가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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