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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기술] NFT의 실현은 기술이 아닌 정치의 문제 (0) 2022/01/05 PM 04:50

얼마전 MBC가 무한도전 밈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붙였다. 8초짜리 무야호 밈은 950만원에 낙찰됐다. 그런데 여전히 유튜브에서는 무야호 장면이 재생되고 TV서 재방송도 한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찍어서 팔았지만 MBC는 여전히 이 장면의 소유자다. 


그럴 일 없겠지만 MBC는 내일이라도 다시 ‘무야호 밈 NFT’를 경매에 붙일 수 있다. 이 NFT를 누군가 또 사도 나는 이 장면을 유튜브에서 본다. 그럼 '대체 불가능' 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MBC가 판 건 대체 뭐냐는 게 NFT 이슈에 따라다니는 의문이다.


캡처도 할 수 있고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이 NFT가 확실히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 이 토큰이 발행된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ERC-721' 표준에 따라 만들어진 유일한 토큰이다. 무야호 NFT는 다른데서 어떻게 복사되든 간에 'ERC-721 표준을 따른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서 유일한' 존재다. 


핵심은 '대체 불가능'이 통하는 영역이다. 무야호는 여기저기 복사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있는 8초짜리 NFT만 진본"이라고 믿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이 100달러 지폐를 진짜보다 잘 만들어도 위조지폐인 것과 마찬가지.


NFT 실현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ERC-721 표준에 따라 만든 게 진짜'라고 사람들이 믿는가, 믿지 않는가다. 모두 믿으면 진짜다. 안 믿으면 전혀 대체 불가능하지 않으며 그냥 휴지조각이다. 사람들이 '삼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올라온 콘텐츠는 가짜라고 생각해야 성립한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 별별 회사까지 나서서 조악한 그래픽으로 3D 세계를 구현하고 메타버스라고 주장한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잘빠진 그래픽이 아니다. A, B, C사가 모든 회사가 동의하는 '프로토콜' 위에 올라가 있는지다. 여러 회사가 이 프로토콜도 따르지 않고 만들어대면 지금의 게임이랑 다를 게 없다.


각 회사가 이 프로토콜에 따라 콘텐츠를 만들면 A월드에서 나온 집행검을 B월드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지금은 리니지 아이템을 메이플스토리에서 쓸 수 없다. 만약 모든 게임이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같은 프로토콜을 사용하면 모든 게임이 하나로 연결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럼 이렇게 좋은 걸 왜 안할까. NFT가 난해한 기술은 아니다. 문제는 한 가지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을 유인도 있다는 점. 게임을 예로 들면 회사들은 자신의 게임에서 아이템도 팔면서 이익을 얻는다. 자기가 통제 못하는 '표준'에 들어가면 못할 일이다. 


기득권이 형성된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따르기 싫을 수도 있다. 기껏 프로토콜을 만들어봐야 애플, 구글 같은 기업이 외면하면 싱거워진다. 중국이 전세계가 쓰는 인터넷망을 안쓰는 것과 마찬가지. 통합의 이점도 있지만, 각자의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결국 메타버스의 관건은 이런 개인이나 회사의 원심력을 이더리움 프로토콜의 네트워크 효과로 이겨낼 수 있는지다. 인터넷이 성공한 건 적성국이라도 미국이 주도하는 인터넷망에 들어가서 얻는 이득이 더 크니 그 규칙을 따른 결과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것도 그렇다. 규칙에 편입돼 누리는 장점이 더 커서다.


메타버스는 대다수 사람에게 '그게 진짜'라는 동의를 얻는 과정이다. 인터넷은 성공했지만, 이게 실현될 수 있을까. 이미 인터넷이란 프로토콜이 있는데 단지 구글, 페이스북 같은 '중앙집권적 대기업'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 그런 일을 할 유인이 있나


분산화를 통해 거대기업의 기득권을 해체한다 치자. 누가 기득권도 누릴 수 없는 이 프로토콜을 관리하고 발전시킬까. 사악해도 유능한 빅테크가 제공하는 편리함을 이겨낼 수 있을지. 한참 물들어올 때 노젓는거야 자신의 능력이지만 메타버스는 희한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 남궁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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