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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아재] 시간 지평(Time Horizon)에 대하여 (0) 2021/12/23 PM 03:32


지난 주에 썼던 [오미크론과 연준 II]에 이어서, 아마 올해 마지막이 될 글로 시간 지평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지난 주의 글에서 마무리는 이렇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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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유동성 파티 Market Regime은 어제부로 끝났고,


- 초단기적으로는 연말 산타랠리의 영향이 있을 수 있어서 모름

- 중기적으로는 Fed의 매파적인 입장이 변하기 전까지는 부정적

- 초장기적으로는 2024-2025까진 계속 우상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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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100일 이평선을 돌파하면 Market Regime이 끝났다는 것을 기술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는데, S&P 지수는 100일 이평선을 4530에서 밟아주면서 산타 랠리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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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랠리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대략 크리스마스 주간부터 해서 1월 처음 며칠까지의 상승장을 이야기합니다. 산타 랠리는 미국 기관 투자자 사이에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명확한 설명은 가지고 있지 않은, 하나의 연말 '현상'입니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세어보면 대략 50번 중에 40번 가량이 이 구간 동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굉장히 유의미한 현상입니다. 어떤 이들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늘어나는 소비 덕분에 기대감이 반영된다고 하기도 하고, 혹자들은 기관 투자자들의 연말 보너스가 12월 31일 기준으로 결정되니까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시장을 암묵적으로 올리는 거라 하기도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50년 간 반복된 현상은 이미 자기 현시적인 강화 패턴을 보이게 됩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산타 랠리가 올거다'라는 생각을 가져서 매수를 함으로 인해 실제 패턴 자체가 실현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번의 결론과 관련해서 투자나 매매에 임함에 있어서 굉장히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 하나가 있어 오늘은 여기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시간 지평입니다. 결론을 보시면 단기, 중기, 장기라는 세 가지 시간 지평 기준으로 Layer처럼 뷰를 나누어 놓았는데, 꼭 세 가지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본인의 뷰를 정리해 두시는 것이 투자나 트레이딩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① 초장기적인 관점미중 패권 전쟁이라던가, 달러 기축 통화의 문제라던가 하는, 5~30년 주기의 이슈들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그리고 ② 중기적인 관점매크로적인 경기 사이클이나 연준의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이고, ③ 단기적인 관점경제 지표 발표와 같은 이벤트, 기업 분기별 실적 등에 영향을 받고, ④ 초단기적인 관점산타 랠리와 같은 선험적(empirical) 패턴이나 기관의 수급, 기술적 분석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보통 미국의 기관 투자자나 기관 트레이더들은 그 해당 펀드나 소속 회사/팀에서 운용하는 전략의 시간 지평이 명시적/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영역과 그에 해당하는 시간 지평의 프레임에서 시장의 이슈들을 바라보며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그러나 일반 개인의 경우에는 그런 것들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유로운 투자와 트레이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지평이 서로 다른 이벤트에 대한 뷰가 이리 저리 섞이게 되고, 이는 뇌동 매매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중장기 투자자임에도 단기성 악재를 매수 찬스로 보지 못하고 급처분하게 된다거나, 반대로 중장기적인 벨류에이션 변화를 일으키는 악재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매수 찬스로 착각하거나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의 투자 철학을 명확하게 확립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투자 철학을 따라 선택한 투자 전략의 시간 지평에 대해 의식적으로 인지를 하고 계셔야만 합니다. 만약 본인이 패시브 자산배분이나 지수 추종 전략을 따르는 투자자라면, 중장기/초장기적인 시간 지평의 관점에서 이벤트들을 바라보시고, 이에 맞게 대응을 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맞을까에 대해서, 경제 방송이나 유튜브나 전문가마다 각기 다르게 해석을 하겠지만, 어느 해석도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맞는 해석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송이나 유튜브를 보는 시청자 한분 한분마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해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장기 투자자라면 코로나 사태가 본질적인 기업 벨류에이션과 거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가를 가늠해 보아야할 것이지만, 단기 트레이더라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센티먼트 변화라던가 폭락장에서의 기관의 수급 등을 가늠해 보아야할 것입니다. 동일한 이벤트라도 누구에게는 매수 찬스가, 누구에게는 숏의 찬스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 철학과 시간 지평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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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레이더의 경우, 단기 매매를 한다고 해서 단기 이슈만 바라보아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트레이딩도 워낙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특정 전략에 전문화된 경우라면 상관이 없지만, 일반적인 개인 레벨에서의 트레이딩의 경우 최대한 모든 지평을 다 바라보면서 확률적 우위를 레이어별로 쌓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평균 회귀 전략으로 매수/매도를 하는 트레이더의 경우, 중장기/거시적 뷰가 낙관적이라면 매수 쪽에 더 비중을 싣고, 그 반대라면 매도 쪽에 더 비중을 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단기적인 시그널에서 가져오는 확률적 우위에다가 중장기 뷰를 얹을 수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중장기 뷰가 틀려서 단기적인 확률적 우위를 깎아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초여름에 겪었던 슬럼프가 있는데, 당시 연준이 "일시적 인플레"라고 외치는 것과 달리 실제 인플레 지표들은 지속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중장기 뷰를 가지고 있었기에, 하방 쪽에 무게를 더 많이 두면서 옵션 프리미엄을 많이 태웠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인플레는 아직까지도 지속적인 것으로 판명났지만 그동안 시장은 연준의 레토릭에 순응하며 낙관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 왔고, 이 중장기 뷰를 수정하기 전까지 두 달 가량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때의 고심을 바탕으로 미중 패권 전쟁과의 연결 고리들을 바라보게 된 순기능은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중장기 뷰가 틀렸을 때는 단기적인 매매에서의 엣지를 조금씩 깎아 먹기도 하지만, 부단히 중장기 뷰를 고민하여 나가면 통계적으로는 수익에 유의미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렇게 중장기 뷰를 활용하여 단기적인 시그널에서 오는 매매의 비중을 조절할 수도 있고, 그 외에 중장기 뷰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저와 같은 옵션 트레이더의 경우, 단기 vs 중장기 뷰의 차이를 이용한 합성 포지션 매매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기적으로는 산타 랠리의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하지만 중기적으로 Fed의 긴축 태세 때문에 비관적일 경우에는, 각기 다른 만기의 옵션들을 롱/숏하는 Calendar Spread를 통해 본인의 뷰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식이나 선물처럼 방향성만을 가진 상품을 매매할 경우에는 단기-중기 시각차가 있고 단기적 불확실성이 있으면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됩니다. 여러 가지 금융 상품 도구들을 본인의 도구함에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사실 단기적인 방향성을 맞춘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저도 고백하자면 순수 방향성만으로 돈을 잘 벌지는 못합니다. 시간 지평이 단기적으로 갈수록 무작위성에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추세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중장기 뷰를 바탕으로, 단기적으로 시장이 프라이싱하는 상품과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의 괴리를 이용해야만 꾸준한 확률적 우위를 확보할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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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현재 포지션은 골드 매수 포지션 외에는 변동성 매매를 조금 하고 있는데, 감마 스캘핑 개념과 관계가 있어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어질 듯 하니 내년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골드는 꽤나 큰 포지션을 가져가고 있고, 제가 쌓으려는 포지션의 70%를 쌓아둔 상황이라 조금 더 확 내려주었으면 하는 희망은 가지고 있는데, 이는 4~5년 보는 포지션이라 그리 급하진 않습니다. 그 외에는 이제 슬슬 VC 투자 쪽으로 자금을 옮겨 스타트업들에 묻어 두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요즘 워낙 바쁘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영상보다는 글이 더 편하긴 하네요. 그냥 별다른 의미는 없고 구독자분들은 영상 vs 글 중에 어느 쪽을 선호하시는지 설문해 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연말이 가기 전에 결산 영상을 하나 올리지 않을까 합니다. 따뜻한 연말연시 되세요.


P. S. 미중 패권 전쟁 시리즈가 미뤄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약속을 못 지킨 대신 제 영상보다 더 유용할 수 있는, 두 분의 인터뷰를 더 모셔 보기로 하였습니다. 한 분은 골드만삭스 뉴욕본사 퀀트를 하시다가 저와 함께 Kensho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하신 후, 지금은 Facebook에 가 계신 분이고, 다른 한 분은 Google에서 5년간 크고 작은 30건의 국내외 기업 인수 건들의 기업분석/가치평가를 리드하셨던 분입니다. 두 분 다 저보다 유익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공유해 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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